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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매각5수’도 실패…하나금융은 인수 왜 포기했나

[M&A 큰장, 소문난 잔치]②
“보험업 강화 전략과 부합하지 않아”
ABL‧동양생명 매각에 다시 등장할까
KDB생명 ‘매각 6수’ 재도전 아직 미정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KDB생명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다섯 번째 여정은 실패로 끝났다. 하나금융지주도 해답이 되진 못했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나금융지주는 장고 끝에 KDB생명 인수포기 의사를 밝혔다. KDB생명의 재매각 등 추후 방안은 아직 안갯속이다. 

“KDB는 저희와 함께 갈 수 없습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하나금융지주는 KDB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구조조정 기업인 KDB생명의 인수를 철회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삼일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입찰 공고를 낸 뒤 다섯 번째 KDB생명 매각에 나섰다. 이에 하나금융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올해 7월 인수우선협상자로 선정됐고,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실사작업을 진행했지만 인수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지난 10월27일 양재혁 하나금융그룹 최고전략책임자(CSO)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KDB생명을 두 달 동안 실사했고 그룹의 보험업 강화 전략과 부합하지 않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인수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최종 포기한 것은 KDB생명의 취약한 영업기반과 악화된 건전성 탓으로도 분석된다. KDB생명의 영업점포는 2017년 구조조정 이전 200곳에 달했지만 올해 6월 말 현재는 72곳에 불과하다. 영업기반이 악화되면서 KDB생명의 순익 또한 올해 상반기 577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631억원보다 줄었다.

건전성도 빠르게 악화됐다. 실제로 올해 도입된 재무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의 경과조치 적용 후 수치는 지난 6월 말 140.7%에 불과하다. 당국에선 해당 건전성 수치를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비율이 높을수록 양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금융의 인수 포기는 KDB생명의 입장에선 아픈 결론이지만, 증권가에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 포기로 비은행이익의 기여도 확대 시점이 지연될 수 있겠지만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의사결정으로 평가한다”고 진단했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최근 KDB생명 인수 포기로 인한 하나금융지주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하나금융, 보험사 인수의지 여전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전에서 발을 뺐지만 보험사 인수의지는 여전하다.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비은행 부분 기여도는 12.8%에 불과하다. 작년 말 18.9% 보다 줄어들었다. 하나금융이 리딩금융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수적이다. 경쟁 금융그룹인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보험 계열사 덩치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의 우량 매물로는 ABL생명과 동양생명 등이 거론된다. ABL생명은 자산 규모가 17조원 가량인 중소형 보험사다. ABL생명의 적정 매각가는 3000억~4000억원 수준이고 6월말 기준 K-ICS 비율은 172.2%로 KDB생명보다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 

동양생명은 자산규모가 31조6850억원으로 KDB생명이나 ABL생명보다 몸집이 크다. K-ICS 비율도 162.3%다. 동양생명은 K-ICS 비율 경과조치를 신청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적정 몸값은 최대 1조6000억원으로 높다.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콜에서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관련해서는 타 경쟁사 대비 연금 보장, 자산운용, 연금보장 자산운용 시장에서 열위한 부분이 있어서 합병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자본의 효율성 측면과 자체적인 성장성과 수익성 등을 고려해서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를 포기했다. [사진 KDB생명, 하나금융]

KDB생명, 매각 공회전…‘6수 도전’ 미정

KDB생명 매각은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후 산업은행이 여섯 번째 매각에 다시 나설 지는 아직 미정이다. 지난 10여년간 5차례 매각 동안 산업은행은 약 2~4년의 기간을 두고 매각에 나섰으며, KDB생명의 건전성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여섯 번째 매각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만들었던 KDB칸서스밸류펀드는 내년 2월에 만기된다. 만기일에 맞춰 KDB생명을 매각하기엔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 추후 해당 펀드는 연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관상 KDB칸서스밸류펀드의 만기는 2024년 2월”이라면서 “만기연장 여부는 PEF사원 간 합의 사항으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KDB생명의 재매각 논의 등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으며, KDB생명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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