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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열풍, 질문부터 다른 韓美 투자 시장…건전한 생태계 조성 ‘절실’

[생성형 AI, 판을 흔들다]③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빅테크-스타트업 동반 성장하는 미국, 대형 투자도 봇물
스타트업 아이디어 복제하는 한국 빅테크, 투자 위축 ‘우려’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세상에 공개한 후 세계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2016년 바둑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꺾었을 때 세상이 연일 떠들썩했던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챗GPT가 만들어 낸 답변과 문장들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생성형 AI에 대한 기대와 다양한 전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반인들은 챗GPT 후 본격적으로 생성형 AI에 주목했지만,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 기술은 ‘아주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국내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이하 뤼튼)는 이미 2021년 7월에 GPT-3 모델을 이용한 교육용 작문 보조 도구를 출시했다. 챗GPT보다 1년 이상 앞선 시점에 생성형 AI 기술을 상용화한 셈이다. 뤼튼뿐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이 일찍부터 생성형 AI 기술에 주목하고 발 빠르게 움직여 왔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 4월 발간한 ‘2022년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AI 분야 기업 숫자는 1915개로 집계됐다. 2020년 933개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종사자 100인 미만인 기업이 1670개로 전체의 87%에 달한다. 2020년에도 전체 993개 관련 기업 중 811곳이 종사자 100명 미만으로 비슷한 비율을 차지했다. 이처럼 한국 AI 산업은 소수의 빅테크뿐 아니라 뤼튼과 같은 절대다수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다.

열기는 뜨거운데…韓美 투자 분위기 다른 이유

그런데 생성형 AI를 둘러싼 한국과 미국의 스타트업 업계 분위기를 살펴보면 묘한 온도 차가 느껴진다. 미국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생성형 AI 스타트업이 창업하고 있다. 챗GPT 공개 이후 이 흐름은 더욱 거세졌다.

생성형 AI 기반의 스타트업 창업은 물론, 이들을 기술·재무·법률 등 각 방면에서 돕는 스타트업까지 우후죽순 미국에서 창업 러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2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발표한 ‘글로벌 250대 생성형 AI 스타트업’ 보고서에 따르면 250개 기업 중 절반이 넘는 126개 사가 미국 소속이다. 인도와 영국이 각각 14개, 이스라엘이 12개를 차지했다. 한국은 단 3곳뿐이다.

생성형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AI 연구업체 즈둥시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중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스타트업 51곳이 투자를 유치했다. 국가별로는 중국 22개, 미국 21개, 영국 4개 순이다. 중국이 기업 수에서는 앞섰지만 총투자금 규모에서는 미국이 단연 1위다. 1억 위안(약 180억원) 이상을 투자 유치한 생성형 AI 스타트업이 18곳인데, 그중 12개가 미국 회사다. 한국의 경우 뤼튼이 지난 6월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그 밖에는 주목할 만한 투자 유치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분명 생성형 AI에 대한 사회적 관심만 놓고 보면 한국 역시 여느 나라에 못지않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더구나 AI 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범국가 차원의 정책적 육성 의지 역시 의심할 여지가 없지 않은가. 생성형 AI 스타트업 대표로서 여러 해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를 그동안 만나왔다. 그들이 던지는 첫 질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이렇게 질문을 시작한다. ‘구글을 이길 수 있느냐?’고 말이다. 그들의 제일 큰 관심은 이 스타트업이 과연 구글보다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 여부다. 투자금이 더 큰 결실로 돌아올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구글을 이길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이렇게 묻는다. ‘대기업이나 빅테크 따라 하면 어떻게 하는가?’부터 짚는다. 국내 시장에서 스타트업 투자는 대단히 조심스럽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과 참신한 사업 모델을 지닌 곳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력이 뛰어나고 사업 모델이 참신할수록 투자자들은 더 신중해진다. 한국의 IT 역사에서 빅테크와 스타트업은 그리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오지 못했음을 알기 때문이다.

미국의 빅테크는 매력적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내세운 스타트업이 등장하면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거액을 들여 인수해 왔다. 스타트업이었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그렇게 각각 구글과 메타의 일부가 됐다. 인수된 후엔 세계적 서비스로 성장했다.

한국 빅테크는 달랐다. 매력적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내세운 스타트업이 등장하면, 그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복제하고 변형해 자사 플랫폼에 장착했다. 자사 서비스 밖으로 이용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가두리 양식장을 더욱 크게 확장했다. 이처럼 빅테크가 모든 것을 독식·독점하는 시장에서는 스타트업이 설 자리가 없다.
오픈AI가 챗GPT를 세상에 공개한 후 세계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관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빅테크 ‘가두리’ 기조 벗어나야”

생성형 AI 기술은 인류의 미래를 뒤바꿀 만큼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인간과 기계가 인간의 말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시대가 도래, 인간의 창의성이 구현력의 한계를 넘어 맘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 열릴 전망이다.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분출되고, 많은 스타트업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제품과 서비스로 사업을 꽃피울 것이다. 이미 시작된 이 거대한 물결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일만 남았다. 자본·기술·인력이 집약된 빅테크는 초거대언어모델을 계속 고도화시키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은 이 언어모델의 토대 위에서 더욱 유용하고 편리한 제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선보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지속 가능한 생성형 AI 생태계의 모습이다.

그러나 빅테크가 초거대언어모델을 독점하고 과거 포털 기업의 가두리양식장처럼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복제·고도화한다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빅테크가 언어모델을 무기로 주도권 행사에 나선다면 이 생태계는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이다. 한국의 생성형 AI 스타트업은 해외의 언어모델을 찾아 떠날 것이고, 빅테크와 스타트업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된 한국 시장에서 ‘AI 주권론’은 공허한 울림에 그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이 모든 것이 기우에 그치길 간절히 바란다.

대한민국은 산업화·민주화·정보화를 짧은 시간 내에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기적의 국가다. 생성형 AI라는 기술 대전환기를 맞아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 더 크게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생성형 AI 스타트업은 치열하게 더 좋은 서비스와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길에 빅테크 역시 상생과 협력으로 함께 하리라 믿는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는_대한민국 생성형 AI 스타트업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뤼튼테크놀로지스 창업가다. 2021년 4월 학생 창업팀으로 뤼튼테크놀로지스를 설립, 3개월 만에 ‘Z세대를 위한 교육용 문서 작성 도구’ 뤼튼(wrtn)을 출시했다. 뤼튼은 국내 시장 최초의 생성형 AI 서비스로 꼽힌다. 기능을 고도화해 ‘뤼튼 2.0’을 올해 출시했다. 삼성전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C-Lab Outside)에 선정되고, 중소벤처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사진 뤼튼테크놀로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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