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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 승진에 책임 경영 ‘강화’

[정기선 시대 맞은 HD현대] ①
미래 사업 확장에 기업 문화 혁신
김성준‧김완수 대표 등 ‘주목’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 HD현대]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HD현대그룹이 정기선 시대를 맞았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1년 10월 당시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에 부회장에 올라, HD현대그룹 오너가(家) 3세 경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재계 안팎에선 “그간 정기선 부회장이 집중해 온 미래 사업 확장, 기업 문화 혁신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HD현대그룹이 이전보다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HD현대그룹 측은 “정기선 부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기존 사업의 지속 성장은 물론,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 사업 개척과 기업 문화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당시 사장)이 올해 1월 미국 CES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조선사 넘어 미래 기업으로 

재계 등에 따르면 정기선 부회장 시대를 맞은 HD현대그룹은 미래 사업 확장, 기업 문화 혁신 등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조선 사업뿐 아니라 정유,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그룹 내 주요 사업의 경쟁력 확보와 혁신을 꾀했고 수소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확장에 나섰다. 지난 2021년 공개된 HD현대그룹 수소 사업 비전인 ‘수소 드림 2030’에도 정 부회장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담겨 있다. 이 비전은 HD현대그룹 전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해 수소 가치 사슬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2022년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대한 투자 계약, 미국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와의 업무협약 체결 등 역시 정 부회장이 추진하는 미래 사업 확장의 일환이다. 

정기선 부회장이 올해 초 열린 CES에서 한 발언을 보면, 조선 사업을 넘어선 미래 사업 중심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CES에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 등 인류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HD현대는 퓨처 빌더(미래 개척자)로서 바다의 근본적 대전환, 즉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인류 영역의 역사적 확장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성장에 앞장서겠다”라고 선언했다. 세계 최대 조선사를 이끄는 대표로는 이례적으로 CES에서 비전을 밝힌 정 부회장은 내년 CES에서는 기조연설을 한다. 그만큼 미래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정기선 부회장이 승진 후 처음으로 찾은 곳은 미래 기술 현장이었다. 정 부회장은 11월 13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열린 전동화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50년을 이끌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동화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전동화 기술 개발과 연구 인력 확보로 HD현대의 전동화센터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동화센터로 거듭날 것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HD현대는 그룹 내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전동화 연구 조직을 전동화센터로 통합해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내 직속센터로 신설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전기제어연구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전력전자개발팀, HD현대일렉트릭의 전력시스템연구실이 전동화센터로 통합된 것이다. 

정 부회장이 기업 문화 혁신을 추구하는 것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5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 행사에서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라며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직원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HD현대는 ▲자녀 유치원비 지원 및 직장 어린이집 개원 ▲유연근무제 도입 ▲임직원 패밀리 카드 ▲사내 결혼식장 무료 지원 및 포토 부스 제공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 행사 개최 등을 추진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3월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사내 어린이집 ‘드림 보트’ 개원식에 등장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 김완수 HD현대로보틱스 대표. [사진 HD현대]

정기선 시대 주목받는 젊은 경영인은?

정기선 부회장의 승진 인사 당시 HD한국조선해양 대표에 내정된 1970년생 김성준 부사장과 함께 HD현대로보틱스 대표를 맡는 1969년생 김완수 부사장 등이 관심을 받고 있다. 외부 출신인 김성준 부사장과 김완수 부사장 모두 정기선 부회장이 직접 영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김성준 부사장의 경우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근무하다가 2016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에 합류한 인물이다. 정 부회장이 2011~2013년 BCG에서 일을 했는데, 당시 김성준 부사장을 눈여겨보고 영입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등에서 경력을 쌓은 김완수 부사장은 지난 2021년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으며 HD현대그룹의 일원이 됐다. 당시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이자 부사장이던 정 부회장을 보좌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에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만큼, 1982년생인 정기선 부회장 시대에 맞는 젊은 경영인의 보폭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정기선 부회장이 영입한 김완수 부사장과 김성준 부사장 등이 정 부회장과 손발을 맞춰 미래 사업 발굴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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