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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대표 스타트업의 변신…“내년부터 소재 개발에 더욱 집중할 것”[이코노 인터뷰]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
CNT로 만든 ‘펠리클용 멤브레인’ 반도체 제조기업과 테스트 중

소재 개발 및 부품과 장비 제조에 특화된 곳인 안양메가벨리에 사무실을 마련한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거짓말에도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그의 입담에 무장 해제된 내 모습에 놀랐다. 조리 있는 말솜씨에 유머까지…그와 인터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진행됐다. 알고 보니 몇 년 전까지 그는 서울 대형입시학원에서 자연계 논·구술 과목으로 유명한 일타강사였다고. 한 해에 연세대 의대에 학생 50여 명을 보낸 적도 있다고 하니,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대형 광고판에 그의 얼굴이 실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대형 입시학원의 입시 설명회에 가면 수천 명의 학부모가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해서 강연장에 섰다가 울면서 내려오는 강사도 있을 정도다”면서 “그 자리에서도 박수를 받을 정도로 발표를 잘했다”며 웃었다. 

그의 입담은 투자를 받기 위한 피칭(발표)에서도 빛난다. 그의 피칭을 들은 투자심사역들은 그를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라고 예상하는데, 이공계 박사라는 게 표시된 명함을 받으면 깜짝 놀라기 마련이다. 그는 서울대 재료공학부에서 학·석·박사를 마친 연구원 출신 창업가지만, 말솜씨 좋고 경영 관련 정보가 많은 MBA 출신 스타일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때 글로벌 의료기기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인센티브를 많이 받았다”는 그의 말에 놀라지 않은 이유다. 

그는 한국에서 유명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어썸레이(awexome Ray, 놀라운 이란 의미의 awesome과 X-ray를 합친 단어)의 창업자 김세훈 대표다. 그를 만나면 언변에 놀라고, 사업 수완과 행보에 또 한 번 놀란다. 

공기정화기 에어썸, 군부대 설치 예정

한국에서 소부장 스타트업은 무척 드물다. 소재 개발이나 부품과 장비를 만드는 일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다. 정부에서 소부장 스타트업 지원책을 많이 내놓지만 성과를 내는 스타트업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어썸레이는 대표적인 소부장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그것도 소재나 부품, 장비 등 한 분야가 아닌 소부장 모든 분야에 도전하면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하나만 잘해도 박수를 받는데, 어썸레이는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2018년 7월 김 대표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탄소나노재료설계 연구실에서 함께 일했던 박사 2명과 함께 어썸레이를 창업했다. 창업할 때부터 주목을 받은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이들은 탄소나노튜브(CNT) 섬유를 연속 생산하는 소재 기술과 이를 활용해 엑스레이가 나가는 엑스레이 튜브에 사용된 금속 필라멘트를 CNT 섬유로 교체한 차세대 엑스레이(X-Ray) 부품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엑스레이를 이용해 오염물질을 이온화하는 공기정화기인 에어썸(Airxome)을 제조하고 있다. 어썸레이가 업계에 유명해진 것은 바로 광이온화 기반의 공기정화기 에어썸 덕분이다. 기존 공기정화기가 필터를 사용하는 데 반해, 에어썸은 엑스레이의 광이온화 과정으로 정전기를 띄게 된 오염물 입자를 집진판에 붙잡아서 필터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 건물 공기조화기를 깨끗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용과 인력이 필요한데 에어썸은 집진판만 1년에 한 번 세척하면 되고, 공조기 운영에 사용되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반영구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장점 덕분에 에어썸을 사용하면 공조 시설 운영에 드는 비용과 인력을 줄일 수 있다. 

김 대표는 “에어썸은 공조 장치에 부착할 수 있는 모듈형으로 되어 있어, 신규 설비뿐만 아니라 기존 공조 장치에 추가로 부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코트라(KOTRA) 건물을 비롯해 이지스자산운용의 오투타워, 삼성전자 R5 캠퍼스 등에서 시범 설치해 좋은 점수를 땄다”고 강조했다. 에어썸 덕분에 2020년 환경부·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그린뉴딜 유망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여러 혜택도 받고 있다. 올해 말까지 에어썸을 군부대 안에 설치하는 게 진행될 예정이다. 어썸레이하면 에어썸이 떠오르는 이유다. 어썸레이의 매출 대부분을 에어썸이 차지하고 있다. 어썸레이는 에어썸을 설치한 곳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성능을 계속 체크하고 있다. 이들의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공기부유 세균, 그리고 바이러스 모두 99.9%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투자사 소재 개발 적극 지지”

하지만 어썸레이는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에어썸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바로 소재 개발이다. 어썸레이가 보유한 CNT 제조 기술을 가지고 활용처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CNT 섬유 제조 기술로 해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았고 그게 엑스레이 튜브였다”면서 “기존 엑스레이 튜브보다 작고 발열도 기존 제품보다 덜하다는 장점을 살려 에어썸을 개발했다. 내년부터 우리는 에어썸 부품만 제공하고 공조기를 포함한 분야별 전문 기업이 직접 에어썸을 제작해 더 많은 곳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내년부터는 CNT 제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기 위해 소재 개발 분야에 더 많이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 세계에서 CNT 관련 박사 학위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면서 “우리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CNTfmf 섬유나 필름 형태로 만들면 전극뿐만 아니라 발열 소재 및 배터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초미세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공정의 필수품으로 꼽히는 펠리클용 멤브레인 제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펠리클은 개당 수천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지만 고에너지 EUV 공정이 도입되면 투과율이 좋고 고열에 깨지거나 휘어지지 않는 내구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존 멤브레인 재료는 그 성능을 갖추기 어렵다. 김 대표는 “CNT 필름으로 펠리클 멤브레인을 만들면 지금까지 구현하지 못한 차세대 펠리클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현재 반도체 기업과 함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창업 후 지금까지 260억원 정도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소부장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이라는 상징성도 투자 유치에 큰 역할을 했다. 카카오벤처스·서울대기술지주·KB인베스트먼트· KDB산업은행·GS벤처스·신한자산운용·BMK벤처투자 등 투자업계에서 브랜드가 있는 투자사들이 대부분 참여했다. 투자사들도 김 대표의 행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투자사 입장에서는 에어썸으로 매출을 계속 올리는 게 좋겠지만, 모든 투자사에서 소재 개발에 집중하는 것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면서 “창업멤버들의 기술력을 믿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김세훈 대표가 내년에 소재 개발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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