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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종료 전망에도 ‘81조’ 회사채 차환 우려 지속

[얼어붙은 연말 회사채 시장]②
2024년 만기 도래 회사채 81조2309억
기업 실적 악화로 조달금리 상승에 무게

원화와 달러화.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회사채 차환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8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규모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의 실적과 신용등급이 악화되면서 조달금리는 오히려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추가 신용등급 하락과 은행채 발행 확대 등 변수들이 산재해 내년 회사채 시장 전망 역시 먹구름이 가득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4년 만기 도래 예정인 회사채 규모는 총 81조2309억원으로 올해 70조531억원에 비해 16% 많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대유행) 기간 비교적 낮은 금리에 공격적으로 발행됐던 채권들의 만기가 잇달아 도래하면서 차환 규모도 덩달아 증가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2024년 만기 도래 예정 회사채는 4분기를 제외한 모든 분기에 늘어날 전망이다. 1분기가 21조761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7.7%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2분기와 3분기에도 각각 27조8904억원, 19조3856억원으로 11.2%, 19.1% 증가했다.  

이처럼 만기 도래 예정인 회사채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면서 향후 차환 여부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기업들 사이에선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차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현지 투자은행 12곳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80%가 넘는 10곳의 투자은행이 최종 정책 금리 수준을 5.25~5.50%로 예상했다. 나머지 2곳은 5.50∼5.75%로 전망했다. 지난 10월 조사에서 5.50~5.75%를 예상한 투자은행이 3곳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금리인상 종료 쪽으로 의견이 기운 것이다. 현재 미국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5.50%다.

이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달 30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4·5·7·8·10월에 이어 이번까지 7번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기준금리는 3.50%는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 연합뉴스]


경기침체 장기화에 PF위기까지

문제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금리인상 종료 분위기와 무관하게 회사채 조달금리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깊어지면서 기업들의 실적과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조달금리 인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의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런 상황에선 높은 금리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BSI 전망치는 전월보다 3.9포인트(p) 상승한 94.0을 기록했다. BSI는 기준선 100보다 높으면 전월보다 경기 전망이 긍정적,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BSI 전망치는 지난해 4월(99.1)부터 21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이는 2018년 6월부터 33개월 연속 부정적 전망이 나온 이후 최장기다. 이달 BSI 실적치 역시 89.2로 기준선을 밑돌며 지난해 2월(91.5)부터 22개월 연속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우량 회사채의 경우 은행채 등 우량 채권들에 밀려 차환에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성과 수익성 등 모든 측면에서 비우량 회사채 대비 우위에 있는 은행채에 투자가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4.71%로 전달보다 0.28%포인트 올랐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5%를 넘어서며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은행채 역시 올해 연간 순발행 전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PF 위기론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마찬가지로 PF에서 시작된 위기가 자금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들의 조달 계획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0.4%다. 이는 2021년 말(3.7%) 대비 6.7%p 상승한 수치다. 1년 만에 3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 잔액은 2021년 말 1690억원에서 지난해 말 4657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7%에서 14.8%로 증가했다. 이에 따른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6638억원이다.

부실 사업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3800곳의 금융사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 3600곳의 PF사업장 중 부실 우려 사업장은 300~500곳에 달한다. 이 중 심각한 부실을 지닌 사업장이 나타날 경우 유동성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회사채 순상환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80조가 넘는 만기 회사채는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조달금리 하락 가능성이 낮은 현시점에선 기업들의 판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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