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검사로 치매를 진단한다고?…진단·항체 CDMO 시장 ‘들썩’
[‘치매 정복’ 길이 보인다]③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 안착할까…진단 분야 성장 기대
CDMO 기업들에도 수주 기회…삼바, 치료제 생산할지 주목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알츠하이머병 신약이 나오기 시작하자 관련 분야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생산하게 될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는 물론,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에도 시장이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PET 진단 넘어 혈액 진단으로
알츠하이머병은 오랜 기간 사람이 정복하지 못한 질환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에자이와 미국 일라이 릴리 등이 신약을 개발하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이들 기업이 개발한 약물은 모두 부작용이 있고, 연간 치료 비용도 상당하다.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만 해당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알츠하이머병이 상당히 진행돼 중등증 이상으로 넘어간다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에자이와 일라이 릴리는 왜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했을까. 이들 기업이 개발 중인 약물을 연구해보니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에게서만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약물 자체가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일라이 릴리가 공개한 도나네맙 임상에서는 타우 단백질이 어느 정도 쌓인 중등증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기술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찾아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면 증상을 크게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업 대다수도 현재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진단 검사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CSF) 검사를 통해 진행 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들 검사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거나 통증이 심해, 최근에는 환자와 의료진이 검사를 진행하기 쉬운 방법이 개발되는 추세다.
특히 ‘혈액 검사’를 통한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이목이 쏠린다. 혈액 검사는 혈액 속의 단백질과 대사물질 등을 분석해 여러 질환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스위스의 로슈는 도나네맙을 개발한 일라이 릴리와 혈액 검사를 기반으로 한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는 지난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콘퍼런스(AAIC)에서 혈액 검사 방식의 알츠하이머병 진단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츠하이머병은 통상 증상이 발생하고 3년가량이 지난 뒤에나 진단받는다”며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가이드라인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혈액 검사는 PET보다 비용이 저렴할 것인 만큼 알츠하이머병 진단도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등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위한 약물이 시장에 안착하면 알츠하이머병 진단 시장 자체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 마켓 브릿지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진단 시장은 지난해 104억 달러(약 13조원)에서 매년 9.4%씩 성장해 2030년에는 225억 달러(약 29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수도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추세다. 알츠하이머병연맹(ADI)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 수는 2018년을 기준으로 5000만명으로 추산되며 2030년 7500만명, 2050년 1만31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환자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2016년 치매 유병률 조사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2018년 10.2%에서 2040년 12.7%, 2050년 16.1%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은 누가?…CMO 업체에도 이목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수가 늘어나면 치료제의 수요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에도 자연스럽게 기회가 되고 있다.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탄생하면, 이 치료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은 정식 승인 이후 상업 생산을 앞두고 있다. 이 약물을 개발한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일본과 중국, 캐나다, 영국 등에도 레켐비의 허가를 신청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레켐비를 상업 생산한다면 해당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CMO 업체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레켐비의 임상 물질을 생산해 온 업체와 관련한 CMO 기업이 수주를 맡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레켐비를 생산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는 여러 차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료제 등을 생산하겠다고 밝혀왔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유럽 등에서 뇌전증과 알츠하이머병 신약이 나온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수주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레켐비의 개발사 중 한 곳인 바이오젠과 10여 년 동안 협력해 왔다. 이 회사가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설립한 기업이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 지분을 모두 사들이며 합작 관계가 마무리됐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레켐비의 생산 물량을 수주할 것이란 기대는 여전하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좋은 트랙 레코드를 보유한 데다, 생산 능력은 현재 60만4000만ℓ로 세계 1위”라며 “29개 기업과 44개 제품에 대한 계약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품종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글로벌 기업이 생산을 맡기엔 효율이 높지 않아 위탁을 결정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런 다품종 바이오시밀러 생산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비롯한 신약 출시로 또 다른 수주가 기대된다”고 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레켐비가 정식으로 승인되면 이 약물의 보험 급여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며 “잘 팔리는 신약이 등장할수록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확장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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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 진단 넘어 혈액 진단으로
알츠하이머병은 오랜 기간 사람이 정복하지 못한 질환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에자이와 미국 일라이 릴리 등이 신약을 개발하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이들 기업이 개발한 약물은 모두 부작용이 있고, 연간 치료 비용도 상당하다.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만 해당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알츠하이머병이 상당히 진행돼 중등증 이상으로 넘어간다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에자이와 일라이 릴리는 왜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했을까. 이들 기업이 개발 중인 약물을 연구해보니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에게서만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약물 자체가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일라이 릴리가 공개한 도나네맙 임상에서는 타우 단백질이 어느 정도 쌓인 중등증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기술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찾아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면 증상을 크게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업 대다수도 현재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진단 검사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CSF) 검사를 통해 진행 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들 검사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거나 통증이 심해, 최근에는 환자와 의료진이 검사를 진행하기 쉬운 방법이 개발되는 추세다.
특히 ‘혈액 검사’를 통한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이목이 쏠린다. 혈액 검사는 혈액 속의 단백질과 대사물질 등을 분석해 여러 질환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스위스의 로슈는 도나네맙을 개발한 일라이 릴리와 혈액 검사를 기반으로 한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는 지난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콘퍼런스(AAIC)에서 혈액 검사 방식의 알츠하이머병 진단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츠하이머병은 통상 증상이 발생하고 3년가량이 지난 뒤에나 진단받는다”며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가이드라인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혈액 검사는 PET보다 비용이 저렴할 것인 만큼 알츠하이머병 진단도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등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위한 약물이 시장에 안착하면 알츠하이머병 진단 시장 자체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 마켓 브릿지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진단 시장은 지난해 104억 달러(약 13조원)에서 매년 9.4%씩 성장해 2030년에는 225억 달러(약 29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수도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추세다. 알츠하이머병연맹(ADI)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 수는 2018년을 기준으로 5000만명으로 추산되며 2030년 7500만명, 2050년 1만31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환자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2016년 치매 유병률 조사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2018년 10.2%에서 2040년 12.7%, 2050년 16.1%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은 누가?…CMO 업체에도 이목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수가 늘어나면 치료제의 수요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에도 자연스럽게 기회가 되고 있다.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탄생하면, 이 치료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은 정식 승인 이후 상업 생산을 앞두고 있다. 이 약물을 개발한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일본과 중국, 캐나다, 영국 등에도 레켐비의 허가를 신청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레켐비를 상업 생산한다면 해당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CMO 업체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레켐비의 임상 물질을 생산해 온 업체와 관련한 CMO 기업이 수주를 맡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레켐비를 생산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는 여러 차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료제 등을 생산하겠다고 밝혀왔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유럽 등에서 뇌전증과 알츠하이머병 신약이 나온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수주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레켐비의 개발사 중 한 곳인 바이오젠과 10여 년 동안 협력해 왔다. 이 회사가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설립한 기업이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 지분을 모두 사들이며 합작 관계가 마무리됐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레켐비의 생산 물량을 수주할 것이란 기대는 여전하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좋은 트랙 레코드를 보유한 데다, 생산 능력은 현재 60만4000만ℓ로 세계 1위”라며 “29개 기업과 44개 제품에 대한 계약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품종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글로벌 기업이 생산을 맡기엔 효율이 높지 않아 위탁을 결정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런 다품종 바이오시밀러 생산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비롯한 신약 출시로 또 다른 수주가 기대된다”고 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레켐비가 정식으로 승인되면 이 약물의 보험 급여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며 “잘 팔리는 신약이 등장할수록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확장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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