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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도 못 피한 유동성 가뭄…외형보다 내실

[벤처투자 해빙기 전망] ①
글로벌서 유니콘 기업 비중 절반 감소
대형 스타트업도 구조조정·몸집 줄이기
하반기 투심 회복 VS 보수적 분위기 유지

지난해부터 이어진 벤처·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지속되면서 하반기엔 분위기가 완화될 수 있을 지에 전망이 엇갈린다.사진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로고.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벤처·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하반기엔 분위기가 완화될 수 있을 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경기부진과 고금리 등으로 자금이 마르자 벤처업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며 고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벤처업계는 한 마디로 ‘비상사태’다. 예비 유니콘으로 기대 받았던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들도 자금유치에 난항을 겪으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유니콘 기업의 비중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말한다. 

사라지는 ‘K-유니콘’…기업가치도 줄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조사한 유니콘 기업 주요국 비교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중 한국 유니콘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5년 간(2019년~2023년) 2.2%에서 1.2%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유니콘 기업 수가 10개에서 14개로 증가했지만 전 세계 유니콘 기업수도 449개에서 1209개로 늘어나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한국 유니콘 기업의 기업가치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한국 유니콘 기업가치는 2019년 28억9700만 달러(약 3조8353억원)에서 2023년 32억5400만 달러(4조3079억원)로 12.3% 증가했다. 하지만 전 세계 유니콘 기업 가치가 같은 기간 1조3546억 달러(약 1792조6776억원)에서 3조8451억 달러(약 5088조6053억원)로 183.9% 급증하며 한국 유니콘 기업 가치 상승폭을 크게 상회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유니콘 기업 가치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서 0.8%로 감소했다. 

전경련은 “기업수와 기업가치 증가가 미미하고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했다며 “원활한 투자 및 엑시트가 필수적인데 국내 투자자가 한정적이라 유니콘 창업·성장·엑시트 순환이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니콘들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교적 규모가 작은 중·소형 스타트업들은 투자 혹한기의 타격을 직격탄으로 맞았다. 투자를 유치하기가 어려워지자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감축에 나서거나 심하면 파산에 이르는 등 사업 매각에 돌입하는 스타트업들도 늘고 있다. 외부로부터 자금 유치가 힘들기 때문에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왓챠, 샌드박스네트워크, 패스트파이브 등 이미 투자를 많이 받은 굵직한 스타트업들도 연초부터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한 때 매각설까지 돌았던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회사 매각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투자 난항에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조직의 몸집을 줄여 나가고 있다. 

멀티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지속된 적자로 몸살을 앓으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회사는 조직 효율화를 위해 사업·인력을 조정하는 것이라 밝혔지만 앞서 경영성 악화 등을 이유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고 선언한 바 있어 사실상 대규모 구조조정이란 해석이다. 뿐만 아니라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 패스트파이브는 비핵심 사업 부문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하며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클래스101은 지난 4월과 5월 전체 직원의 10%를 감축하면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진행한 상태다. 샐러드 배송 스타트업 프레시코드는 지난달 서울회생법원의 파산 선고를 받았다.

엇갈리는 하반기 벤처 혹한기 전망

스타트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것은 벤처캐피탈(VC)들이 투자를 집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벤처 투자가 급격히 줄면서 하반기에는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지난해 대비 42% 줄어든 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 집행 뿐 아니라 펀드 결성액 자체도 4조6000억원으로 47%가량 줄었다. 

스타트업 민관 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투자건수는 58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투자건수(998건)보다 41%가량 줄었다. 투자 금액 역시 지난해 상반기 7조3199억원과 비교하면 68.3% 감소한 2조3226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체기를 맞이한 벤처 투자 시장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전망을 두고는 다양한 예측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은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의 혹한기가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전망을 내놨다. 피치북이 최근 내놓은 ‘글로벌 펀드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벤처펀드의 분기별 수익률은 지난해 4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한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투자 분위기가 이어져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거라고 예측했다. 

반면 지난해부터 투자를 집행하지 않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VC들도 존재하는 만큼 하반기에는 투자가 이뤄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경기 연착륙’설이 불거지면서 고금리 등으로 인한 출자 부담 등이 줄어들어 벤처 투자도 회복기에 접어들 거란 해석이다. 

VC들이 투자를 집행하지 않으면 펀드에 참여하는 출자자(LP)들도 출자를 꺼리게 되기 때문에 VC 입장에서도 부담감이 커진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VC 업계 분위기가 이전보다 투자 집행에 조심스러워진 건 맞지만 혹한기라고 불리는 때에도 투자를 받을 곳들은 꾸준히 큰 금액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며 “구체적인 수익화 전략을 갖춘 스타트업을 찾는 기조가 생긴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스타트업에게도 탄탄한 사업 구조를 갖출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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