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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 일본, 미래 모빌리티 제대로 보여줬다

[4년 만에 열린 도쿄 모터쇼]①
올해부터 재팬모빌리티쇼로 명칭 변경해 개막
전동화 늦었지만 차별화된 미래차 비전 제시

재팬모빌리티쇼 2023 프레스데이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토요타. [사진 이지완 기자]

[도쿄(일본)=글·사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재팬모빌리티쇼 2023’이 개막했다. 이 행사는 10월 26일부터 11월 5일까지 열흘간 도쿄 빅사이트(국제전시장)에서 진행된다. 1954년 처음 시작돼 2019년까지 ‘도쿄 모터쇼’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행사는 올해부터 새로운 이름을 쓰기로 했다.

4년 만에 열린 일본 자동차 축제

6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도쿄 모터쇼는 독일, 미국과 함께 세계 3대 모터쇼 중 하나로 꼽힌다. 긴 역사와 영향력을 갖춘 세계 최고의 자동차 행사가 갑작스럽게 명칭 변경에 나선 이유는 변화와 혁신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를 상징하는 ‘모터’라는 말을 지양하고, 다양한 이동 수단을 포괄하는 모빌리티를 전면에 내세우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 전동화가 있다.

재팬모빌리티쇼는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일본 자동차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재팬모빌리티쇼의 전신인 도쿄 모터쇼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을 끝으로 잠정 중단된 바 있다. 오랜만에 열리는 자동차 행사인 만큼 참가 업체 규모도 대폭 늘었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재팬모빌리티쇼 2023에는 총 475개의 자동차 관련 기업 및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이는 직전(2019년 도쿄 모터쇼) 최종 참가 기업인 192개를 압도하는 수치다.

모빌리티쇼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승용차 부문에는 총 14개 업체가 참가했다. 일본 ▲스즈키 ▲스바루 ▲다이하쓰 ▲토요타 ▲닛산 ▲혼다 ▲마쓰다 ▲미쓰비시 ▲렉서스 ▲소니·혼다 모빌리티, 독일의 ▲BMW ▲메르세데스-벤츠, 중국의 ▲비야디(BYD) 프랑스 ▲르노 등이다.

재팬모빌리티쇼 2023 토요타 전시관 내에 랜드크루저 전동화 모델(오른쪽) 등이 전시된 모습. [사진 이지완 기자]

일본에서 열리는 행사다 보니 현지 제조사에 많은 이목이 쏠렸다. 전동화 전환이 늦었던 일본 브랜드의 미래 비전을 공개하는 시작점이라는 점도 관심을 끈 이유 중 하나다. 그동안 일본 브랜드들은 하이브리드(HEV) 등이 지속해서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믿었다.

일본 대표 완성차 업체라고 할 수 있는 토요타는 ‘자동차의 미래를 바꾸자’(Find Your Future)를 테마로 전시관을 꾸몄다. 현장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 ‘FT-3e’, 스포티한 타입의 ‘FT-Se’, 다양한 목적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카요이바코’, 픽업 트럭형 콘셉트 ‘IMV 0’ 등이 공개됐다. 랜드크루저 브랜드의 전동화 모델인 ‘랜드크루저 Se’, 차세대 중형 픽업트럭 콘셉트 ‘EPU’, 우주 탐사용으로 개발된 ‘스페이스 모빌리티’ 등이 전시됐다.

사토 코지 토요타 사장은 “미래 모빌리티는 우리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그 가치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라며 “토요타는 전 세계 고객의 생활에 가까이 다가가 다양한 모빌리티 선택지를 계속 전달해 나갈 것”고 말했다.

재팬모빌리티 2023에서 처음 공개된 렉서스의 BEV 콘셉트 LF-ZC. [사진 이지완 기자]
재팬모빌리티 2023에서 처음 공개된 렉서스의 BEV 콘셉트 LF-ZL. [사진 이지완 기자]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대한 탐구’(Discover a future you can't wait to navigate)를 주제로 전시관을 꾸민 렉서스는 배터리 전기차(BEV) 플래그십 콘셉트 모델인 LF-ZL와 차세대 BEV 콘셉트 모델인 LF-ZC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LF-ZL은 플래그십 모델답게 웅장한 모습이다. 전체 길이는 5300mm에 달한다. 차세대 모델인 LF-ZC는 2026년 출시 예정으로, 정보 공개가 제한적이었다. 다만 날렵한 비율, 낮은 무게 중심, 넓은 객실, 그리고 기능성과 심미성을 매끄럽게 아우른 감성적인 디자인이 이목을 끌었다.

혼다는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자원 선순환을 실현하기 위한 포켓 콘셉트,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SC e:콘셉트’ 등 이륜 전기 모빌리티와 2인승 전기 모빌리티 ‘CI-MEV’를 전시했다. 이외에도 혼다와 소니가 공동 개발한 전기 모빌리티 ‘아필라’의 시제품이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모터를 포함한 외관은 혼다가, 게임·영화 등 내부 서비스 요소는 소니가 제작했다. 운전석에 5개 이상의 화면을 띄울 수 있다는 것과 플레이스테이션5가 구동된다는 것이 아필라의 특징이다.

혼다·소니가 합작해 만든 아필라. [사진 이지완 기자]

일본차 텃밭에서 고군분투한 독일·중국


일본 현지 업체를 제외하면 독일과 중국 완성차 업체 정도만 재팬모빌리티쇼 2023에 참가했다. 이들은 내연기관차와 전동화 모델의 조합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벤츠는 ‘EQS’, ‘EQE’ 등 세단 및 SUV 전동화 모델과 G바겐 전동화 콘셉트 모델 ‘EQG’를 전시했다. 전동화 전환에 앞장서고 있는 벤츠의 핵심 전동화 제품 및 콘셉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C63 AMG’, ‘S63 AMG’ 등 고성능 세단 라인업도 함께 선보였다.

BMW는 ‘X2’, ‘X7’ 등 SUV와 ‘i5’, ‘i7’ 등 전동화 모델을 전시했다. 특히 i5는 이달 초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출시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외에도 수소연료전지차(FCV) ‘iX5 하이드로젠’(HYDROGEN), 지난 9월 독일에서 공개된 차세대 전동화 모델의 콘셉트인 ‘비전 노이어 클라쎄’ 등도 전시됐다. 해당 콘셉트는 BMW의 디지털 역량을 통해 완성된 ‘i 비전 디’를 기반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BMW의 차세대 전동화 모델 콘셉트 비전 노이어 클라쎄. [사진 이지완 기자]

BYD 서브 브랜드 양왕의 전기 SUV U8. [사진 이지완 기자]

미국의 테슬라와 함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BYD도 재팬모빌리티쇼 2023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BYD가 일본 모터쇼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는 일본 현지에 출시한 ‘아토3’, ‘돌핀’ 외에도 조만간 현지 출시 예정인 ‘씰’이 전시됐다. 뿐만 아니라 벤츠와 합작해 만든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의 전기 밴 ‘D9’, BYD의 프리미엄 서브 브랜드인 양왕이 만든 전기 SUV U8 등도 전시해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을 뽐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4년 만에 열린 모터쇼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축제인 만큼 현지 브랜드 비중이 매우 높다”면서 “일본 브랜드의 미래 전동화 비전 제시는 인상 깊었다. 다만 타국 브랜드의 경우 이미 모두 공개된 제품이라 큰 놀라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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