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카르텔 지적에…“연구 줄줄이 중단, 인력 유출도 빨간불”
[K-바이오 운명은]③
사업단 줄줄이 R&D 중단할까…인재 유출이 문제
R&D보다 인재 확보가 어려워…“R&D 지속성 필요”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선 통상 1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막대한 규모의 자금 또한 투입해야 한다. 시간과 자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재’다. 특히 제약바이오산업은 규제 대상인 데다 사람의 건강, 생명과도 직결돼 있어 오랜 기간 훈련받은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2024년도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보다 크게 줄이면서 산업계 안팎에선 연구개발에 종사해온 인재들이 떠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사업단을 중심으로 추진된 연구들이 줄줄이 중단된다면 이 연구에 매진했던 전문 인력들도 연구 현장을 떠나거나, 다른 분야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
정부 예산 삭감에…산업계 안팎에서 우려 목소리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을 줄이면서 연구기관이나 사업단도 기존에 진행해온 연구개발에 차질을 빚게 됐다”며 “연구개발은 지속해서 추진하는 연속성이 중요한 데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사업단은 정부가 자금줄을 틀어쥐고 있는데 사실상 연구를 중단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연구개발에 쏟는 비용의 상당 부분은 인건비로 투입되고 있어 당장 예산을 줄인다면 사람을 내보내거나 이들이 사업단을 떠나게 될 것”이라며 “다른 지원 정책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겠다지만 신진 연구자보다 기존 연구자부터 제대로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정부가 인력양성에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연구개발 분야나, 디지털 헬스케어 등 산업 성장이 유망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별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생산한 의약품의 품질 문제를 관리할 품질 관리 전문가, 개발 이후 특허에 대응하기 위한 지식재산권(IP) 전문가 등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된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인력 양성이 효과적이냐는 의문을 내비치고 있다. 이론 중심으로 진행되는 교육이 대다수라 실무에 당장 투입하기 어려운 인재가 많고, 프로그램 자체도 전담 인력 없이 1~2년 정도만 운영되기 때문이다. 연구 현장에 투입할 석·박사 인력을 원하는 산업계가 실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정부가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며 뚜렷한 지침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신동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8월 3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춰가는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특정 기관들의 연구개발을 ‘카르텔’이라고 지칭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도 16% 이상 삭감했는데, 이는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추진된 것도 아닌 데다 현재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라는 상황에서 왜 이런 예산을 구상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연구개발 인력의 이탈 문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사업단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이미 산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경쟁력의 핵심인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 내 연구개발 인력이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선진 국가와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인재 경쟁이 벌어지자, 정부가 나서 연구개발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고안하는 모습이다. 신약 개발뿐 아니라 임상을 마치고 난 뒤 신약의 인·허가를 담당할 규제과학 전문가도 부족한 상황이다. 의료 지식을 바탕으로 임상 현장에서 기관과 병원 간 소통하는 의사과학자도 인력난이 심한 것은 마찬가지다.
주요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고액 연봉을 제시해 다른 기업의 연구개발 인재를 빼오는 사례가 늘어나며 법정 다툼도 일어나는 분위기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당장 임상 현장에 투입해야 하는 전문 인력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발표한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바이오헬스 산업의 인력 부족 비율은 3.4%를 기록했다. 12대 주력 산업 중 인력 부족으로는 종합 2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바이오헬스 인재 양성 방안에서도 이 분야에 오는 2027년까지 10만8000여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앞으로 5년 동안 이 산업에 진출할 인력은 3만4000여 명에 불과하다. 전문 인력을 영입하려는 경쟁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에서는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면서도, 기존 인력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에 칼을 대면서 사실상 기존 사업의 예산을 떼, 다른 사업에 투입하며 현재 진행 중인 정부 지원 사업은 출혈을 입게 됐다. 기존 연구자의 연구개발 지속성을 지켜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의 유명 제약바이오 산업집적단지(클러스터)는 대부분 대형 제약사와 기술 중심의 바이오 기업들, 이곳들에 인재를 공급하는 대학과 연구기관,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사 등으로 이뤄진 ‘생태계’로 이뤄져 있다. 정부 지원도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산업 생태계를 받치는 한편, 산업 현장에 투입할 신규 인력과 기존 인력을 모두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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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 삭감에…산업계 안팎에서 우려 목소리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을 줄이면서 연구기관이나 사업단도 기존에 진행해온 연구개발에 차질을 빚게 됐다”며 “연구개발은 지속해서 추진하는 연속성이 중요한 데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사업단은 정부가 자금줄을 틀어쥐고 있는데 사실상 연구를 중단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연구개발에 쏟는 비용의 상당 부분은 인건비로 투입되고 있어 당장 예산을 줄인다면 사람을 내보내거나 이들이 사업단을 떠나게 될 것”이라며 “다른 지원 정책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겠다지만 신진 연구자보다 기존 연구자부터 제대로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정부가 인력양성에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연구개발 분야나, 디지털 헬스케어 등 산업 성장이 유망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별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생산한 의약품의 품질 문제를 관리할 품질 관리 전문가, 개발 이후 특허에 대응하기 위한 지식재산권(IP) 전문가 등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된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인력 양성이 효과적이냐는 의문을 내비치고 있다. 이론 중심으로 진행되는 교육이 대다수라 실무에 당장 투입하기 어려운 인재가 많고, 프로그램 자체도 전담 인력 없이 1~2년 정도만 운영되기 때문이다. 연구 현장에 투입할 석·박사 인력을 원하는 산업계가 실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정부가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며 뚜렷한 지침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신동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8월 3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춰가는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특정 기관들의 연구개발을 ‘카르텔’이라고 지칭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도 16% 이상 삭감했는데, 이는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추진된 것도 아닌 데다 현재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라는 상황에서 왜 이런 예산을 구상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연구개발 인력의 이탈 문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사업단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이미 산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경쟁력의 핵심인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 내 연구개발 인력이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선진 국가와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인재 경쟁이 벌어지자, 정부가 나서 연구개발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고안하는 모습이다. 신약 개발뿐 아니라 임상을 마치고 난 뒤 신약의 인·허가를 담당할 규제과학 전문가도 부족한 상황이다. 의료 지식을 바탕으로 임상 현장에서 기관과 병원 간 소통하는 의사과학자도 인력난이 심한 것은 마찬가지다.
주요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고액 연봉을 제시해 다른 기업의 연구개발 인재를 빼오는 사례가 늘어나며 법정 다툼도 일어나는 분위기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당장 임상 현장에 투입해야 하는 전문 인력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발표한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바이오헬스 산업의 인력 부족 비율은 3.4%를 기록했다. 12대 주력 산업 중 인력 부족으로는 종합 2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바이오헬스 인재 양성 방안에서도 이 분야에 오는 2027년까지 10만8000여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앞으로 5년 동안 이 산업에 진출할 인력은 3만4000여 명에 불과하다. 전문 인력을 영입하려는 경쟁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에서는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면서도, 기존 인력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에 칼을 대면서 사실상 기존 사업의 예산을 떼, 다른 사업에 투입하며 현재 진행 중인 정부 지원 사업은 출혈을 입게 됐다. 기존 연구자의 연구개발 지속성을 지켜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의 유명 제약바이오 산업집적단지(클러스터)는 대부분 대형 제약사와 기술 중심의 바이오 기업들, 이곳들에 인재를 공급하는 대학과 연구기관,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사 등으로 이뤄진 ‘생태계’로 이뤄져 있다. 정부 지원도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산업 생태계를 받치는 한편, 산업 현장에 투입할 신규 인력과 기존 인력을 모두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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