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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대혼돈’…끊이질 않는 아시아나항공 제3자 매각설

[아시아나 매각 좌초 위기] ①
일부에선 “한화 등판” 얘기도…매각 장기화 우려 여전
독자 생존 가능성 ‘희박’…중국 노선 정상화 ‘변수’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선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3자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다소 구체적인 매각 무산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KDB산업은행 측은 “제3자 매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는데, 일부에선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추측마저 제기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무사히 마무리될 수도 있지만, 양사 통합이 좌초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실패로 끝나면 국내 항공 산업이 대혼돈에 빠질 것”이란 진단이 많다. 

‘부인 또 부인해도’…수그러들지 않는 무산설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지난 8월 초에 흘러나온 아시아나항공 제3자 매각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KDB산업은행 측은 “삼일회계법인이 현재 수행 중인 용역은 아시아나항공이 포스트 코로나19 시기에 항공 시장 변화에 대비해 자금 수지 점검 등을 진행 중인 것”이라며 “해당 용역은 제3자 매각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심사 중인데,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해 양사 통합이 최종 무산될 것이란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아닌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자, KDB산업은행이 진화에 나선 상태다.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제3자 매각 검토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지만, 항공업계에선 “양사 통합은 쉽지 않다”는 회의론이 많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7월에 KDB산업은행 등에 빌린 7000억원 규모 차입금을 상환한 것을 두고 “제3자 매각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도 나왔다. “매각 무산 이후 새로운 인수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규모를 줄인 것”이란 논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실패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나올 때마다 KDB산업은행 등이 지속 부인하고 있지만, 대한항공 내부에서조차 매각 무산 가능성이 거론되는 분위기”라며 “최근 들어 매각 무산 전망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우려”는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EU와 미국 경쟁 당국 등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심사 과정에서 강도 높은 독과점 해소 방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해외 기업 결합 심사 통과를 위해 중장거리 노선을 포함해 화물 사업 등의 경쟁력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하는 만큼, 최종적으로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항공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대한항공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 등 사실상 검토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 해외 경쟁 당국을 설득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안다”며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해외 기업 결합 심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 연합뉴스]

한화 등판설엔 ‘갸웃’…항공사 합종연횡 가능성은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된 이후에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방산, 백화점 등의 사업과 항공 사업이 결합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올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마무리한 한화그룹이 또다시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하기엔 부담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되면 항공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인수자가 이른바 ‘깜짝 등판’할 수도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 분리 매각이 추진돼 항공사끼리 ‘합종연횡’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화그룹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좌초된 이후 새로운 인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과 실적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제 보복 이후 코로나19 사태, 매각 장기화 등으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황도 지속 악화했다”며 “대한항공과의 통합으로 자금을 수혈받아야 하는 상황에 매각이 무산되면 경영 정상화 시기를 또다시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에선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 대한 한국 단체관광을 전격 허용한 만큼, 중국 노선 경쟁력을 갖춘 아시아나항공이 중국 노선을 발판 삼아 독자 생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24일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서 “중국인 입국자 수가 올해 하반기 중 약 220만명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당폭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중국 입국자 수는 올해 4분기에 2019년 같은 기간의 85%까지 회복할 전망”이라고 추정했다. 7월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9년 같은 달의 46% 수준이다. 다만 “중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탓에 중국 노선이 어느 정도 회복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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