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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부자’ 삼성물산, ‘자금조달 암흑기’에 수주 늘릴까

재건축 ‘대어’ 기다리는 정비업계, 사업비 지원 문제 부상
삼성물산·현대엔지니어링, 자금력 우위 무기로 보폭 키우나

지난 5월 전체회의를 앞둔 여의도 공작아파트 외벽에 삼성물산(오른쪽 아래)을 비롯한 시공사 다수가 자사 브랜드 현수막을 건 모습. [사진 민보름 기자]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요즘 금리가 높아 업계가 정말 어렵다. 수중에 현금 가진 건설사도 별로 없을 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하반기 급격한 금리인상 이후 건설사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내년을 기점으로 서울 핵심지역 재건축 대어들의 시공권 입찰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정비사업에 각종 사업비를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는 일부 건설사가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무구조가 안정적이고 신용등급이 높은 건설사일수록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조합에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금조달 걱정없는 삼성물산, 상대적 우위 점하나

정비사업은 관리처분인가를 전후로 이주비, 공사비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뿐 아니라 비교적 사업 초기부터 수억원~수십억원 대 설계용역비를 비롯한 예산지출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자금은 각 조합이 서울시 차입금 등을 통해 해결하거나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하는 방식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한다. 

자금조달이 원활한 대표적인 시공사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꼽힌다. 삼성물산이 10년 가까이 국토교통부 종합시공능력평가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데는 공사실적뿐 아니라 경영평가 항목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경영평가 기준에는 차입금의존도와 자기자본비율 등이 포함된다. 신용등급 역시 한국기업평가 기준 AA+(안정적)로 1군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래미안’ 브랜드로 2000년대부터 국내 주택시장을 선도했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5년여간 도시정비 시장을 떠나면서 하이엔드(High-end) 브랜드 등을 내세우며 적극 수주에 나선 경쟁사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결국 삼성물산은 2020년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수주를 계기로 시장에 복귀했으나, ‘클린수주’를 기치로 까다롭고 선별적인 투찰을 이어가며 일각에서 “비용을 아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주택시장이 급격히 침체하고 대형 건설사들조차 비용 및 사업성 관리를 엄격하게 진행하면서 래미안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경쟁사들이 호황일 때 수주 현장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최근 수주건이 적어지면서 건설사들이 갖는 유동성 부담은 삼성물산보다 더 큰 상황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요즘 재건축, 재개발 조합 역시 자금조달 비용에 부담을 느껴 공사비 지급을 늦추거나 시공권 입찰 시 신용등급 등을 기준으로 제시하는 추세”라며 “삼성물산은 상대적으로 이 같은 요구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편인 데다 조합원들 사이에 여전한 ‘래미안 브랜드 파워’로 인해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미래먹거리 정비사업, '수주 경쟁' 치열 전망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현금 많은 건설사로 유명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현금성 자산은 연말보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1조원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등급 역시 건설업계에 드문 AA-(한국기업평가)로 높은 편이다. 이밖에 ‘더블에이’급을 유지하고 있는 1군 건설사로는 현대건설(AA-)과 DL이앤씨(AA-)가 있다.

사명 그대로 해외플랜트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모기업인 현대건설의 주택브랜드를 라이선스 계약 형태로 공유하며 주택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달부터 시행된 서울시 조례 개정안 또한 정비사업 조합의 자금조달 편의 등을 돕는 취지로 시공사 선정 시기를 기존 사업시행계획 인가 이후에서 정비구역 지정 이후로 앞당긴 상태다. 이에 사업시행인가 전 단계인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서울 주거선호지역 대형 재건축 사업이 빠른 기간 내에 시공사 선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금이 많고 차입금이 없는 회사이기 때문에 자금조달 리스크가 없는 것은 맞다”면서 “어느 지역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지만 서울 등 주요지역 정비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으며 적극 수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사업성 높은 핵심 정비사업은 선점해야 할 ‘미래 먹거리’로 통하는 데다, 브랜드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수주가 필수적이라 경쟁사들 또한 적극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워낙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자금조달 측면에서 삼성물산이 정비시장에 소구할 만한 역량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시공사 선정 단계에 이른 여의도 재건축 사업에서 보듯 서울 핵심지를 둘러싼 경쟁은 여전하며 각 사가 서울시 조례 개정을 계기로 전열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보여 마냥 우리가 유리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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