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에 따라 치료효과 달라”…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넥스트 스텝은 [이코노 인터뷰]
[‘치매 정복’ 길이 보인다]④ 묵인희 서울대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교수 인터뷰
“치료 비용 낮고 투약하기 쉬운 치료제로 개발돼야”
최근 4050세대 환자 늘어…조기 진단 활성화도 중요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이 출시된다고 해도 결국 시장이 이들 약물을 판별할 겁니다. 환자들이 수천만원을 내고도 치료 효과를 느끼지 못하면 더 좋은 약물이 시장을 차지할 것이고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이제야 시작점에 섰습니다. 비용은 낮고, 치료 효과는 높은 약물이 지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세계 첫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다. 하지만 이 약물은 현재 쓰이지 않는다.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장에서 퇴출됐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만난 묵인희 서울대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교수(치매융합연구센터 센터장)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는 약물들도 시장의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약물이라도 환자가 쓰지 못한다면 쓸모가 없는 만큼, 해당 약물이 시장에 안착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에 자리를 잡는 것 외에도 이들 치료제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먼저 수천만원에 달하는 높은 치료 비용이 장애다.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만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선 어떤 과제를 넘어서야 할까. 묵 교수는 “어떤 약물이든 결국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제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비용이 낮고 투약하기 쉬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현재 많은 기업이 개발에 착수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도나네맙을 개발한 일라이 릴리도 정맥주사(IV) 제형의 약물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묵 교수는 “IV 제형의 치료제는 노인 환자가 매번 병원에 와야 해 번거롭고, 비용 자체도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화합물 방식의 의약품이 방법이 될 것”이라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약이나, 코에 투입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고, (당장은 개발이 어렵지만) 유전자 치료제나 DNA, RNA 유사체인 안티센스 올리고머(ASO)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는 기술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에 적용하는 것도 숙제다. 뇌혈관장벽은 외부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장치다. 뇌세포를 보호하지만, 뇌질환 치료제를 비롯한 약물이 뇌로 들어오는 것도 막는다.
묵 교수는 “뇌혈관장벽을 잘 통과하는 것은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난제”라며 “이를 통과하지 못해 치료제가 되지 못한 약물이 많다”고 했다. 이어 “실험실에선 치료 효능이 좋게 나왔어도, 정작 뇌로 들어가지 못한 약물이 여럿”이라며 “뇌혈관장벽의 문제가 해결되면 기존에 실패한 약물을 실어 치료제로 다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진단 기준 다양해져…임상도 세분될 것”
묵 교수는 현재 많은 기업이 새로운 기전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연구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약물이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콘퍼런스(AAIC)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진단 기준과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가 발표됐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미국 국립노화연구소가 제시한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바이오마커는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40과 42, 타우 단백(tTau), tTau의 인산화 형태인 pTau, 미세신경섬유 경쇄(nfL), 교총섬유산성단백질(GFAP) 등이다.
묵 교수는 “올해 AAIC에서는 도나네맙의 임상 결과가 주인공이었지만, 미국 국립노화연구소가 발표한 새로운 진단 지침도 참가자들의 관심을 받은 발표 중 하나”라며 “뇌에 나타나는 염증과 신경세포, 혈관의 상태가 진단 기준에 추가됐고, 지침이 구체화되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서브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 맞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물 개발이 세분(specify)화되면 맞춤형 치료제도 언젠가는 가능해질 것”이라며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쌓인 정도와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 등 환자에 따른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인종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소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다르게 말하면, 한국인에게 더 잘 맞는 기전이 있을 것이란 뜻이다. 묵 교수는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모두 인종에 따라 값이 다르게 나왔다”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많이 진행돼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국내 기업이나 기관이 국제 컨소시엄에서 임상시험을 함께 진행하는 등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며 “한국만 동떨어져 있지 않고, 여러 연구 자료를 비교 분석하며 깊숙이 들여다봐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도 했다.
“조기 진단 권장…빠른 치매 관리 가능”
묵 교수는 조기 진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알츠하이머병은 65세 이상인 노인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산발성 알츠하이머병이 대부분인데, 최근 40, 50대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묵 교수는 “기존에는 유전성 알츠하이머병만 젊은 나이에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EOAD)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연구단에서도 컨소시엄이 구성되거나, 이 질환에 맞는 임상이 진행되는 등 하나의 분야로 자리 잡는 중”이라고 했다.
