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다음 타깃은 포스코홀딩스?…뿔난 소액주주들
에코프로그룹서 포스코그룹으로 공매도세력 이동 포착
모건스탠리, 포스코홀딩스 주가 15일 이내 하락 전망
2차전지주에 공매도 집중…불법 공매도 의혹까지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공매도 타깃이 이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에코프로(086520)에서 #포스코홀딩스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들어 이차전지 관련 주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일부 소액 주주들은 당국에 불법공매도 조사까지 촉구하는 원성도 폭발하는 모양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한 달 간 포스코홀딩스 단일종목에 대해 총 4조5230억원에 달하는 개인 순매수세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7개월간 개인이 사들인 포스코홀딩스 주식 순매수는 총 9조2830억원이다. 절반가량을 7월 한 달 간 사들인 셈이다.
이 기간 동안 포스코홀딩수 주가도 급등했다. 종가기준 7월 3일 40만2000원이었던 주가는 31일엔 64만2000원으로 한 달 동안 약 60%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포스코홀딩스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는 포스코홀딩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지수 동일비중’에서 ‘비중축소’로 한 단계 낮췄다. 이번에 제시한 포스코홀딩스의 목표주가는 44만원으로, 8월 4일 종가(59만4000원)보다 약 15만원 낮은 수준이다.
신영석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포스코가 철강 기업에서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믿지만 과도한 낙관론이 기업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원은 “포스코홀딩스 주가가 향후 15일 안에 하락할 확률이 80%로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포스코홀딩스 목표주가를 크게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시장에서는 포스코홀딩스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일며 공매도가 집중됐다. 이에 포스코홀딩스는 공매도 잔고가 6월 말 44만주에서 7월 말 190만주까지 4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공매도 표적이 됐던 에코프로는 ‘공매도와의 전쟁에서 개인이 승기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는 7월 12일 공매도 잔고수량이 140만3073주까지 상승했으나 7월 31일 공매도 잔고수량은 65만4695주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개인투자자의 강한 매수세에 ‘쇼트 커버링’(공매도 포지션 청산을 위한 환매수)과 ‘쇼트 스퀴즈’(쇼트 커버링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나타나는 주가 급등 현상)가 연달아 나타나서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 주가는 92만원에서 120만7000원으로 31.2% 증가한 만큼 공매도 세력은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공매도 타깃의 대이동은 에코프로와 포스코홀딩스의 양극재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에서도 감지된다.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는 한때 500만주가 넘었지만 7월 말 200만주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포스코퓨처엠은 7월 이후 150만주 이상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에코프로그룹의 공매도 세력이 포스코 그룹으로 이동해 하반기에는 개인 대 공매도 대첩 대상이 포스코홀딩스로 바뀐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공매도 타깃이 에코프로그룹에서 포스코그룹으로 이동했더라도 개인 순매수가 쏠린 이차전지주에 대한 공매도가 집중적으로 몰린 데에는 변함이 없다. 소액 주주들 사이에서는 공매도 세력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변동성 커진 이차전지주…불법 공매도 의혹 증폭
특히 지난달 26~27일 대형 이차전지주들의 가격이 하루 새 30% 넘게 오르내린 현상 뒤에 불법 공매도 의혹은 더욱 커졌다. 26일 에코프로는 오후 1시까지만 해도 최고 19%까지 치솟아 153만9000원을 터치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주가가 순식간에 전일 대비 12%가량 떨어지며 하루에만 30%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최고 26.41%까지 올랐으나 오후에 마이너스(-)7.25%까지 떨어지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이날 포스코그룹주도 같은 패턴을 보이며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이에 개인투자자 연합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2일 오전 금융감독원 앞에서 불법 공매도 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26일 오후 1시경만 해도 이차전지 대형종목들이 20% 내외로 상승하다가 불과 한시간여 만에 급락세로 전환했다”며 “2차전지 폭락 사태에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있었는지에 대해 금감원의 엄정 조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또 한투연은 지난달 27~28일 이틀 간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가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시장조성자 증권사들에서 2185억원어치의 공매도 물량이 나왔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에코프로비엠 공매도의 이틀 합산액은 포스코홀딩스(3634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매물은 전량 ‘업틱룰 예외’ 물량이었다. 업틱룰이란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으로만 매도 호가를 낼 수 있게 한 규정이다. 하지만 시장조성자는 업틱룰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시장조성자는 투자목적이 아닌 원활한 거래 지원이라는 취지에서 저유동성 종목을 사주고 팔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매도 호가 제출을 위해 항상 특정 종목을 보유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시장조성자의 공매도가 허용된다.
한투연은 “시장조성자는 유동성이 부족할 때 개입해야 하는데, 에코프로비엠의 27~28일 유동성은 충분했기 때문에 시장조성자 개입이 필요없었다”며 “금감원과 거래소는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2차전지주가 소위 개인과 공매도 간의 전선(戰線)이 됐다고 보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개인 순매수 1~4위에 이차전지 관련주(포스코홀딩스·LG화학·에코프로·엘앤에프)가 이름을 올렸다. 7월 한 달간 코스피와 코스닥의 공매도 거래액은 22조8722억원으로 집계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들 이차전지주에 공매도가 집중됐다. 공매도는 주가 내려야 이익을 보는 거래이기 때문에, 공매도 잔고가 많으면 주가 변동성이 커질 때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차전지 등 많은 종목들에 대해 공매도 청산이 일어났다. 하지만 주가 상승에 따른 새로운 공매도 포지션 진입 또한 늘고 있으며, 코스닥은 오히려 공매도 청산보다 신규 진입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급등락하는 주가를 따라 7월 한 달 동안 열심히 달려온 투자자들은 잠시 ‘쿨다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타이밍”이라며 “단기 수급을 따라가기보단 차분히 산업과 기업들의 펀더멘털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주의 반등이 좀 더 이어질 수 있지만 이는 데드캣 바운스(Dead Cat Bounce·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다가 잠깐 반등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며 “과도한 쏠림 현상의 후폭풍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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