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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몰린 이차전지 개미 패닉 “팔까요 버틸까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전기차 생산 목표 낮추기 시작
전기차 핵심 부품 배터리 수요도 하락 우려
경쟁 품목 중국산 LFP 배터리 수요 증가 위협

최근 이차전지주들의 주가 급락이 어이지면서 개미들이 혼돈에 빠졌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최근 이차전지주들의 주가 급락이 계속되면서 일반투자자(개미)들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워낙 낙폭이 큰 데다 연일 떨어지기만 하는 주가에 ‘패닉셀링’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 바닥이라는 생각에 매수를 시도하는 투자자들도 나오지만, 미국 고금리 상황에 이어 중동 리스크, 전기차 업황 악화 우려에 추가적인 하락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셀 기업을 비롯해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 소재 업체의 주가는 오랜만에 반등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삼성SDI 정도만 6.8% 상승 마감했다. 

앞서 지난 25일과 26일 이틀 동안에는 주요 이차전지주의 하락폭에 거셌다. 에코프로(-18.24%), 에코프로비엠(-15.06%), 포스코홀딩스 (-11.39%), 포스코퓨처엠(-19.1%), LG에너지솔루션(-11.13%), 삼성SDI(-12.23%) 등의 하락폭이 커지며 개미들을 더 큰 혼란에 빠뜨렸다. 

하반기 들어 국내 이차차전지 주가는 힘이 빠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잇따라 전기차 생산 목표를 낮추기 시작했고,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번졌다. 이에 국내 배터리 및 소재 업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는 테슬라의 실적 부진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도 전기차 생산 목표를 낮추면서 수요 둔화 우려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GM은 미국 미시간주의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을 1년 늦추고, 전기차 40만대 생산 계획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혼다와 진행 중이던 저가형 전기차 공동 개발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포드도 연간 6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목표를 올해 말에서 내년 말로 미뤘다. 

앞서 테슬라는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폭풍이 몰아치는 경제 조건 속에서는 아무리 잘해도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 있다”며 “사람들은 경제에 불확실성이 있다면 새 차를 사는 것을 주저하고, 새 차를 사는 것이 마음속의 우선순위가 아니게 될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테슬라가 이달 초 공개한 3분기 인도량(43만5059대)은 전 분기보다 7% 감소해 판매 부진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불을 지폈다. 이어 이번에 발표한 3분기 매출(233억5000만달러) 역시 작년 동기보다 9%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월가의 평균 예상치(241억달러)에 못 미쳤다.

또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차값을 인하한 영향으로 테슬라의 3분기 매출총이익률(총마진)이 17.9%로 작년 동기(25.1%)보다 7.2%포인트 떨어졌으며,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0.66달러로 시장 예상치(0.73달러)를 밑돌았다.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금융정보업체 LSEG의 집계에 따르면 월가의 애널리스트 14명이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낮췄으며, 이에 따라 그 중간값은 260달러로 떨어졌다.

증권가에선 GM, 테슬라 등 글로벌 주요 고객사의 수요가 부정적으로 전망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전기차·배터리업체의 목표주가를 내렸다. 또 한국산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의 경쟁 품목인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요가 늘어난 것도 이차전지 주가를 끌어내린 원인으로 지목된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 자동차 OEM(주문자위탁생산)들의 2024년 전기차 생산 계획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며 “이에 맞춰 이차전지 회사들의 실적 눈높이도 동시에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리튬 등 메탈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가파른 주가 반등은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주가를 85만원에서 61만원으로 내렸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고금리 장기화와 대기수요 소진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저가형 전기차와 중국산 이차전지 활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1일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분기 깜짝실적을 발표한 뒤 이틀 동안 주가가 8% 가까이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던 이차전지주가 오랜 만에 반등해 다른 이차전지주들로 기대감이 확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틀간의 깜짝 반등 이후 국내 이차전지주들은 더 큰 하락폭에 힘들어 하고 있다. 

개미들 역시 잠시 이차전지 반등에 기대감을 보였으나 이내 셈법이 복잡해 진 상황이다. 이차전지 투자자 대부분 ‘지금 팔아야할지 아니면 들고 가야할지’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증권가에선 내년 전기차 시장 회복과 함께 낮아진 주가로 인해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고금리 장기화 우려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추가하락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일부 종목은 공매도 물량이 많은 점도 우려 상황이다. 그래도 이차전지 사업에 주목한다면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이차전지 시장이 안 좋을 수 있지만 내년 상반기(1∼6월)부터는 저가형 전기차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라 이차전지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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