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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요? 힘든 것 공개해야 해결할 수 있어요” [C-Suite]

[CXO의 방]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용감할 용(勇), 기운 기(氣)
칸막이 하나 없는 열린 공간 지향하는 사무실
창업가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 필요성 강조

CXO(Chief X Officer). 기업의 최고경영자인 CEO를 비롯해 CMO(마케팅), CTO(기술), CFO(재무), COO(운영) 등 각 기업의 분야별 최고책임자를 아울러 일컫는 말입니다. C레벨은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실력과 역량을 인정받아 C레벨의 자리에 오른 이들과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예비 리더들과 함께합니다. 'C-스위트(SUITE)'는 'CXO의 방'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CXO가 머무는 공간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비전과 전략이 탄생하는 공간, ‘C-스위트’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성공의 꿈을 키워나가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가 일하는 공간은 네 개의 책상이 붙어 있는 자리 중 하나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수도권에 있는 스타트업 사무실은 보통 서울 강남 부근이나 판교에 터를 잡기 마련이다. 이유가 있다. 강남이나 판교에 사무실을 마련하면 투자자를 만나기 편하고, 직원 채용에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스타트업하면 떠오르는 어썸레이는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안양메가벨리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투박해 보이는 건물 층마다 많은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는 “어썸레이는 소재를 개발하고 부품을 만드는 하드웨어 기업이기 때문에 전기나 가스를 많이 사용하는데, 강남이나 판교에 있는 사무실에서는 우리 마음대로 설치를 못 한다”면서 “이곳에서는 우리 뜻대로 시설을 설치하고 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 교통도 좋다”고 설명했다. 

안양메가벨리 7층에 있는 어썸레이 사무실 분위기는 독특하다. 40여 명이 뻥 뚫린 한 공간에서 일한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입사한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있는 40여 명의 임직원들은 한 줄에 네 개의 책상이 붙어 있는 자리에서 일한다. 파티션이 전혀 없어 사무실 전체가 열린 공간으로 되어 있다. 대표 자리도 마찬가지다. 네 개의 책상 중 하나가 대표의 자리다. 대표 사무실도 없다. 대표 책상이 다른 구성원보다 크지도 않다. 모니터와 노트북 그리고 몇 권의 책만 올려놓을 수 있는 책상에서 김 대표도 구성원들과 같이 일한다. 개인 짐은 벽에 설치된 책장 형식의 서랍장에 넣거나 조금 불편하지만 의자 옆에 놓아야만 한다. 

김세훈 대표의 공간. [사진 신인섭 기자]


하지만 사무실 옆에는 어썸레이 구성원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카페 형식의 라운지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전체 구성원이 모여 회사 운영에 대해서 토론을 한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나온 질문에는 모든 것을 공개하고 답변한다. 카페처럼 예쁜 라운지와 일렬종대로 되어 있는 사무실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열린 사무실을 지향하는 데는 김 대표가 자기 모습 그대로를 구성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어썸레이를 창업한 지 5년, 창업 과정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해결해야만 했다. 결혼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는 선후배를 설득해 어썸레이에 합류시켜야 했고, 루게릭병으로 아픈 가족을 집에서 직접 병간호 한 시간도 있었다. ‘스타트업이 소부장에 도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는 외부의 편견도 만만치 않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입시학원 강사 일까지 하면서 집안의 빚도 갚아야 했다. 어썸레이가 지금까지 성장하는 데 수많은 선택의 시간이 있었고, 그 결정은 온전히 김 대표의 몫이었다.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보통의 창업가들이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지만, 그는 용기 있게 아프다고, 힘들다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도움을 청했다. 몇 년 전부터 그는 정기적으로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신의 이야기를 투자업계 및 친한 창업가와 공유했다. 투자업계가 자신들이 투자한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위한 정신과 상담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다. 김 대표는 “창업가를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에 초대받아서 연사로 나선 때도 있다”며 웃었다. 

자신이 겪는 어려움과 아픔을 드러내는데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있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여전히 월세에 살지만 지금까지 3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루게릭병 환자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고, 창업가의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업계에 늘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김 대표가 매사에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은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정면 대응하기 때문이다.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김세훈 대표는 1976년생으로 한성과학고를 거쳐 서울대 재료공학과에 입학, 전공이 좋아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졸업 후 기술컨설팅 기업과 교육플랫폼 기업 등 창업에 도전, 두 번의 엑시트를 경험했다.  박사과정에서 탄소나노튜브 섬유 소재라는 재료와 X-ray 활용이라는 두 가지 분야를 모두 전공한 흔치 않은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어썸레이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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