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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102분' 서울-수도권 출·퇴근, 왜 고달파졌을까[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수도권 규제를 다시 생각한다]②
서울-경기 교통수단 많아도 배차간격 넓고 교통혼잡 극심
수도권 규제=국토균형발전 시각 깨져...대전환기 도래

3월 20일 서울 시내 한 버스정류장 정보안내단말기에 도착 및 혼잡도 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나는 드라마를 즐겨본다. 우리 사회가 겪는 문제의 단면을 더 적나라하게 발견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4월 방영된 ‘나의 해방일지’는 수도권 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들의 고된 일상이 잘 묘사된 드라마다.

드라마 주인공인 삼남매는 매일 서울로의 출·퇴근이 고달프다. 지하철이나 광역버스를 타려면 집에서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한다. 삼남매는 퇴근 후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늦은 밤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함께 만나 퇴근한다. 늦은 밤 할증이 붙는 심야 택시비 부담 때문이다.

같지만 다른 서울과 경기도의 1시간

서울과 경기도 내 도시를 오가는 교통수단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하철 3호선은 서울 안에서는 빠르고 배차 간격도 좁지만 서울 밖 경기도(고양시)로 접어들면 사정이 달라진다.

한 번은 강남 수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일산으로 퇴근 중이었다. 운좋게 자리에 앉았는데 그만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다 깨니 경복궁역이었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뉴스를 보다가 종착역이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급하게 내렸더니 목적지가 아닌 구파발역이었다. 일산까지 가기 위해서는 대화행 열차를 다시 기다려야 했다.

이런저런 시간을 다 합치면 수서역에서 대화역까지 2시간이 걸린다. 광역버스도 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철도는 노선과 차량의 크기, 배차간격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버스는 교통혼잡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은 많지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에서 세종시로 가는 고속버스는 10~15분 단위로 차량이 배차돼 있다. 소요시간은 1시간 35분이다. 그런데 경기도 서북에서 동남을 가로질러 가려면 2시간이 소요된다.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버스도 없다. 전국은 반나절 생활권이 됐지만 정작 반경 50Km 내외 경기도 내 도시간 이동거리는 점점 늘어난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진행한 설문조사(남녀 직장인 907명 대상으로 ‘출·퇴근 소요 시간’ 조사,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이 출·퇴근하는데 걸리는 평균 왕복시간은 84분이었다. 서울은 79분이었고 경기도는 102분, 지방은 61분이 걸렸다.

직장인들이 출·퇴근 길에 높은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는 ‘혼잡’과 ‘긴 시간’을 꼽았다. 특히 경기권 직장인들은 ‘회사와 집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39.3%)에 피로감이 높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러니 출·퇴근 버스 안에서 고시공부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셈이다. 

비대해지는 수도권, 도시경쟁력‧도시성능은 저하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도시권역으로 인구와 자본이 집중되는 주요 도시들도 하나같이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도쿄, 런던, 파리는 한결같이 세계 2차대전 이후 이들 도시로 몰려드는 인구를 지방(다른 도시)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수도권이 비대해지면서 도시의 각종 인프라 용량이 초과되기 시작했다. 과밀에 따른 외부효과도 컸다. 공장 개설 허가제, 업무용 건물 신축 허가제 등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건축물들의 입지규제와 과밀부담금 부과, 행정기관 지방 이전 등 우리나라 수도권 정비법의 내용과 비슷한 수도권 규제들이 이들 도시에서 먼저 시작됐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들은 초반에는 효과가 있었으나 점차 그 효력을 잃어갔다. 국제화 추세에 맞춰 대도시간 경쟁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특히 1970년에 런던은 수도권 규제완화를 본격화했다. 영국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을 지원받아야 하는 만큼 국제경쟁력이 저하됐었고 경기침체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통합으로 런던은 파리 등 유럽 대도시권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런던 시내에서 차량들이 주행하는 모습.[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같은 맥락에서 파리도 1982년 과밀부담금제 대상에서 공장을 제외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또 1985년에는 공장설립허가제를 파리 중심만 제외하고 모두 폐지했다. 2004년에는 파리권(파리를 비롯한 주변 7개 도로 구성) 위상 강화 등 수도권 전략을 대폭 수정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 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경기침체 장기화를 극복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 고이즈미 정부는 수도권 규제 폐지 등 전면적인 규제완화로 대도시권 투자와 경제활성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일본은 그때까지 버블 붕괴의 후유증 극복,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이유로 지방도시들에 막대한 사회간접자본(SOC)투자를 이어오던 시기였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주요 대도시들이 환경 이슈를 고려하게 된 것도 수도권 규제완화가 강화된 요인 중 하나다.

일본은 제5차 수도권 기본계획(1999∼2015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정책의 초점을 ‘규제’에서 ‘수도권 기능의 강화·재편’으로 전환했다. 심지어 2000년 국토청은 21세기 수도권지역을 동경역으로부터 반경 300㎞의 배후지역으로 확장(대수도권 구상)하고 수도권의 역할 강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수도권 규제가 곧 지방균형발전 정책이라는 환상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각 대도시들의 도시계획체계는 대전환기를 맞이하기 시작한다. 수도권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입지규제를 과감히 폐지하고 대도시들의 재생전략은 더욱 확대되기 시작했다.

다만 이때를 우리나라의 도시재생 시기와 상황이 유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 도시권의 도시재생은 재개발·재건축, 도시공장과 기능의 재배치가 모두 포함됐다.

특히 도시 환경과 공공부문 서비스, 기반시설의 성능 업그레이드가 시작됐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와 마찬가지로 지방으로의 이동속도가 빨라진 만큼, 수도권 내에서의 이동속도를 높이려는 정책이 대두됐다. 고속열차, 도시순환도로, 지하도로 등의 건설 등 수도권 교통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식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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