그만큼 조기 진단의 필요성도 커졌다. 묵 교수는 “나이가 젊은 환자는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을 앓는다기보다 건망증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잦다”며 “조기 진단이 활성화되면 혈액 검사 등 간단한 방법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한 뒤, 뇌척수액이나 단층촬영 등으로 정밀진단과 치료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nfL과 GFAP가 알츠하이머병 진단 기준에 포함돼 혈액 진단의 중요성도 높아졌다”며 “기존에는 항체 기반의 엘라이자 방식이 쓰였다면, 현재는 질량분석법(매스 스펙트로메트리)이나 압타머, DNA 증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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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다. 하지만 이 약물은 현재 쓰이지 않는다.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장에서 퇴출됐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만난 묵인희 서울대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교수(치매융합연구센터 센터장)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는 약물들도 시장의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약물이라도 환자가 쓰지 못한다면 쓸모가 없는 만큼, 해당 약물이 시장에 안착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에 자리를 잡는 것 외에도 이들 치료제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먼저 수천만원에 달하는 높은 치료 비용이 장애다.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만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선 어떤 과제를 넘어서야 할까. 묵 교수는 “어떤 약물이든 결국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제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비용이 낮고 투약하기 쉬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현재 많은 기업이 개발에 착수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도나네맙을 개발한 일라이 릴리도 정맥주사(IV) 제형의 약물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묵 교수는 “IV 제형의 치료제는 노인 환자가 매번 병원에 와야 해 번거롭고, 비용 자체도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화합물 방식의 의약품이 방법이 될 것”이라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약이나, 코에 투입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고, (당장은 개발이 어렵지만) 유전자 치료제나 DNA, RNA 유사체인 안티센스 올리고머(ASO)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는 기술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에 적용하는 것도 숙제다. 뇌혈관장벽은 외부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장치다. 뇌세포를 보호하지만, 뇌질환 치료제를 비롯한 약물이 뇌로 들어오는 것도 막는다.
묵 교수는 “뇌혈관장벽을 잘 통과하는 것은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난제”라며 “이를 통과하지 못해 치료제가 되지 못한 약물이 많다”고 했다. 이어 “실험실에선 치료 효능이 좋게 나왔어도, 정작 뇌로 들어가지 못한 약물이 여럿”이라며 “뇌혈관장벽의 문제가 해결되면 기존에 실패한 약물을 실어 치료제로 다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진단 기준 다양해져…임상도 세분될 것”
묵 교수는 현재 많은 기업이 새로운 기전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연구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약물이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콘퍼런스(AAIC)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진단 기준과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가 발표됐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미국 국립노화연구소가 제시한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바이오마커는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40과 42, 타우 단백(tTau), tTau의 인산화 형태인 pTau, 미세신경섬유 경쇄(nfL), 교총섬유산성단백질(GFAP) 등이다.
묵 교수는 “올해 AAIC에서는 도나네맙의 임상 결과가 주인공이었지만, 미국 국립노화연구소가 발표한 새로운 진단 지침도 참가자들의 관심을 받은 발표 중 하나”라며 “뇌에 나타나는 염증과 신경세포, 혈관의 상태가 진단 기준에 추가됐고, 지침이 구체화되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서브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 맞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물 개발이 세분(specify)화되면 맞춤형 치료제도 언젠가는 가능해질 것”이라며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쌓인 정도와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 등 환자에 따른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인종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소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다르게 말하면, 한국인에게 더 잘 맞는 기전이 있을 것이란 뜻이다. 묵 교수는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모두 인종에 따라 값이 다르게 나왔다”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많이 진행돼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국내 기업이나 기관이 국제 컨소시엄에서 임상시험을 함께 진행하는 등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며 “한국만 동떨어져 있지 않고, 여러 연구 자료를 비교 분석하며 깊숙이 들여다봐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도 했다.
“조기 진단 권장…빠른 치매 관리 가능”
묵 교수는 조기 진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알츠하이머병은 65세 이상인 노인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산발성 알츠하이머병이 대부분인데, 최근 40, 50대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묵 교수는 “기존에는 유전성 알츠하이머병만 젊은 나이에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EOAD)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연구단에서도 컨소시엄이 구성되거나, 이 질환에 맞는 임상이 진행되는 등 하나의 분야로 자리 잡는 중”이라고 했다.
그만큼 조기 진단의 필요성도 커졌다. 묵 교수는 “나이가 젊은 환자는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을 앓는다기보다 건망증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잦다”며 “조기 진단이 활성화되면 혈액 검사 등 간단한 방법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한 뒤, 뇌척수액이나 단층촬영 등으로 정밀진단과 치료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nfL과 GFAP가 알츠하이머병 진단 기준에 포함돼 혈액 진단의 중요성도 높아졌다”며 “기존에는 항체 기반의 엘라이자 방식이 쓰였다면, 현재는 질량분석법(매스 스펙트로메트리)이나 압타머, DNA 증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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