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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산정' 골머리 앓는 조각투자업계…보호책 마련 분주

금감원, 열매컴퍼니 투자자 보호 미흡 이유로 정정 요구
합치된 의견 없는 탓에 '각자도생'…정보 불균형 해소가 관건
미술품 가격산정시스템 특허 활용…외부 기관과 협력도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2일 금감원은 열매컴퍼니가 지난달 13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국내 미술품 조각투자업체들은 투자계약증권 상품 출시를 위해 미술품 가치산정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각자 모색하고 있다. 투자계약증권 1호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점쳐졌던 열매컴퍼니가 증권신고서 통과에 난항을 겪자, 업계에선 미술품 가치산정 부분이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투자자 보호책에 중점을 두고 조각투자업체가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미술품 등 조각투자 대상이 되는 실물자산의 가치산정 과정에서 조각투자업체와 투자자 간 정보 불균형이 발생해 자칫 투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금감원은 열매컴퍼니가 지난달 13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정정 요청을 받은 열매컴퍼니는 현재 증권신고서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열매컴퍼니의 투자자 보호책이 미흡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미술품 가치산정 항목이 투자자 보호 대책을 일부 반영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미술품 조각투자의 경우 투자자산인 미술품에 대한 가치 산정이 어렵다는 리스크가 따른다. 

열매컴퍼니 관계자는 “금감원으로부터 수정이 요구된 부분에 대해 충분히 보완을 해서 증권신고서 수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증권신고서 통과시점을 특정하기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각투자 업체들 ‘가치산정’ 문제 해결 어떻게 하고 있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신고서 제출을 준비 중인 조각투자업체들도 부랴부랴 보호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가치 평가에 대한 합치된 의견이 없는 조각투자 시장에서 각 사별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업체별로 보면 열매컴퍼니는 회사가 특허로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 가격산정시스템’으로 가치를 산정한다. 구체적으로는 ▲취득한 기초자산의 취득금액 ▲발행분담금 ▲투자자보호기금 ▲감정평가 및 법무법인 보수 ▲귀속 이익 등을 합산한 후, 발행하고자 하는 증권의 총수로 나누어 산정된 공모가격을 선정한다. 최종 가격은 이사회 의결에 의해 최종 결정하는 식이다.

열매컴퍼니 측은 회사가 보유한 특허에 대해 “방대한 국내외 미술품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구축한 가격산정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며 “사전검토 단계에서 관리감독기관 담당자들과 직접 솔루션 시현을 진행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투게더아트는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와 협업에 나섰다. 투게더아트는 지난 3일 한기평과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및 토큰증권(ST) 관련 기초자산의 가치평가 모델링 및 투자계약증권 발행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기초자산의 가치평가 모델링 기준에 관한 연구를 함께 진행하며 공정한 평가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투게더아트 관계자는 “자본시장에 걸맞는 가치 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투자계약증권의 기초자산이 되는 미술품이 자본시장에서 일반 투자자의 관점에서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검증되었다는 점이 알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내 증권신고서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서울옥션블루 역시 내부 가치평가 시스템과 외부 평가를 통해 미술품의 가치 산정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서울옥션블루는 증권신고서 제출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이달 내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테사 역시 미술품 자산 가격의 객관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객관적 가치 산정을 위해 외부 평가 기관과 함께 내·외부 평가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조각투자업체들은 안정적인 투자자 보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테사는 키움증권과 계좌 연동 서비스 제휴를 맺었고, 서울옥션블루는 SK증권과 협업하기로 했다. 투게더아트는 NH투자증권과 실명계좌 연동을 기반으로 하는 투자계약증권 청약 및 배정을 추진 중이다. 열매컴퍼니는 결제 방식으로 에스크로(가상계좌를 이용한 대금 예치 방식)을 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투자계약증권이 새로운 투자 상품인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조각투자업체들에게 명확한 내용 기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미술품 조각투자업체들이 증권신고서 작성과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연내 1호 투자계약증권이 탄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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