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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대거 몰려왔지만…면세업계, 울상 짓는 까닭 [이코노Y]

국경절 연휴에도 중국인 전체 매출 감소
中 경기 침체·유커 소비 패턴 급변 영향

서울 명동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유커(중국 단체관광객)의 귀환으로 하반기 호실적이 기대된 국내 면세업계가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두 달 전 유커의 한국 방문이 허용되고, 중국의 황금연휴로 꼽히는 중국 국경절(9월29일~10월6일) 기간 업계 분위기를 전환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막상 이 기간 유커 유입도 크지 않았을뿐더러 실적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 변화 및 중국 내 경기침체 영향으로 유커의 객단가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19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면세점 매출액은 1조1366억원으로 지난해 8월(1조5701억원)보다 27.6% 감소한 수치다. 외국인 면세점 이용객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증가한 총 206만3989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국인 매출액은 1조4309억원에서 8990억원으로 37% 감소했다. 외국인 이용객 수는 늘어났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관광객 방문이 늘어났는데도 매출이 줄어든 직접적인 이유는 면세업계가 송객수수료를 올해 초부터 줄이면서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의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송객수수료는 다이궁이나 단체 관광객을 유치한 여행사 가이드 등에게 지급하는 알선 수수료다. 업계는 송객수수료를 낮춰서 매출이 줄더라도 영업이익 향상을 택한 것이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중국에서 중산층이 해외여행을 미루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1이 최근 경기 침체와 정치 상황 등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을 떠날 의향이 줄었다고 답했다. 유커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는 불리한 소식이라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쇼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러한 조사 결과를 입증하듯 국내의 유커 방한도 본격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단체 관광객 이용 빈도가 높은 페리, 크루즈 탑승률은 저조하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 운항이 재개된 중국발 여객선 4척의 탑승률은 평균 20% 미만에 그치고 있다. 칭다오 항로에서는 정원 660명 규모 여객선이 37차례 운항했으나 최고 탑승률은 18%에 불과했다.

여행 트렌드가 쇼핑 위주보다는 원하는 관광지 방문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도 면세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단체 관광보다는 개별 여행형태가 늘면서 대형 패키지여행 상품보다 소규모 그룹을 구성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추세다. 쇼핑 위주 관광에 집중하기보다는 유명 음식점, 카페 등으로 향하는 등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유커들은 화장품, 의류 등의 제품을 면세점이 아닌 올리브영 등 국내 소매 채널 및 로드숍을 통해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의 고물가도 유커 발길을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과 비교해 국내 물가가 크게 오르며 단체 관광 상품 및 호텔 숙박 비용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달 초 중국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방문 당시 일본보다 음식값과 교통비, 숙박비용이 비싸다는 의견을 국내 면세점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화장품 테스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 연합뉴스]

면세 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연령대가 내려가며 이전만큼 구매력이 높지 않다”며 “단체 관광 활성화가 예상보다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면세 매출이 제대로 회복되려면 최대 내년 상반기는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도 국내 면세점 매출액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련 시장에서는 유커 방한 허용의 효과가 4분기 혹은 내년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중국인) 단체 관광 상품 상품 판매가 시작되는 시점이 10월인 만큼 4분기 및 내년도 실적부터 매출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직 면세점 매출액이 전월과 동일한 수준일 것을 보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단체관광 면세점 매출액이 증가하는 데는 4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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