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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과 상장 기로…‘진퇴양난’ 11번가, 큐텐에 팔리나

큐텐, 경영권 인수 등 11번가 실사 진행
5년전 FI에 약속한 상장기한 9월말 종료
수개월째 실사 중…몸값 이견 조율 관건

'싱가포르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이커머스 업체 큐텐(Qoo10)이 11번가 인수를 위한 기업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각 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큐텐(Qoo10)이 토종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에 나섰다.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국내 3위로 올라설 수 있는 만큼 실사 작업도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번가가 5년 전 투자유치 당시 약속한 상장 기한이 지난달 말로 만료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도 상장보다는 매각이 최선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402340)에 11번가 지분 인수 의향을 밝히고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큐텐의 11번가 실사 작업은 벌써 수개월째 지속 중으로, 올해 여름부터 본격적인 실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기업 가치나 인수 방식 등을 놓고 SK스퀘어 측과 여러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큐텐은 지난해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쇼핑을 연달아 인수하며 이커머스업계의 메기로 급부상했다. 큐텐이 11번가까지 인수하면 이마트 품에 안긴 지마켓을 넘어 업계 3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중국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 뛰어들면서 국경을 초월한 경쟁도 심화할 전망이다. 

상장 시기 놓친 11번가, 결국 지분 매각 선회

11번가의 매각은 어느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 2018년 11번가가 FI들로부터 5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내건 5년의 상장 기한이 올해 9월말로 종료되면서다. 당시 투자유치에 참여한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FI들은 11번가의 상장을 전제로 투자에 참여한 만큼 이들의 엑시트를 위해선 상장은 필수적이었다. 

실제 11번가는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상장에 여러번 도전했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다. 2021년 사내 ‘IPO 추진팀’을 신설하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한국투자증권, 골드만삭스 등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IPO 준비에 돌입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부터 증시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커머스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컬리, 오아시스마켓, SSG닷컴 등 경쟁사들도 상장을 잠정 중단했다. 상장 시기를 사실상 놓친 11번가가 지분 매각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5년전 2.7조 기업가치, 지금은?

관건은 11번가의 기업가치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11번가의 몸값은 1조원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11번가가 2018년 투자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2조7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5년새 기업가치가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FI들 입장에서는 2018년 투입한 투자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헐값매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큐텐이 11번가 실사를 진행하더라도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매각이 불발될 수도 있다. 앞서 LG유플러스(032640) 역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왓챠 인수를 위한 기업 실사를 수개월간 진행했지만 최종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1번가는 올해 9월까지 상장이 사실상 물건너 가면서 차선책으로 매각 방안이 꾸준히 논의됐던 것으로 안다”며 “(인수 업체와 관련해선) 복수의 업체와 지분 매각을 두고 조율하다가 최근에는 큐텐 쪽으로 유력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SK스퀘어 관계자는 “지분 매각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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