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증권’ 역입니다”…수억원짜리 역명 사들이는 이유는 [허지은의 주스통]
5·9호선 여의도역, ‘신한투자증권역’ 병기
금융지주·은행·카드 이어 증권사도 참전
브랜드 인지도 확대…리테일 강화 일환
주식 시장에선 오가는 돈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뉴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증권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2400여개 상장사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허지은의 주스통’(주식·스톡·통신)에서 국내 증시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이번 역은 신한투자증권역입니다”
오는 9월부터 서울 5·9호선 여의도역이 ‘신한투자증권역’으로 병기됩니다. 서울교통공사, 서울메트로 등이 지하철 역명병기 유상판매를 시작한 이래 금융지주, 은행, 카드 등 금융사들은 앞다퉈 지하철 역 이름을 사들였습니다. 원래 역명 뒤에 추가로 붙는 ‘부역명’을 얻기 위해서인데요. 낙찰 가격이 수억원 대로 알려져있지만, 업계의 상징적인 역명을 선점해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노린다는 전략입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서울메트로9호선에서 진행한 여의도역 역명병기 유상판매 입찰에 최종 낙찰됐습니다. 오는 23일부터 순차적으로 여의도역 옆이나 괄호 안에 ‘신한투자증권’이 추가로 기입됩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5호선 여의도역에 대한 역명병기를 낙찰받은 바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 중 지하철 역명병기를 낙찰받은 최초 사례였죠. 이번에 9호선 여의도역명을 추가로 낙찰 받으면서 여의도역사 내 각종 노선도와 안내 표지판, 차량 안내 방송 등 5호선과 9호선에 모두 신한투자증권역이 안내될 예정입니다.
대형 금융지주들이 밀집한 을지로입구역은 낙찰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곳 중 하나입니다. 을지로입구역 1·2번 출구는 하나은행 본점과 연결돼있고, 5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엔 하나카드, 하나생명 등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들이 입주해있습니다. 을지로입구역 4번 출구 인근엔 기업은행 본점이 있죠. 2016년부터 2022년까지 기업은행이 을지로입구역의 부역명을 사용해왔는데, 2022년 하나은행이 낙찰에 성공하면서 현재는 ‘하나은행역’이 됐습니다.
우리은행은 ‘명동역’ 부역명을 낙찰 받아 ‘우리금융타운’이라는 역명을 병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우리종합금융 등 명동역 인근에 우리금융 본점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KB금융그룹도 2020년부터 샛강역 부역명으로 ‘KB금융타운역’을 사용하고 있고, 1호선 종각역은 ‘SC제일은행역’이 병기되고 있습니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은 ‘KDB산업은행역’이라는 부역명을 갖고 있죠.
2금융권 중에선 지하철 2·5호선 을지로4가역이 ‘BC카드역’으로,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은 ‘신한카드역’이 부역명입니다. 애큐온저축은행도 지난해 2호선 선릉역의 부역명을 낙찰받은 바 있습니다.
유상 역명 병기는 지난 2016년 서울교통공사가 신규 수익원 창출을 위해 도입했습니다. 대상역에서 1㎞ 이내에 위치한 공익기관, 기업체, 학교, 병원, 다중이용시설 등의 기관·회사는 공개 입찰을 통해 유상 역명 병기 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사용기간은 통상 3년이고 1회 연장이 가능한데, 역사의 위치나 유동인구에 따라 다르지만 낙찰 비용은 수억원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융권이 낙찰받은 역명 가운데 사상 최고가는 2·3호선 을지로3가역의 ‘신한카드역’입니다. 공공자산 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을지로3가역을 8억7400만원에 낙찰받았습니다. 지난해 을지로입구역을 사들인 하나은행은 8억원을 지불했고, 이전 주인이던 기업은행은 첫 계약 당시 3억8100만원, 이후 1회 연장 때 4억3000만원을 냈습니다.
