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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3세 절친 맞수’ 김동관 vs 정기선…“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HD현대 vs 한화]②
김동관, 경영 정상화 ‘과제’…정기선, 신사업 확장 ‘고심’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 한화오션]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군함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면서, 이들 회사를 이끄는 오너가(家) 3세 경영인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주인공이다.

재계 안팎에선 “오너가 3세 중에서도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이 군함 시장을 두고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동관 부회장은 올해 한화그룹 일원으로 새롭게 출범한 한화오션 경영 정상화를, 정기선 사장은 본격적인 조선 사업 실적 개선을 각각 주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재계 등에 따르면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의 친분이 두텁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정기선 사장이 2016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모친상 빈소를 방문했을 당시 취재진의 질문에 “동관이(김동관 부회장)와 친구라 오게 됐다”고 밝힌 일화는 유명하다. 김동관 부회장의 아버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기선 사장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도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승연 회장과 정몽준 이사장은 서울 장충초등학교 동창으로, 학창 시절 집을 왕래할 정도로 가까웠다고 한다. 아버지 때부터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업 앞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셈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6월 7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 한화그룹]

김동관의 ‘고민’

재계에선 “한화오션이 국내 주요 조선사 중에 다소 저조한 실적을 기록 중인 만큼, 경영 정상화를 약속한 김동관 부회장의 어깨도 무거울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HD현대중공업은 68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589억원을 기록해 흑자 기조를 유지 중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화오션은 올해 2분기에 1590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면서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한화오션이 올해 3분기에 흑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경쟁사와 비교해 실적 개선 속도가 느리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한화오션의 경우 그간 누적된 손실로 악화한 재무 구조도 개선함과 동시에 미래를 위한 투자에도 나서야 한다. 실제 한화오션은 8월 23일 이사회에서 약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를 통해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고 미래 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가 초호황에 진입한 것은 맞지만, HD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과 비교하면 한화오션의 경영 정상화 속도가 더딘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며 “장기간 손실이 보다가 극적으로 한화그룹에 매각됐기 때문에, 다른 조선사보다는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오션 기타 비상무이사로 합류해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는 이유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 6월 7일 오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한 이후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3회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꾸려진 한화오션 부스를 방문하기 위함이었다. 오너가 경영인으로는 이례적으로 MADEX 현장을 찾아 한화오션 재건을 강조했다. 당시 MADEX에는 한화오션을 비롯해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스가 마련됐는데,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 부스에서 가장 오래 머물러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화오션이 잠수함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수상함 분야에서도 역사와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강점이 잘 드러난 것 같다”고 격려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1월 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CES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정기선의 ‘고민’

정기선 사장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정상화 중인 조선 사업의 실적 개선 속도를 높여 HD현대그룹 전체의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 HD현대그룹 지주사인 HD현대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수치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유를 비롯한 석유화학 사업 불황을 조선 사업 실적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실제 지난해 HD현대 사장에 오른 정기선 사장은 HD현대그룹의 방향성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기선 사장은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규모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에 참석해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 등 인류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HD현대는 퓨처 빌더로서 바다의 근본적 대전환, 즉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인류 영역의 역사적 확장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성장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조선사를 넘어 ‘미래 개척자’(퓨처 빌더)로, 바다에 관한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현한다는 야심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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