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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기술, 세계 중심에 세운 네이버…사우디 사업 수주 ‘쾌거’

네이버, 사우디 5개 도시 ‘통째로’ 디지털 공간에 구현
사우디 일상 바꿀 ‘상상 속’ 공공 서비스 밑바탕 마련
수주 규모 1300억원…네옴시티 사업 참여도 ‘청신호’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리야드의 네옴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네이버와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의 계약 체결을 바라보고 있다. 네이버는 이번 계약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차원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플랫폼 구축 사업 진행한다. 앞줄 왼쪽이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네이버가 해냈다.’, ‘사우디 붐은 이제 시작.’

24일 네이버의 사우디아라비아 기술 수출을 두고 업계에선 이 같은 평가가 나온다. 강대국에 밀렸던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이 이제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을 네이버가 입증해 냈단 견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네이버의 기술을 적극 채택하면서,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75조원)로 책정된 대형 도시 계획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도 그 역할이 증대될 수 있단 기대가 나온다.

네이버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와 국가 차원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플랫폼 구축 사업 진행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네이버의 첫 대규모 중동 사업이 성사됐다. 회사는 구체적인 계약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금액은 1억 달러(약 135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의 사업 수주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과 함께한 경제사절단 일정 중 이뤄졌다. 회사 측은 “국가 전략산업이자 민관 협업 플랫폼 모델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수출 1호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했다.

네이버는 이번 계약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비롯해 메디나·제다·담맘·메카 5개 도시에 자사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한다. 향후 5년간 클라우드 기반의 3차원(3D) 디지털 모델링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운영하는 게 이번 계약의 핵심 골자다. 네이버는 이를 스타트업이나 전문 기관 등도 활용 가능하도록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구축된 오픈 플랫폼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한 S맵. [사진 S맵 홈페이지 캡처]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가상에 옮기는’ 기술이다. 실제 세계를 디지털 공간에 정밀하게 구현, 시뮬레이션 등을 진행하는 개념을 말한다. 기계·장비 따위의 사물은 물론 공간 자체를 가상 세계에 옮겨 모의실험 등을 진행하는 게 핵심이다. 현실을 가상 공간에서 옮기면 인공지능(A)·빅데이터 등을 통한 분석이 수월해진다. 사업 진행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서비스·기기 등의 성능을 높일 방안을 찾는 식으로 활용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스마트시티 조성에 활용한다. 스마트시티 조성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네이버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구축하겠단 구상이다. 가상으로 옮겨진 5개 도시는 ‘공공 디지털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새로운 도시 계획은 물론 홍수 예측도 이 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한국 대표 IT 기업이 첫 단계부터 구축하고 직접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전사적 역량을 활용해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네이버랩스는 첨단 기술의 고도화를, 네이버클라우드는 안정적인 클라우드 기술과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등 그간 차근히 쌓은 기술 역량을 모두 활용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간 협업이 지속해서 이뤄질 수 있는 채널 역할도 수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불과 1년…네이버가 마음 훔치는 데 필요했던 시간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사업을 논의한 기간은 불과 1년 남짓이다. 2022년 11월 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관한 민관 수주협력단 ‘원팀코리아’ 일원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방문한 게 계기가 됐다. 네이버는 이 자리에서 다양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인사들에 그간 확보한 IT 기술 역량을 뽐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이번에 수주 계약을 맺은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장관이 직접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방문했다.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지 한 달도 안 돼 이뤄진 두 번째 만남이다. 알 호가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장관은 이곳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된 로봇 생태계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사업 수주가 가시화된 건 올해 3월이다. 네이버와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는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에 다각적 협력’을 골자로 직접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MOU는 이번 사업 수주 계약의 밑바탕이 됐다. 알 호가일 장관 이후로도 압둘라 알스와하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정보기술부(MCIT) 장관 일행을 비롯해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 ▲국가정보센터(NIC) ▲국가데이터관리단(NDMO) 등 주요 기관 소속 인사들이 네이버 사옥을 찾았다. 사업 수주 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주요 인사가 1784에 방문한 건 총 9차례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인사들은 소속 부처를 막론하고 자율주행 로봇이 건물 곳곳을 누비는 네이버 기술력에 감탄해 왔다.
알 호가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일행이 네이버 제2사옥 1784에 적용된 기술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네이버]

‘글로벌 수준’ 기술력 입증

네이버는 이번 사업 수주의 배경으로 단연 ‘기술력’을 꼽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차세대 미래형 도시 구축은 단연 글로벌 규모의 사업이다. 국가 단위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세계 빅테크의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는 실제로 다양한 기업을 물망에 두고 기술력 검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네이버 기술이 ‘가장 빠르면서도 확장성 높은 디지털 트윈 결과물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네이버가 지닌 디지털 트윈 기술은 ‘10cm 내외의 오차 범위’의 정밀도를 자랑한다. 도시 전체를 정밀하게 구현·복제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이 이번 사업 수주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매핑 로봇 ▲데이터 처리 인프라 ▲무중단·무사고·무재해 이력을 보유한 데이터 센터 운영 노하우 ▲1784 사옥을 구현하며 실증한 기술 역량 등도 높게 평가받았다. 회사 측은 “디지털 트윈은 장기적인 구축과 더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도시·국가 단위의 인프라이자 플랫폼”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서 추진하는 국가 단위 사업은 1784 이후에도 꾸준히 고도화해 온 AI·로봇·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의 총망라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네이버 디지털 트윈 기술의 사우디아라비아 5개 도시 접목으로 구현이 가능한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시뮬레이터를 통한 스마트시티 설계는 물론 ▲도시의 물 관리 ▲실감형 부동산 ▲서비스 로봇 구현 ▲자율주행 모빌리티 ▲도로 단위 교통 정보 ▲AI 지도 등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배달로봇 루키가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주행하는 가상 이미지. [제공 네이버]

네이버는 이번 사업으로 구축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보다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법인 설립도 검토 중이다. 또 중동 지역 클라우드 리전(Region·독립적이고 지리적으로 격리된 서버의 물리적 위치. 통상 여러 데이터센터의 묶음을 뜻함)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초대규모 AI 모델과 클라우드를 활용, 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의 정책 현안을 해결하는 방안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네옴시티 역시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네옴시티는 홍해 인근 사막·산악지대를 인공도시로 탈바꿈하는 도시 계획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석유 중심의 현 산업 구조 탈피를 이루겠단 목표다. 네이버는 스마트시티 기술을 추후 하이퍼클로바X·소버린AI·소버린클라우드 등으로 확대, 네옴시티 사업 참여도 타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설·토목에 이어 한국 대표 IT기업의 기술력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도 그 역할이 높아질 수 있단 업계 기대가 나온다.

이번 사업 수주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는 “건설 플랜트 수출로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진 선배들의 노고와 땀의 가치를 깊이 새기고 있다”면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2의 중동 수출 붐을 이끌어 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네이버가 IT 스타트업의 중동 수출에 대한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브레인리스 로봇 루키가 돌아다니는 모습. [영상 송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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