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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쌓이는데 거래는 뚝…부동산 시장 찬바람 솔솔

[부동산 한파 주의보] ①
11월 서울 아파트 매물 8만건 돌파하기도…1월 대비 60% 증가
고금리에 대출길 막히면서 매수자-매도자 힘겨루기 장세

5월 1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이 악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아파트는 시장에 매물이 소화되지 않고 쌓이는 동시에 거래도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1월 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물은 51만2765건으로, 지난 10월 1일과 비교해 9.2% 증가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제주 17.4% ▲세종 14% ▲광주 13.2% ▲전북 10.7% ▲울산 10.6% ▲경기 10.4% ▲충남 9.9% ▲경남‧인천 9.8% ▲강원‧대전 9.5% ▲전남 9.4% ▲대구‧충북 8.5% ▲부산 8% ▲경북 7.7% ▲서울 6.2% 등으로 매물이 크게 늘어났다.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7만2154건에서 7만6652건으로 4498건 증가했다. 지난 11월 3일에는 2020년 9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은 8만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1월 5만건을 간신히 넘겼을 때와 비교하면 60% 이상 매물이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강남 불패’ 옛말?…강남 아파트 8개월 만에 하락 전환

서울은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도 지난해 수준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지난해 11월 727건에서 12월 835건, 올해 1월 1412건, 2월 2454건, 3월 2988건, 4월 3191건으로 증가했다. 이후 5~9월 3000여건을 꾸준히 유지하다가 지난 10월 2294건으로 줄어든 뒤 11월에는 27일 기준 736건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가격 향방의 지표로 평가받는 서울 강남 아파트값도 하락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3% 올랐으나 전주(0.05%)와 비교해 상승폭은 0.02%포인트(p) 감소했다. 강남구는 지난주 보합세를 기록하다가 지난 5월(0.01% 하락) 이후 8개월 만에 0.02% 하락으로 돌아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면적 59㎡는 지난 8월 20억원에 거래되다가 지난 10월 25일에는 18억9800만원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59㎡도 지난 10월 4일 21억5000만원에 거래된 뒤 13일에는 다소 하락한 18억2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전용면적 78㎡도 지난 6월 37억원, 8월 34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는데 지난 10월 20일에는 31억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도 경매 건수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도 238건으로, 2016년 5월(291건) 이후 7년5개월 만에 월별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낙찰률은 26.5%로 전달(31.5%) 대비 5.0%p 하락하면서 지난 6월(28.3%)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20%대로 내려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래는 끊기고 매물 적체가 강해지는 현재 부동산 시장을 두고 고금리로 인한 자금 조달 어려움과 함께 매수자와 매도자 간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매수자 vs 매도자 힘겨루기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주택 시장은 고금리로 인한 자금 수요 감소, 건설 원가 상승 때문에 생긴 공급기반 위축 등으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어려운 침체 국면”이라며 “내년에도 가격, 거래, 공급이 모두 약보합세를 보이며 L자형 횡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서울 아파트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에 거래량이 줄고 매물은 늘어나는 것”이라며 “일부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매수자는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추격 매수를 자제하는 것이고, 매도자들은 건설단가 상승으로 분양가격이 오르고 있어 앞으로 아파트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면서 호가를 내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정부가 한시적으로 내놨던 부동산 대출 정책인 특례보금자리론이 지난 9월 종료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같은 횡보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 9월 추석 연휴 때만 해도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섰지만, 아파트 시장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며 분위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서 정보의 유통 속도가 빨라지고 투기 수요가 많고 시장이 불안할수록 자주 나타나는 ‘군집 행동’이 이뤄지면서 시장 냉각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또는 세제 혜택 강화 등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서울 아파트는 내년에도 횡보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우세했다. 

여경희 부동산 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녹록지 않은 대출 상황이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력과 의지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 희망가격 간극이 거래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매물이 누적되는 지역에서 집값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전부터 ‘강남 불패’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서울 강남은 안전한 부동산 투자처로 꼽혔지만, 최근 주요 수요층인 20~40대는 강남보다는 직주근접성이 우수하고 투자 비용 대비 수익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1기 신도시, 판교, 화성, 용인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서울 강남에는 주로 사업자들이 많이 거주해 금리보다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데, 사업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본인 소유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버티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송 대표는 “최근 서울 아파트 경매 건수가 늘고 강남 아파트값이 소폭이지만 하락한 이유도 일맥상통한다”며 “강남 아파트 시장을 선도하는 재건축 아파트도 금리‧단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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