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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현금’만 14조…HMM 인수전, 제사보다 젯밥?

[HMM 인수전 3사3색]④
상반기말 기준 HMM 유동자산 14.3조원
남은 영구채 주식전환시 원매자부담 가중
해운업황 악화일로…매각 변수 작용 전망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코로나19 기간 역대급 호황을 누린 HMM(011200)은 차곡차곡 현금을 축적해나갔다. 2020년 1조원 수준이던 현금성 자산은 올해 상반기말 기준 14조원을 넘어섰다. HMM을 인수한 회사는 인수 후 배당금을 높이거나 자산 이전 등의 방식으로 HMM 보유 현금을 ‘활용’할 수 있다. HMM 인수후보군의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결국 HMM 곳간에 기댄 인수전이 될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MM의 올해 6월말 기준 유동자산은 14조2809억원에 달한다. 당장 뽑아 쓸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1조6977억원)을 비롯해 만기 1년 미만의 기타유동금융자산(10조6085억원), 주식 등 당기손익자산(2334억원)도 상당하다. 유동성파생상품자산(1026억원), 기타유동자산(1339억원) 등도 언제든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HMM은 지난해 사상 최대 호실적을 내면서 유동자산이 크게 늘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줄었지만 기타유동금융자산이 늘어나면서 전체 유동자산 14조원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HMM 연간 매출은 18조5828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9조9516억원)과 당기순이익(10조854억원)도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HMM의 차입금 의존도도 지난해 14.9%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 수준으로 개선됐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HMM 매각가가 5조원이라는 점에서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현금성 자산은 매력적인 요소다. 기업 인수 후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어서다. 지난 2013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코웨이 지분 30.9%를 총 1조1915억원을 들여 인수한 후 MBK는 매년 배당금 규모를 늘려 총 1조원이 넘는 금액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HMM도 이같은 전략을 취할 경우 인수자의 재무 부담은 크게 경감된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영구채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해 구주와 함께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HMM의 현금성 자산은 더욱 돋보인다. 주식 전환 대상은 오는 10월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원 규모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다. 이 경우 정부 지분이 당초 40.7%에서 57.9%로 커지면서 인수기업의 필요자금도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HMM이 쌓아둔 현금성 자산은 추가 투자 및 업황 부진에 대비한 자금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현대LNG해운,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 등 중형 해운사 매물이 대거 나오면서 HMM이 역으로 인수에 나설 경우 보유 현금을 활용해야 한다. 산은과 해진공 입장에서도 수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만큼 외부 유출보다는 내부 투자로 이어지길 바랄 수 있다. 

증권가에선 오는 10월 영구채의 주식 전환 후 주가 추이가 매각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근 흥국증권 연구원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 중인 HMM 보통주 및 192회 CB와 193회 BW를 전환 또는 행사해 보유하게 될 보통주를 합산한 3억8790만주가 입찰 대상”이라며 “인수 금액과 인수 주체에 따라 주가 방향성이 정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해운업황 악화도 HMM 매각전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해상운송 항로 운임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8일 기준 999.25를 기록했다. SCFI는 지난 7월 28일 1000선(1029.23)을 회복한 이후 7주만에 1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주 노선은 물론 유럽, 지중해, 중동, 남미 등 모든 지역의 운임이 하락했다. 

운임 하락은 HMM 등 국내 해운사들의 업황과 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HMM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602억원으로 전년대비 94.5% 급감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0조원에 육박했지만 이같은 호실적은 일시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HMM은 2011년부터 9년간 누적 영업손실 3조8401억원, 당기순손실 5조9467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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