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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실사...KDB생명 연내매각 '반신반의'

[보험사 매물 점검]①
우협 지위 꿰찬 하나금융, 실사 기간 연장
연내를 목표로 했던 매각 완주, 불확실성 고개
KDB생명 정상화 비용 최대 1조원으로 예측
넘치는 보험 매물에 하나금융 ‘신중 모드’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진 KDB생명]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보험사 매물이 쏟아지면서 인수 후보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실사작업을 진행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KDB생명의 재무 정상화를 위한 투자 비용이 조 단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7월부터 실사를 시작해 당초 9월 중순까지 최종 인수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KDB생명 매각 결론이 이르면 이달 중순 이후 나올 것이라 점치고 있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의 실사를 마치고 함영주 회장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단 설명이다. 

하나금융의 최종 인수 여부가 확정되면 KDB생명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이 과정에서 인수가 협상을 진행한다.

재무구조 정상화 위한 비용 부담 높아

그간 시장에서 언급됐던 KDB생명의 적정 매각가는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취약한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인수 이후 최소 수 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하면 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비용 집행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올해 보험업계에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된 가운데 3월 말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47.7%에 머물렀다. 이후 경과 조치를 거쳐 101.7%로 올라섰지만 금융감독원에서 권고하는 적정 수치 15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재무건전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자금여력비율은 보험사가 보험상품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보험사의 경영상태를 알 수 있는 핵심지표다.

K-ICS 권고치를 밑돌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점검을 받게 된다. 이는 매각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KDB생명은 하나금융의 인수 결정을 기다리면서 자본 확충 작업에 매진해 왔다. KDB생명은 지난 8월 14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지난 9월 4일에는 1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결정했다. 

하나금융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KDB산업은행도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당초2000억원으로 평가된 구주가도 1000억원 수준으로 낮춰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KDB생명의 지분 93%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은 3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2대 주주로 남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ICS 비율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본적정성이 여전히 업계 평균 대비 낮은 수준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신용 등급 하향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신평은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하회하거나, 순이익/지급여력기준금액 비율에 내재된 변동성이 높게 유지되는 경우 등급 하향 가능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K-ICS 경과조치에 따라 구제도(RBC)에 따른 기발행 자본성증권이 지급여력금액으로 전액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유상증자가 K-ICS비율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ALB생명·동양생명 등 우량 매물 변수로 작용

시장에 나온 매물이 많은 만큼 하나금융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초에 하나금융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계에서도 별 다른 구속력 없이 이번 거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KDB생명이 재무건전성과 추후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리스크가 있는 만큼 다른 매물들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시장에 나온 보험사 매물 중 ALB생명과 동양생명이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이들 보험사는 우량 매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보유한 ABL생명은 최근 매각 절차를 본격화했다. ABL생명의 매각 예상가는 최대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기준 자산은 17조원을 보유하고 있고 K-ICS 비율도 163%에 이른다. 동양생명도 총자산 37조원, K-ICS 비율 163%로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동양생명은 다자그룹이 보유한 또 다른 보험 매물로 곧 M&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생명은 다른 보험사에 비해 자산 규모도 크고 재무 상태도 안정적이라 인수 후보자들로부터 관심이 주목된다. 

매각가로 최대 ‘3조원’이 언급되는 롯데손해보험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도 하나금융지주가 꼽힌다. 하나금융이 이미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더 큰 손해보험사를 사들이기 원한다는 이야기가 떠돌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미래전략으로 삼고 M&A를 통한 외형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어 신중하게 인수 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은행이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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