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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건 다 판다”…HMM 인수후보들 자금마련 ‘총력’

팬오션, 한진칼 지분 매도해 1628억 확보
김재철 동원 명예회장 “HMM 인수는 꿈”
LX그룹 내부 TF 조직…본입찰 철통대비

HMM 인수전에 뛰어든 하림, 동원, LX그룹이 자금 마련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 각 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HMM(011200)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들이 실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림그룹 계열사 팬오션(028670)은 보유 중이던 한진칼(180640) 지분을 전량 매도해 1600억원 규모 현금을 마련했고, 동원그룹과 LX그룹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그룹사 차원의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매각 측은 하림, 동원, LX그룹 등 인수 후보 3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6일부터 두 달간의 실사 기간을 부여했다. 매각 주관을 맡은 삼성증권은 가상데이터룸(VDR)을 통해 실사 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경영진과 실무진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음달 있을 본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주식 3억9879만156주(지분 38.9%)다. 여기엔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 중인 2조7000억원 규모 영구채 중 1조원 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한 물량(2억주)가 포함됐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 대금이 최소 5조원에 달하고 있어 각 인수 후보별로 자금 마련을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인 모습이다. 

우선 하림그룹 산하 팬오션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이던 한진칼 지분 5.8%(390만3973주)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가는 주당 4만1710원으로, 총 1628억원 규모다. 팬오션 측이 밝힌 처분 목적은 ‘투자수익 확보’지만, 7조원이 넘는 HMM 인수자금 마련에 도움이 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팬오션은 지난해 5월 1억1100만원을 투자해 한진칼 지분을 최초 매입했다. 같은해 12월 호반건설이 보유한 333만890주(4.96%)를 1259억원에 추가 취득하며 지분을 5.8%로 확대하기도 했다. 당시 팬오션이 밝힌 지분 매입 목적은 ‘단순투자’였다. 1년 5개월만에 이뤄진 지분 매매로 팬오션은 약 368억원의 차익을 실현하게 됐다. 

하림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신한·국민·우리은행과 미래에셋·NH투자증권 등과 함께 대주단 구성을 마친 상태다. 하림이 확보 가능한 현금성 자산은 올해 1분기말 기준 1조6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번 지분 매각 등을 통해 2조원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동원그룹은 김재철 명예회장이 직접 HMM 인수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의지를 천명했다. 김 명예회장은 지난달 1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명예 공학박사 학위 수여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며 “우리는 바다에서 이룬 회사다. HMM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명예회장이 HMM 인수와 관련한 의견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엔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차남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모두 참석했다. 그만큼 HMM 인수에 진심인 것으로 풀이된다. 동원그룹은 서초구 양재동 소재 동원F&B 빌딩 등 사옥 매각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탄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전환사채(EB) 등의 발행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LX그룹은 HMM 인수를 위한 자문사로 삼덕회계법인을 선정하고 내부적으로 TF를 꾸렸다. TF엔 HMM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물류 계열사 LX판토스 구성원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LX그룹은 올해 1분기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2조4000억원으로 후보군 중 가장 앞서고 있는데다, 유상증자 등 가용 방법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HMM 매각이 최종 유찰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후보들이 현금 끌어모으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인수 가격으로 거론되는 5~7조원에는 턱없이 부족해서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산은이 보유한 HMM 지분 39%의 가치는 약 6조6000억원으로 평가됐다. 매각 측이 적격 후보가 없다고 판단하면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한편 HMM 매각을 위한 실사 작업은 오는 11월초 종료될 예정이다. 실사가 마무리된 후 11월 중순께 본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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