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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까지 보폭 넓히는 中 친환경차…韓 진출은?

[유턴하는 중국차]②
유럽·동남아 등 신시장 개척 중
한국 시장 진입 어려워…부정적 이미지·과거 실패 사례 등 원인

재팬모빌리티쇼 2023에 전시된 중국 비야디(BYD) 전기차. [사진 이지완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전혀 없었던 중국이 달라지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성장 기반을 다진 중국 친환경차가 최근 글로벌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선진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을 비롯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 시장으로 주목받는 동남아까지 중국 전기차의 진출 속도가 빨라진다.

다만 인접 국가인 한국에서는 조용하다. 최근까지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중국의 비야디(BYD)도 한국 시장 진출에 회의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자동차 기업이 한국 시장 진출에 조심스러운 이유는 뭘까.

‘환골탈태’ 과거를 지운 중국차

과거 50년. 지금처럼 전동화 전환에 불이 붙기 전인 내연기관 시대에 중국 자동차의 입지는 매우 좁았다. 경쟁력 없는 디자인과 수준 낮은 품질 등으로 미국, 유럽, 한국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와의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을 등에 업고 대폭적인 기술, 품질 성장세를 이뤄내면서다. 연간 20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팔리는 현지 시장은 중국 자동차 기업의 자양분 역할을 하기 충분했다.

관련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기준 글로벌 친환경차 인도량(배터리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은 966만5000대로 집계됐다.

브랜드별로는 중국의 BYD가 199만3000대로 가장 많은 인도량을 기록했다. 뒤이어 미국 테슬라(132만4000대), 폭스바겐(68만3000대), 지리(Geely) 58만9000대, 상하이(SAIC) 56만5000대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연말 기준) 131만3887대로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1위를 차지했던 테슬라가 올해 들어 BYD에 선두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 같은 선전이 내수 시장 위주의 판매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자동차 기업의 내수 판매 비중은 70% 이상이다. 더욱이 중국은 지난해 500만 대를 돌파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자국 내에서만 전기차를 판매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중국 자동차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2020년까지 0%에 가까웠던 중국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약 8%까지 치솟았다.

이미 유럽에서는 중국 전기차가 현지 시장에 안착했으며, 앞으로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2년 내 중국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15%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여전히 높은 문턱


중국 자동차의 글로벌 진출은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복관세 등으로 미국 진출이 제한적이지만 태국 등 친환경차 관련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최근 흐름을 보면 한국 전기차 시장 진출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기업 입장에서 한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 대수는 16만2987대다. 이는 중국, 유럽,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다. 이 기간 한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은 61.2%에 달했다. 86.1%의 중국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그럼에도 중국 자동차 기업이 한국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최근 인접 국가인 일본 진출도 선언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판매에 나서기로 했음에도 말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의 중국 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 과거 실패 사례 등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반중 정서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2년 내 신차를 구매하겠다고 밝힌 2102명 가운데 38.8%가 “아무리 값이 싸도 중국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61.2%는 “국산차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중국 자동차 기업 입장에서 한국이 매우 까다로운 시장임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까지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연달아 실패했다.

지난 2017년 중국 북기은상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600이 국내 출시됐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첫 해 3000대 판매를 목표로 했으나 300여대 팔린 게 전부였다. 2000만원 초반의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중국 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지 못한 탓이다. 지난 2021년에는 중국제일자동차가 수입업체와 협약을 맺고 프리미엄 브랜드 홍치 론칭 준비에 나섰지만, 최종 불발된 사례도 있다. 당시에도 반중 감정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 등 일부 중국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해서는 국내 소비자들이 매우 엄격하다”면서 “중국 기업들도 이를 알고 있기에 섣불리 한국에 신차를 선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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