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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노사관계, 다수를 위한 정책 뒷받침 돼야” [이코노 인터뷰]

[반복되는 夏鬪, 재계는 전전긍긍]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한국 불안정한 노사관계 심각한 수준
취약계층 중심의 정책 필요한 상황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대기업 중심의 기업별 노사관계에 익숙해져 있다. 이와 결별해야 한다. 정부가 소수만을 위함이 아닌 다수를 포괄할 수 있는 큰 그림을 제시하고 논의할 때 비로소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여파로 순탄했던 한국 노사관계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대규모 집회와 예상하지 못했던 일부 기업 노조의 부분파업 등이 불씨가 된다. 코로나 엔데믹과 함께 최악으로 치닫는 노사관계. 그 원인 무엇일까.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이코노미스트‘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고려대 국제관에서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를 만나 한국 노사관계의 문제점과 선진화를 위한 해법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Q. 매년 언급되는 ‘하투’(夏鬪, 여름철 투쟁)는 왜 계속되나?
A. 과거 일본에서는 춘투(春鬪)라는 말이 유행했다. 임금협상을 위한 투쟁의 시기가 3월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여름으로 협상 시기가 집중되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인데, 한국은 서구처럼 산업별 노조가 아닌 기업별 노조가 주류다. 상위 집단(민노총 등)이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없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대하기도 하며, 투쟁 시기를 맞추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경우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파업만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연대 투쟁, 제도개선을 위한 투쟁, 구조조정 반대 투쟁 등은 모두 불법이다. 사안에 임금교섭, 단체협약 등이 걸려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시기를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1987년 이후부터 관행처럼 계속돼 왔다.

Q. 경제계에서는 한국 노사관계가 글로벌 최하위라고 말하는데?
A. 국가경쟁력지수 등을 보면 한국의 노사관계 관련 순위는 90위권 밑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성장했지만, 제도적으로 선진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성숙도도 낮고, 노사관계 안정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매년 반복적으로 파업, 투쟁 등이 발생하는 양상은 노사관계가 제도적으로 성숙해 있지 않고, 관행도 안정적으로 정착돼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Q. 한국 노사관계가 불안정한 이유는?
A. 개별 기업 수준에서 영향력이 큰 곳이 있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노조 조직률이 13% 정도에 불과하다. 대기업 정규직 조직률이 30~40%, 공공 부문은 60%가 넘는다. 반면 중소기업은 10% 미만이고, 비정규직은 3%도 수준이다.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게 불안정한 요소를 낳는 하나의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Q. 지난해부터 택배, 화물, 조선 부문에서 파업이 많이 벌어졌다. 그 이유는?
A. 대다수 권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없다. 최근 터져 나오는 불법 행위 등을 보면 대부분이 하청이고 특고(특수형태근로자, 위임 또는 도급 형식으로 계약해 일하는 직업)다. 택배노조, 화물연대, 대우조선, 진로하이트 등의 과거 사례를 보면 모두 하청이었다.
하청은 교섭권 사각지대에 있다. 노조가 없거나, 있다고 해도 교섭권이 없다. 점거를 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는 원청이 나서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는 것이 노사관계의 불안정성을 야기한다. 한마디로 제도의 포괄성이 없다는 것이다.

Q. 불안정한 노사관계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A. 불안하다고 현상적으로만 진단할 것이 아니고, 구조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진단을 해야 한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답을 내야 한다. 1987년 이후 노동자들의 자생적 지역 연대가 활성화됐다고 하지만, 벌써 35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제도가 성숙해지지 않았다. 2021년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비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노사관계가 왜 불안정하고, 노조가 왜 무리해서라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하는지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Q. 참고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글로벌 노사관계 사례는?
A. 프랑스를 예로 들 수 있다. 프랑스는 노조 조직률이 10% 수준인데, 교섭 적용률은 90%를 넘어선다. 전 세계 1등이다. 산업별 교섭을 해서 협약이 타결되면 10%의 조합원뿐 아니라 산업 종사자 모두에게 포괄적 적용이 이뤄진다. 효력의 확장이라고도 말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중심 국가인 독일의 경우 노조 조직률이 30% 수준이지만, 교섭 적용률은 50%를 넘는다.

Q. 노란봉투법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A. 사유재산권과 노동 3권(단결권, 단체 교섭권, 단체 행동권)은 모두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다. 이를 양립하게 하려면 프랑스의 사례를 따르는 것이 이상적이다. 프랑스는 개인에게 배상권을 청구할 수 없다. 노조의 경우도 1만명 이상 거대 집단에게만 최대 1000만원 한도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보다 정부와 정치권이 조정을 통해 답을 찾아야 한다. 

Q. 한국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A. 한국의 불안정한 노사관계, 그 진원지는 앞서 언급해온 사각지대다. 결국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다수를 포괄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 관련 정책을 취약집단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소수만 편한 사회가 아닌 다수를 포괄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더 이상 미루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다수의 불안정한 노동자를 포괄하는 그림을 그려야 노동개혁이 이뤄지고 노사관계도 안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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