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 지옥 오가는 이차전지株에 코스닥도 오락가락
[널뛰는 코스닥]①
이차전지주가 급등락에 코스닥 지수 등 시장 변동성 커져
이차전지주 쏠림 ‘포모현상’…차익 실현 매물 쏟아지며 급락도
펀더멘털 보다 ‘묻지 마 투자’ 형태 변질 우려 경고나와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이차전지주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닥도 내림과 오름세를 반복하는 등 이차전지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면서 국내 시장의 혼돈도 우려되고 있다.
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1일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70포인트(0.40%) 오른 939.67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0.93% 오른 944.71로 개장했으나 장중 상승과 하락전환을 반복하며 변동성을 보였다.
이전 거래일인 지난달 31일 코스닥 지수는 22.23포인트(2.43%) 오른 935.97에 마감했다. 최근 급격한 변동성을 나타냈던 이차전지주가 지난 28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강세 흐름을 보이면서 지수 전체에 온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코스닥 시총 상위 단에서는 2차전지 관련주가 강하게 상승했다. 포스코DX가 12.10% 뛰었고 에코프로(9.33%), 엘앤에프(7.97%), 에코프로비엠(2.82%) 등이 강세를 나타냈다.
지난 27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각각 19.79%, 17.25%나 하락했다. 하지만 28일 각각 12.08%, 8.23% 상승한데 이어 이날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에코프로는 27일 종가가 100만원 아래로 떨어져 ‘황제주’ 자리에서 내려왔으나 28일 장중 주가가 다시 100만원을 웃돌면서 황제주에 다시 올라섰다. 포스코DX도 27일 19.86% 떨어졌으나 28일과 31일 이틀 동안 20% 이상 상승하며 하락 분을 모두 만회했다. 이틀간 이차전지주 급락에 약세를 보이던 코스닥 지수도 28일 3.39% 상승하며 913.74에 마감했다.
고공행진하던 이차전지주가 일제히 급락하며 시장에 혼돈을 준 것은 지난 26일이였다. 코스닥은 26일 오후 1시3분 956.40까지 오르며 지난해 4월 5일(953.06)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최대 458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하루 만에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스닥은 오후 들어 2차전지주가 급락하면서 상승폭을 반납하며 하락 전환했다.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다.
26일 에코프로는 오후 1시까지만 해도 최고 19%까지 치솟아 153만9000원을 터치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주가가 순식간에 120만원대까지 떨어지며 개미들을 패닉상태로 몰아갔다. 포스코그룹주 등 같이 강세를 보였던 2차전지주는 26일 전부 같은 패턴을 보이며 하락 전환했다. 이날 코스닥도 역대 최다 종목(1480개)이 떨어져 4% 넘게 빠졌다.
이차전지주 급등락에 냉·온탕 오간 개미들
이차전지주 급등에 미소 짓던 개미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뒤바뀔 수밖에 없었다. 실제 최근 국내 주식 시장에는 2차전지주로의 수급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2차전지 종목 주가에 따라 코스닥 지수마저 요동치는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26일 기준, 변동성 완화장치(VI)가 하루 만에 수 백회 발동되는 등 위험 신호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그 만큼 2차전지주의 변동성은 소위 ‘코인 불장’ 시기 때 코인들이 보여주는 변동성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한 주간 2차전지 황제주인 에코프로는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60만4000원으로 고점 대비 저점 변동폭은 -39.2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의 고점 대비 저점 변동폭은 -38.57%다.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주에 대한 쏠림 현상이 과거 셀트리온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 쏠림’과 유사하다는 경고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8~9만 원대를 오가던 셀트리온은 1년 뒤 36만원을 넘기면서 4배 넘게 급등한 바 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셀트리온 주가는 과거 고점 대비 60%가량 빠진 상태로 이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차전지주에 대한 열기는 과거 바이오 쏠림을 넘어서는 분위기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2014∼2017년 당시 증시를 주도한 셀트리온 등 제약업종은 코스닥 거래대금의 30% 정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2차전지 업종은 26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전체 거래대금의 47.6%에 달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확산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바이오주나 최근 이차전지주에 대한 쏠림현상은 종목의 펀더멘털(기초여건)보다는 이른바 종교에 가까운 믿음에 기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개인 자금이 몰린 종목들 중심으로 증시 변동성이 크게 높아져 있다”며 “이들 종목은 기초여건보다 수급 영향으로 주가가 급변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이차전지 관련주는 시장에서 국내 대표 성장주보다 고평가될 정도로 급등해 적정한 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이에 이차전지 투자가 ‘묻지 마 투자’ 행태로 변질되면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차전지는 주가 부담이 크고 실적도 예상치를 밑돌아 독주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상당한 조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차전지만 올라가는 기형적인 시장 장세보다 실적 호전이나 경기 저점 통과 쪽에 초점을 맞춘 업종 중심으로 매수세가 분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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