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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과 이완’ 상반된 개념 담긴 발레…예술과 닮았죠” [E-전시]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개인전 열어
“몸이 지닌 생명력과 내재된 감정 담고파”

첫 번째 개인전을 앞둔 박진 작가를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작업실에서 만났다. 박 작가가 든 작품은 ‘플러시’(Flush·감격).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길게 뻗은 팔을 따라 빛무리가 반짝인다. 발끝을 한껏 모은 발레리나는 온몸을 꼿꼿이 세우고 빛을 향해 고개를 든다. 토슈즈를 신은 발레리나는 가냘파 보이지만 근육이 단단하다. 우아하게 뒤로 뻗은 두 팔은 머리 위로 스치는 빛을 잡으려는 듯하다. 박진 작가가 오는 8일부터 개인전에서 선보일 작품 ‘플러시’(Flush·감격)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강동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박 작가는 “발레리나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인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가장 아름다운 동작으로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의미들 속으로 보는 이들을 이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동경하고 관찰하며 발레를 배웠다”며 “섬세하고 강한 동작을 온몸으로 구현하는 순간들을 직접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발레리나를 모델로 삼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람의 움직임을 통해 몸이 지닌 생명력과 일상적인 삶의 모습, 내재된 감정까지 나타내고 싶다”는 결심에서다.

움직이는 무용수의 모습 역동적으로 담아

박 작가의 염원은 이번 개인전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무용수의 움직임을 빠르게 그려낸 작품이 주를 이루는 ‘무브’(MOVE·움직임)와 쉼 없이 몸을 움직이며 종교적 비움과 채움을 이뤄내는 발레리나를 표현한 ‘이모션’(EMOTION·감정), 이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과 환희를 얻는다는 내용의 ‘인스케이프’(INSCAPE·본질)가 개인전의 세 가지 주제다.

특히 작품 플러시에는 그의 숨겨진 이력이 돋보인다. 박 작가는 발레리나의 움직임을 보다 사실적이고 체험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7년 동안 발레를 배웠다. 그는 “발레리나의 움직임을 보면 상반된 개념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며 “발레리나의 움직임은 고요하지만, 동작을 한번 할 때 온몸의 근육이 팽팽히 조여지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고 했다.

박 작가는 수축과 이완, 소란과 고요, 밝음과 어둠 등 발레리나의 움직임과 그의 작품이 담아낸 개념들이 예술과 닮아있다고 했다. 그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한다”며 “예술과 발레가 같은 개념을 공유하고 있다는 데서 발레 동작을 하는 발레리나의 모습을 직접 작품으로 그려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박 작가의 작품을 보면 무용수의 움직임에 대한 사실적인 재현과 자유롭게 표류하는 감정들이 붓의 터치와 물감의 농담, 여백을 통해 나타난다. 이런 특징은 드로잉 작품에서 더 도드라진다. 정제됐지만 빠른 표현 기법을 통해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라는 섬세한 요소도 역동적으로 표현돼 있다.

그의 작품에서 이런 특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가 한국화를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지에 먹을 써 그린 작품은 빠르고 속도감 있게 그려 무용수의 움직임을 표현했다”며 “이를 다시 아크릴을 활용해 회화로 그려 무용수의 움직임을 색채와 터치로 역동적이게 구현하는 등 다양하게 표현한 작품들을 전시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작가는 독일 베를린예술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미술관 ‘갤러리밈’(GalleryMEME)에서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드로잉과 회화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박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기도 하다. 큐레이터와 그래픽 디자이너·건축가·설치작가가 모인 전시기획팀 플로우가 이번 전시를 꾸렸다.

“작품 완성하며 죽이고 깨닫기 반복해”

박 작가는 이번 전시에 그의 작업이 향할 방향을 담았다고 했다. 이는 끊임없이 움직이다(Move), 감정의 변화를 겪고(Emotion), 본질을 깨닫는다(Inscape)는 개인전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이번에 전시할 작품들은 서로 연결돼 있다”며 “발레리나가 무대를 준비하고, 무대 위에서 열성적으로 움직임을 표현하고, 깨달음을 얻기까지 과정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품 플러시를 그리면서 든 생각은 ‘죽음’”이라며 “무엇인가를 채우려면 반드시 비워야 하는 것처럼 ‘자아를 죽여야 한다’(Kill ego)는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죽음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것을 채워야 한다면 의미는 긍정적으로 변한다”며 “‘자아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계속 그리워한다’(Keep yearning)로 이어지고, 이후 이 자리는 새로운 가치와 깨달음으로 채워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작품과 작품의 방향성도 이런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면서도 “형상성이 있고 없고는 보는 이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이어 “작품 속에 담은 감정을 관객도 느끼길 바란다”며 “회화 작품은 다양한 색채와 질감으로 덮여 (관객들이) 평면에 내재된 의미를 찾는 여행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전시의 주제를 따라가며 보는 대로, 느낀 대로 작품을 즐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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