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금융권 M&A 시계…원인은 금융당국 압박 탓?
연말까지 5대 금융지주 상생금융안 마련해야
금융사 자금 부담 커져…M&A 전략 변화 불가피
비은행업 인수 시 자본건전성·수익성 검토 강화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최근 보험사 인수를 중도 철회한 하나금융에 이어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중단하면서 금융권의 인수합병(M&A) 시장 분위기가 냉각되고 있다. 인수가격 등이 표면적인 인수 중단 사유로 드러났지만 실상은 금융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에 의한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은 올해 초부터 비금융 포트폴리오 강화를 올해 경영목표로 제시하며 기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증권사를 포함한 보험사, 저축은행 등을 목적으로 한 금융사들의 M&A가 활발하게 이뤄질 거란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인 현재 ‘빅딜’로 여겨졌던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인수 계획은 무산되며 답보 상태에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10월 산업은행이 매각 추진 중에 있었던 KDB생명보험의 인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KDB생명으로서는 이번이 다섯 번째 시도로, 지난 7월 하나금융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드디어 ‘새 주인’을 맞게 된다는 기대가 컸지만 결국 무산된 것이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는 포기했지만 높은 은행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필수 과제가 남아있는 만큼 또 다른 보험사 인수를 추진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포기한 데에는 인수가격에 관한 눈높이 차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가격 2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됐던 KDB생명은 향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최대 1조원까지 투입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실사까지 진행했다가 최근 인수를 포기한 우리금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가격으로 2000억원 정도를 검토했지만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가격이 5000억원에 달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사의 M&A 추진에 제동이 걸린 데에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상생금융 압박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업권의 초과이익 환수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수천 억원 대의 상생금융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은행이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둔 만큼 은행이 벌어들인 이익을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금융지주들은 연말까지 상생안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 금리 인하 등의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인수 비용과 업황 악화 등도 금융사의 M&A 결렬에 영향을 미쳤지만 정부 당국의 압박에 의해 투자심리 위축이 주된 이유일 수 있단 추측이 나온다.
양재혁 하나금융그룹 최고전략책임자(CSO)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KDB생명 인수 중단을 발표하면서 “단순하게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자본의 효율성 측면과 자체적인 성장성, 수익성 등을 고려해서 진행하고자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초 예상보다 높은 금액이 거론되고 정상화를 위한 비용도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판단되자 수익성 저하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지주들이 비은행업 기업 인수 시 인수가격을 포함해 자본건전성, 수익성 등을 더욱 꼼꼼하게 살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금융사의 자금 부담이 더해짐에 따라 M&A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서 KDB생명과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이야기가 나왔을 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비용 부담과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는데 이 같은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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