우리은행(명동역)은 6억5466만원, 애큐온저축은행(선릉역)은 7억5100만원을 주고 부역명을 사용 중입니다. 이번에 9호선 여의도역명을 낙찰받은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비밀유지조항에 따라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여의도역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출이 상당하지만 금융권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부역명 활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일일 유동인구가 수천만에 달하는 서울 시내 노른자 땅에 회사명을 각인시킴으로써 얻는 광고 효과가 더 크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종각역에 부역명을 사용 중인 SC제일은행은 역명병기 이후 브랜드 인지도가 3% 가량 상승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역사 인근에 14개 증권사가 밀집한 여의도역의 이름을 활용하게 돼 브랜드 경쟁력을 진일보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이번 역은 신한투자증권역입니다”
오는 9월부터 서울 5·9호선 여의도역이 ‘신한투자증권역’으로 병기됩니다. 서울교통공사, 서울메트로 등이 지하철 역명병기 유상판매를 시작한 이래 금융지주, 은행, 카드 등 금융사들은 앞다퉈 지하철 역 이름을 사들였습니다. 원래 역명 뒤에 추가로 붙는 ‘부역명’을 얻기 위해서인데요. 낙찰 가격이 수억원 대로 알려져있지만, 업계의 상징적인 역명을 선점해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노린다는 전략입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서울메트로9호선에서 진행한 여의도역 역명병기 유상판매 입찰에 최종 낙찰됐습니다. 오는 23일부터 순차적으로 여의도역 옆이나 괄호 안에 ‘신한투자증권’이 추가로 기입됩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5호선 여의도역에 대한 역명병기를 낙찰받은 바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 중 지하철 역명병기를 낙찰받은 최초 사례였죠. 이번에 9호선 여의도역명을 추가로 낙찰 받으면서 여의도역사 내 각종 노선도와 안내 표지판, 차량 안내 방송 등 5호선과 9호선에 모두 신한투자증권역이 안내될 예정입니다.
대형 금융지주들이 밀집한 을지로입구역은 낙찰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곳 중 하나입니다. 을지로입구역 1·2번 출구는 하나은행 본점과 연결돼있고, 5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엔 하나카드, 하나생명 등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들이 입주해있습니다. 을지로입구역 4번 출구 인근엔 기업은행 본점이 있죠. 2016년부터 2022년까지 기업은행이 을지로입구역의 부역명을 사용해왔는데, 2022년 하나은행이 낙찰에 성공하면서 현재는 ‘하나은행역’이 됐습니다.
우리은행은 ‘명동역’ 부역명을 낙찰 받아 ‘우리금융타운’이라는 역명을 병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우리종합금융 등 명동역 인근에 우리금융 본점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KB금융그룹도 2020년부터 샛강역 부역명으로 ‘KB금융타운역’을 사용하고 있고, 1호선 종각역은 ‘SC제일은행역’이 병기되고 있습니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은 ‘KDB산업은행역’이라는 부역명을 갖고 있죠.
2금융권 중에선 지하철 2·5호선 을지로4가역이 ‘BC카드역’으로,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은 ‘신한카드역’이 부역명입니다. 애큐온저축은행도 지난해 2호선 선릉역의 부역명을 낙찰받은 바 있습니다.
유상 역명 병기는 지난 2016년 서울교통공사가 신규 수익원 창출을 위해 도입했습니다. 대상역에서 1㎞ 이내에 위치한 공익기관, 기업체, 학교, 병원, 다중이용시설 등의 기관·회사는 공개 입찰을 통해 유상 역명 병기 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사용기간은 통상 3년이고 1회 연장이 가능한데, 역사의 위치나 유동인구에 따라 다르지만 낙찰 비용은 수억원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융권이 낙찰받은 역명 가운데 사상 최고가는 2·3호선 을지로3가역의 ‘신한카드역’입니다. 공공자산 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을지로3가역을 8억7400만원에 낙찰받았습니다. 지난해 을지로입구역을 사들인 하나은행은 8억원을 지불했고, 이전 주인이던 기업은행은 첫 계약 당시 3억8100만원, 이후 1회 연장 때 4억3000만원을 냈습니다.
우리은행(명동역)은 6억5466만원, 애큐온저축은행(선릉역)은 7억5100만원을 주고 부역명을 사용 중입니다. 이번에 9호선 여의도역명을 낙찰받은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비밀유지조항에 따라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여의도역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출이 상당하지만 금융권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부역명 활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일일 유동인구가 수천만에 달하는 서울 시내 노른자 땅에 회사명을 각인시킴으로써 얻는 광고 효과가 더 크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종각역에 부역명을 사용 중인 SC제일은행은 역명병기 이후 브랜드 인지도가 3% 가량 상승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역사 인근에 14개 증권사가 밀집한 여의도역의 이름을 활용하게 돼 브랜드 경쟁력을 진일보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인 가구 월평균 소득 315만원…생활비로 40% 쓴다
2‘원화 약세’에 거주자 외화예금 5개월 만에 줄어
3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9개월 만에 하락
4국제 금값 3년 만에 최대 하락…트럼프 복귀에 골드랠리 끝?
5봉화군,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 "청년 농업인 유입 기대"
6영주시, 고향사랑기부 1+1 이벤트..."연말정산 혜택까지 잡으세요"
7영천시 "스마트팜으로 농업 패러다임 전환한다"
8달라진 20대 결혼·출산관…5명 중 2명 ‘비혼 출산 가능’
9김승연 회장 “미래 방위사업, AI·무인화 기술이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