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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부실은 어쩌고…증권사도 ‘성과급 잔치’

[그사세 증권업계]③
위험관리 부실 공적자금으로 연명했지만…“성과급은 칼같이 챙겨”
PF 관련 임직원 성과급 장기성과 연동돼야 하지만 제대로 적용 않기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증권회사를 비롯한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PF 담당 임직원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중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정부 지원을 받은 증권사에서도 해당 부서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보수가 상당액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증권사의 PF 관련 임직원의 성과급은 장기성과에 연동돼야 하지만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사례들이 다수 적발되면서 관련 법령을 피해간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도)가 있고 지배구조법 적용을 받는 국내 22개 증권사가 작년도 성과에 대해 올해 지급하기로 결정한 성과급이 총 3525억원에 달한다. 이중 PF 부실로 회사 존폐가 불확실해 정부의 긴급 유동성 지원까지 받은 증권사 4곳은 PF 담당 임직원들에 770억원이나 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증권사 PF 부실 위기로 공적자금으로 연명하면서도 성과급은 칼같이 챙겼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에 더해 증권사들은 성과에 대한 보수는 이연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관련 규정까지 일부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법은 성과보수가 장기 성과와 연계될 수 있도록 주식 등으로 이를 지급하고,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증권사가 성과보수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성과보수 중 현금 비중이 79.7%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주식으로 지급한 금액은 2.8%에 불과했다. 또 이연지급 기간을 최장 9년으로 정한 회사가 있는 반면, 법상 기간인 3년보다 짧게 설정하는 위규 사례도 확인됐다. 또한 22개사 중 17개사는 1억원 미만 성과급을 임의로 이연지급 대상에서 제외해 일시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이연지급 기간 중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 규모를 반영해 성과보수를 재산정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항을 내규에 전혀 반영하지 않은 증권사도 5곳이나 됐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고금리 부담에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이어지며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15.88%에 달한다. 2021년 말(3.71%)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금융업계 평균(2.01%)의 8배 수준이다.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과중한 부실채권을 감당하지 못해 줄도산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부터 1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만큼 PF시장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라 증권사 PF부서에 대해 성과급 잔치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수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화하는 행태’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부동산 PF 사업 과당경쟁 우려…“업계 상생 필요”


앞서 증권사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시장이 좋을 때 연 수억 원에서 최대 수십억 원 단위의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챙겨줬다. PF 담당자들이 단기에 성과를 올리고 성과급을 받는 데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부실 가능성이 있어도 어떻게든 사업을 진행시키려는 이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활황을 타고 급증했던 증권사 PF 투자금은 부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권만의 부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듯하지만 여전히 지방에서는 폐업 및 부도 건설사가 증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적체돼 있고 PF 시장 경색 등 ‘돈맥경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시기에 사업 부지를 사들인 시행사들도 다시 부지를 내놓는 등 자금관리에 나섰다. 실제 시행사 상당수가 올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거란 우려도 나오던 상황이었다. 8월 말에 브릿지론 만기가 집중됐지만, 대다수 시행사가 유동성이 고갈돼 본PF 전환이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업황 악화에 건설사나 시행업계 등에서도 증권사의 PF 성과급 잔치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아 보인다. 시장이 좋을 때는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 사업 진행에 적극 나섰지만 시장이 어려워지니 만기가 도래하는 PF 연장을 해주지 않고 높아진 금리 이자만 챙기고 있다는 비판의 시선이 나온다. 

실제 관련 업계 금융비용 부담이 상당했다. 신규 발행 브리지론 금리는 2021년 연 8~9%에서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인 20%까지 올랐다. 시공능력이 낮은 시행사나 시공사의 사업장은 10%대 고금리를 얹는 방식으로 차환(리파이낸싱) 자금을 구하러 다닌 것으로 알려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PF금융이라는 게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보고 금융권에서도 투자개념으로 돈을 빌려주는 건데 건설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부실을 핑계로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다”며 “그래서 금융사는 사업의 성패와는 상관없이 이득을 취하는 거다”고 비판했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좋을 때 PF대출(브리지론, 본PF대출) 금융 지원의 적극적인 모습과 달리 시장이 어려워지니 회수나 연장을 해주지 않는 등의 모습에서 아직 분양을 못하거나 어려워진 부동산 시장에서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에 함께 투자한 개념인데 어려울 때도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혼자만 살길을 찾아 자금 회수에만 몰두 하다가는 부동산과 금융권 모두 망가질 수 있고 대한민국 전체 위협도 가능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위험 비중이 높았던 중소형 증권사를 비롯해 종합적으로 부동산 PF 관리가 잘되고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또한 성과보수와 관련한 올바른 시장 관행 확립 등 자율 개선도 유도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부동산 PF 사업과 관련해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장기적으로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성과보수체계의 질서 확립과 규제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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