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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이냐 의료용이냐”…세계로 뻗는 ‘K-톡신’ 기업들 다음 스텝은

[법정 위에 선 ‘보톡스’]③
미용 목적으로 많이 찾는 보톡스, 해외선 치료용으로 쓰여
톡신 제제 시장은 성장세…“R&D 늘리고 적응증 확대해야”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들이 연구개발(R&D)을 통해 적응증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미용 시장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시장과는 사뭇 다르다. 해외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의료 현장에서 더 많이 사용한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의료 시장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모가 큰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연구개발(R&D)과 적응증 확대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의료 현장에서 사시와 안검경련 등은 물론 상지 근육강직, 편두통 등에 쓰인다. 보툴리눔균이 생산하는 특정 단백질로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기 때문에, 이런 효과를 보려는 질환에 대부분 활용할 수 있다. 보툴리눔 톡신을 사용할 수 있는 질환이 다양하다 보니 여러 과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치과에서는 이갈이가 심한 환자에게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권하고, 내분비내과 등에서는 다한증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활용한다. 요통과 요실금, 전립선비대증, 소아뇌성마비, 근막통증후군도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활용할 수 있는 질환이다.

미국 애브비의 보톡스, 적응증만 10여 개 달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강자인 미국 애브비의 ‘보톡스’는 이들 질환에 대한 적응증을 대부분 확보하고 있다. 사시와 안검경련·겨드랑이 다한증·편두통·방광기능장애·경부근 긴장이상 등 적응증만 10여 개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질환에 대한 적응증을 확대했지만, 보톡스와 비교하면 적용할 수 있는 질환의 수가 제한적이다. 경부근 긴장이상의 경우 메디톡스가 지난 2020년 적응증을 추가했고, 대웅제약과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휴온스 등 다른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들도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보톡스보다 적은 수의 적응증을 확보한 상황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의료 목적보다 미용 시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고, ‘보톡스’ 이미지 자체도 미용에 더 쏠린 것이 사실”이라면서 “해외의 경우 의료 시장에서 보톡스가 많이 활용되고 있어 기업들도 관련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도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활용할 수 있는 질환으로 자사 제품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품질과 안전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R&D를 지속한다면 국내 기업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의료 시장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곧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의료 목적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경기 침체 등의 요인이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생산 기업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성형이나 미용 목적의 제품이 많은 기업은 경기 침체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지만 질병과 치료 영역의 제품은 그런 우려가 덜 하다”고 했다.

또한 “의료 목적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수십 년간 사용되며 여러 종류의 질환에 치료 효능을 보였고, 부작용이 적고 안전하다는 점도 인정받았다”며 “‘보톡스’ 제품을 중심으로 뇌성마비 등 신경근육질환과 다한증, 경련성 방광, 요실금, 두통, 전립선 비대증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계속 발견돼 최근까지 적응증이 추가되는 등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휴젤·메디톡스도 적응증 확대…내성 없애는 노력도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들도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R&D를 추진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독성이 강한 물질로 여러 규제기관에서 생산과 유통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휴젤은 과민성 방광과 경부근 긴장이상, 양성교근비대증 등으로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과민성 방광과 경부근 긴장이상에 대해서는 현재 임상 1상을 마쳤으며, ‘사각턱’으로 알려진 양성교근비대증은 임상 2상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메디톡스도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중심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는 기업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미용 성형 시장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06년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안검경련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허가받은 것을 시작으로, 소아뇌성마비 환자의 첨족기형, 미간주름, 뇌졸중 후 상지 근육강직, 경부근 긴장이상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이중 소아뇌성마비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치료에 활용할 때 제한적으로 보험급여도 받을 수 있다. 뇌졸중 후 상지 근육강직과 경부근 긴장이상도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활용할 때 보험급여가 가능하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내성을 없애고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오래 투약하면 효과가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시술의 효과를 유지하려면 투여 용량을 높이거나, 자주 주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의료 목적의 보툴리눔 톡신이라면 내성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할 가능성도 크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활용하는 국내 한 의료진은 “의료 목적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경우 고용량을 쓰면 중화항체 형성률이 크게 높아지는 사례가 확인됐다”며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변경하지 않거나, 순수한 톡신을 사용할 수도 있겠으나, 더 안전하고 품질 좋은 제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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