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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 확장 ‘독’ 됐나…카카오, 분기 매출 2조 넘어도 수익성 ‘뚝’

‘SM 인수’ 효과로 2Q 매출 첫 2조원 돌파…전년比 12%↑
영업익 전년比 34%↓…‘제조업 수준’ 영업이익률 5.55%
구조조정에 구성원 ‘불안’…“카카오를 구하라” 단체행동도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 조합원들이 7월 26일 오후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고용 불안 해소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카카오의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3월 약 1조3900억원을 들여 인수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실적이 2023년도 2분기 연결 재무제표에 처음으로 반영된 효과다. 카카오는 매출 측면에서 꾸준히 사업 외연을 확장했다.

문제는 내실이다. ‘분기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음에도 영업이익은 쪼그라들었다. 대표적 성장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제조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선 2006년 설립된 카카오가 짧은 업력에도 계열사를 167개(2023년 1분기 기준·국내외 합산)로 확장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지난해 말 약 150개에서 SM 인수 등으로 그 수가 더 늘었다. 카카오가 거느린 계열사 수는 1953년 선경직물에서 시작한 SK그룹에 이어 대기업 집단 2위다. SK그룹의 1분기 기준 국내외 계열사는 201개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연결 기준 2023년 2분기 실적을 3일 발표했다. 매출은 2조425억원, 영업이익은 113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수치다.

카카오가 2분기 영업비용으로 사용한 금액은 1조9290억원이다. 전 분기 대비 16%,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회사 측은 “인공지능(AI) 관련 인프라 투자와 데이터센터 다중화 그리고 연결 회사 편입 등의 영향으로 영업비용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사업 부문별 실적 어땠나

카카오 분기 매출이 2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연 SM 인수 효과다. 카카오는 매출을 ‘플랫폼 부문’과 ‘콘텐츠 부문’으로 구분해 공개하고 있다. SM 실적은 콘텐츠 부문 중에서 ‘뮤직 부문’에 포함됐다. SM 실적과 함께 멜론·디지털 음원 유통·음반 유통·음악 제작 등의 사업이 뮤직 부문에 속한다.

카카오는 뮤직 부문 사업에서 2분기에 매출 4807억원을 올렸다. 전 분기 대비 107%,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뮤직과 함께 게임·스토리·미디어의 사업의 실적을 합친 콘텐츠 부문의 총매출은 올해 2분기에 1조5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36%,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웹소설 사업과 일본을 중심으로 만화·소설 유통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픽코마의 실적을 나타내는 스토리 부문 매출은 2분기에 23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수치다. 미디어(영상 제작·매니지먼트) 부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8% 증가,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735억원으로 집계됐다. 게임 매출은 268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9%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9887억원으로 집계됐다. 플랫폼 부문엔 ▲톡비즈(카카오톡 광고·커머스 등) ▲포털비즈(다음·카카오스토리 등의 광고) ▲기타(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사업이 속한다.

톡비즈 사업의 2분기 매출은 503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2% 감소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수치다. 포털비즈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 증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895억원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기타 매출은 전 분기 대비 8%,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3963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2023년도 2분기 실적 자료. [제공 카카오]

‘SM 효과’ 빠지면 영업이익 반토막…성장 둔화

카카오는 NHN 대표였던 김범수 창업주가 2006년 11월 세운 아이위랩에서 시작했다. 카카오톡 서비스가 2010년 초 출시되면서 사업적 확장을 이뤘다. 카카오톡이 선풍적 인기를 끌자, 김범수 창업자는 2010년 9월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했다.

카카오는 설립 17년 만에 분기 매출 2조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낸 셈이다. 매출 측면에서 ‘사업 확장 일변도’란 성과를 써냈지만, 내실은 그렇지 못했다. 실제로 카카오는 2분기 실적에서 ‘SM 인수 효과’를 제외하면 매출도 영업이익도 모두 하락했다.

SM은 전일 연결 기준 2분기 매출이 2398억원, 영업이익은 35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84% 상승했다. 카카오는 이 같은 SM 실적을 감가상각비 등을 고려해 전체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이를 제외한 기존 카카오 공동체 2분기 실적은 매출 1조8040억원, 영업이익은 1007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1%, 영업이익은 41% 감소한 수치다. SM 효과를 제외하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이 같은 성상 둔화 기조는 영업이익률에서도 확인된다. 카카오는 2020년 이후로 단 한 차례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지 못했다. 연간 기준 영업이익률이 2019년 6.73%에서 2020년 10.97%로 오른 뒤, 꾸준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연간 영업이익률이 ▲2021년 9.69% ▲2022년 8.17%로 낮아졌다. 올해 1분기엔 4.09%까지 곤두박질쳤다. 2분기엔 5.55%로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제조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약 2만10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제조업 영업이익률 평균은 지난해 3분기까지 5~8% 수준을 기록했다.
카카오 2023년도 2분기 실적 자료. [제공 카카오]

수익성 고삐에 구성원 ‘불안’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계열사 가운데 절반 정도가 적자를 기록하자, 올해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터 정리하겠단 경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0년 이상 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대상으론 일부 직원 전출과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두 기업 말고도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페이증권 등이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자 직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이에 지난 7월 2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카카오를 구하라”라고 외쳤다. 2018년 10월 출범한 카카오 노조의 첫 번째 단체행동이다. 집회엔 약 300명이 모였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고용 불안 해소와 책임 경영을 촉구했다.

카카오는 경영 효율화와 함께 AI를 ‘하반기 반등’ 카드로 꼽았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를 통해 “오는 10월 후 AI 파운데이션 모델 ‘코(Ko)-GPT 2.0’이 공개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모델과 연동해서 버티컬(특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거대 AI는 ‘비용이 합리적인 적정한 모델을 만들어서 서비스에 적용하느냐’의 게임으로 이해하고 있다. 파라미터(매개변수) 수로 보면 60억, 130억, 250억, 650억개까지 다양한 모델을 시험 중”이라며 “카카오톡과 AI를 접목, 이용자와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했다.

경영 효율화가 진행 중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대해선 “성장성과 투자 가치가 높은 클라우드 사업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 중”이라며 “올해 재도약 기반을 마련한 만큼 내년부터 사업 구조 재편에 따른 재무적 효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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