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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미라 미국 특허’ 빗장 풀렸다…‘24조 시장’ 놓고 밥그릇 싸움 [휴미라가 연 바이오시밀러 시장]①

미국 제약사 에브비, 지난해 휴미라 매출만 약 28조
특허기간 끝나자…기업 10여곳, 바이오시밀러 출시

미국 제약사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의약품을 말한다. 해외 제약 바이오 전문 매체인 드러그 디스커버리 앤 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은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다. 휴미라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바이오의약품으로, 미국의 제약사인 애브비가 판매한다. 애브비는 지난해 휴미라로만 전 세계에서 212억3700만 달러(약 28조222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의약품을 제외하고서는 단일 의약품으로 최대 매출이다. 휴미라는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자리를 놓치지 않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의약품인 만큼 이 약물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리길 바라는 기업은 많았다. 바이오시밀러는 특정 바이오의약품의 치료 효과를 흡사하게 만든 의약품이다. 통상 기존 의약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제형도 다양해 환자들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특히 휴미라는 전체 매출의 90% 가까이 미국에서 올리고 있어 국내외 기업들은 이 약물의 미국 특허가 종료되길 오랜 기간 기다렸다. 휴미라의 미국 특허의 빗장이 풀리길 바랐던 기업들의 수만 어림잡아 10여 곳이다.

이들 기업이 준비해온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무더기로 출시한 시점이 바로 올해다. 휴미라의 미국 특허가 최근 종료되면서다. 의약품은 통상 개발 이후 수년간 특허를 통해 수익을 낼 권리를 보장받는다. 특허가 종료되면 다른 기업도 해당 의약품과 흡사한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신약을 개발한 기업들은 특허를 통해 다른 기업들이 해당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지 못하게 막는다. 이른바 ‘특허 장벽’을 높게 세우는 것이다.

휴미라 특허만 140여건…아직은 높은 오리지널 벽

애브비도 10여 년 전 휴미라를 출시한 뒤 다양한 특허를 등록하며 다른 기업이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애브비가 핵심 특허이자 원천 특허인 물질 특허 외 등록한 특허만 140여 건에 달한다. 특히 애브비는 미국에서 제조 방법과 제법, 제형, 적응증, 용도, 성분 조합 등 다양한 영역에서 특허를 등록하는 등 특허 장벽을 높게 쌓았다. 의약품의 특허 범위를 넓게 설정한 뒤 몇 년에 걸쳐 이를 조금씩 바꾸는 애브비의 ‘에버그리닝(Evergreening)’ 특허 전략은 현재도 특허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살펴보는 전략이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암젠 본사 전경. [사진 REUTERS/연합뉴스]
미국의 제약사 암젠은 이런 장벽을 넘어 올해 가장 먼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다. 이 회사는 암제비타라는 이름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올해 1월 미국 시장에 내놨다. 특정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됐다면 다른 기업들이 우후죽순 해당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를 내놓을 것인 만큼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젠 또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자가 많을 것으로 판단해 제품을 먼저 출시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한 기업은 암젠 뿐이기도 하다.

암젠을 제외한 기업들 대다수는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다. 이들 기업은 임상을 통해 입증한 치료 효과와 낮은 가격을 앞세워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우선 국내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의 제약사인 오가논과 올해 7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하드리마를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과 미국의 코헤러스, 화이자, 독일의 프레제니우스카비도 같은 날 미국 시장에 자사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내놨다. 이들 기업이 출시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각각 실테조와 유심리, 아브릴라다, 아이다시오다. 셀트리온의 해외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도 비슷한 시기 자사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유플라이마를 미국에 출시했다. 

이들 기업이 앞다퉈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든 것은 이 약물의 매출 규모가 다른 블록버스터 의약품과 비교해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장은 휴미라가 가장 잘 팔리는 시장이다. 애브비에 따르면 휴미라의 미국 매출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186억1900만 달러(약 24조7547억원)에 달한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한 기업들이 자사 제품으로 시장의 5%만 점유해도 조 단위 매출을 올리게 된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기업이라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5%만 점유해도 조 단위 매출…매력적인 시장 

미국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리면서 바이오시밀러 시장 자체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지난해 191억 달러(약 25조3942억원)에서 연평균 22%씩 성장해 오는 2026년에는 423억 달러(약 56조239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규모가 큰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올해 열리면서 전 세계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블록버스터 의약품도 줄줄이 미국에서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 미국 특허가 만료됐거나 만료될 의약품은 존슨앤드존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와 일본 다케다제약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바이반스(성분명 리스덱스암페타민),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의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오바지오(성분명 테리플루노마이드),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악템라(성분명 토실리주맙) 등 10여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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