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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먹는 밥 ‘한 공기 반’ 시대 ‘가루쌀’로 판로 넓히는 식품사, 왜?

[밥그릇 넘어선 ‘쌀’] ①
쌀 소비 20년 새 반토막…밥 대신 빵·면 주인공으로
가공 쌀 품종 개발 장려…식품사 제품 개발 적극적

벼 보관창고에 수확한 쌀 포대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2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인의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밥 2공기가 넘었다. 그러나 지난해 1공기 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산 쌀이 들어간 상품이 나올 때마다 ‘우리쌀 소비를 촉진한다’는 코멘트가 단골로 등장하는 배경이다. 밥 짓고 떡 만드는 데 쓰던 쌀이 이제는 맥주·빵·요구르트 등 다양한 식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변신하는 쌀의 중심에는 정부 주도로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있는 ‘가루쌀’이 있다. 가루쌀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쌀가루와는 구분된다. 쌀가루 전용 ‘품종’으로 쌀을 불릴 필요 없이 바로 빻아서 사용할 수 있다. 겨울철 밀과 이모작이 가능하고 제분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국내 유통 중인 밀가루의 대부분이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 농가를 살리고, 수출상품화 할 수 있는 유망한 품종으로 거론된다. 쌀 소비 감소 문제에 대응하는 정부의 쌀 가공산업 활성화 정책과 결을 같이 한다.


밀 대체 ‘가루쌀’, 새 식품 원료로 인기


국내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가루쌀 제품 개발에 나선 배경에는 정부가 농업‧농촌을 위한 농정 역점사업으로 내건 가루쌀 촉진 정책과 연관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가루쌀 산업 육성을 대안으로 내놨다. 일반 벼 재배면적을 가루쌀로 전환해 95%에 달하는 수입 밀 의존도를 낮추고 만성적인 쌀 과잉 공급 문제까지 잡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6년까지 가루쌀 재배면적을 4만2000㏊로 늘려 20만t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연간 밀 소비량의 10%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쌀 공급량보다 소비량은 현저히 떨어진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57kg으로 10년 전인 2012년(70kg)보다 10kg 넘게 줄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5년(128kg)부터 38년 동안 매년 줄고 있다. 반면 지난해 쌀 생산은 376만4000t으로 10년 전(400만6000t)보다 6%(24만2000t) 감소하는 데 그쳤다. 소비 감소보다 생산 감소 속도가 한참 더뎌 과잉 생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밥 대신 빵이나 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늘자, 가공에 적합한 쌀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를 장려하고 있다. 가루쌀을 재배하면 1㏊당 100만원, 밀이나 목초 등 조사료까지 함께 심으면 최대 250만원을 지원하는 ‘전략작물직불제’도 지난 1월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정부는 내년부터 가루쌀이 본격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2027년까지 가루쌀 생산량을 20만t으로 늘려 연간 밀가루 수요 10%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가루 쌀은 재배 방식이 밥쌀과 유사하지만, 밀과 비슷한 특성이 있는 새로운 쌀 품종이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줄어드는 
쌀 소비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식량 주권 강화’에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전략 작물이다.

또 밀가루처럼 가루를 내어 활용하지만, 식감이 더 좋고 소화가 더 잘된다는 특징이 있다. 재배기간이 짧아 이모작이 가능하고, 분쇄가 쉽고 건식 제분이 가능해 가공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높다. 가루쌀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가루쌀 종자 및 재배 기술의 보급, 관리 체계의 고도화 등 공공 분야에서 공을 들인다고 하더라도 산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참여가 절실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관련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업체들도 가루쌀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PC삼립은 국내 쌀 소비 촉진 정부 사업에 동참해 가루쌀을 활용한 미각제빵소 가루쌀 베이커리 2종을 선보였다. 가루쌀 베이커리는 농촌진흥청에서 국내 쌀 소비 촉진을 위해 개발한 쌀가루 전용 품종인 가루쌀을 사용한 제품이다. 하림에서는 가루쌀로 만든 라면을 최근 출시했다. 신제품은 ‘닭육수 쌀라면’ 2종으로, 밀가루와 가루쌀을 배합해 면을 제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루쌀이 밀가루 수요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내년에는 가루쌀 생산과 제품개발 지원을 더 강화할 계획이
다. 이를 위해 올해 가루쌀 전문생산단지 육성을 위해 40곳에 31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내년에는 130곳에 95억원을 투입한다. 또 내년도 예산안에 가루쌀 제분·유통비용으로 20억원을 지원할 수 있는 항목을 마련했고, 식품사의 원료구매자금 융자로 250억원을 새로 편성했다. 아울러 가루쌀 제품 시장 조성을 위한 예산은 올해 40억원에서 내년 73억원으로 증액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루쌀은 기존 밀 제분 생산 라인에서 제분할 수 있는 점이 획기적”이라며 “이제껏 일반 쌀을 미분해 생산했으나 가루쌀이 보급돼 향후에는 가루쌀로 제품을 양산해 쌀빵·국수 제품 등으로 제품 판로가 개척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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