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변동 vs 고정’, 어떻게 선택할까[부채도사]
매달 50% 넘던 고정금리 대출 비중, 10월 46.4%로 ‘뚝’
주담대 잔액 중 734.4조원, ‘변동금리’ 적용
고객들 “내년 기준금리 인하 시 혜택 본다” 기대감↑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62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반복되는 고금리 위기를 피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대부분의 대출 금리를 ‘고정’으로 묶어 두면 된다. 미국 중앙은행이 안심하고 긴축 강도를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 주택 대출시장 금리 형태가 상당 비중 고정금리로 형성돼 있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우리나라는 반대로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통화정책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이런 이유를 충분히 인지하고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전체 50% 이상으로 높이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출자들이 갈수록 ‘변동금리’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변동금리 적용된 주담대, 연이자 ‘36.7조’ 내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가 연 5%를 돌파한 가운데서도 신규 고정금리 대출은 오히려 줄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은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46.4%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5.8%p 하락한 수치다.
올 3월을 보면 신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57.5%까지 높아졌다. 이 비중은 9월까지 매달 50%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10월 들어 금리가 더 높아졌음에도 대출자들은 고정금리를 오히려 회피했다.
특히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더 낮게 형성돼 있다. 10월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4.53%, 변동금리는 연 4.64%다. 고정금리가 더 낮지만 고객의 선택은 변동금리였다.
전체 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 30% 불과
10월 현재 잔액 기준으로 보면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0%에 달했다. 고정금리는 30%를 형성했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신용 규모는 187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14조3000억원(0.8%) 늘었다. 가계신용은 일반가정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가계대출) 외상으로 물품을 산 대금(판매신용) 등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 잔액은 1759조1000억원을 기록, 직전 분기 대비 11조7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담대가 17조3000억원이나 급증한 104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주담대로만 따지면 전체 잔액 중 734조3700억원이 변동금리로 형성됐다. 이 대출에 연 5% 금리를 적용하면 가계가 매년 짊어져야 할 주담대 이자만 36조7185억원에 달한다.
“고금리 끝난다” 금리 인하 대비하는 대출자들
이렇게 높은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대출자들이 변동금리를 받기 시작한 이유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고금리 이자를 부담하고 있어도 1년 뒤 금리가 내려갈 것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집값 바닥론까지 나타나면서 변동금리 대출 수요가 커진 모양새다.
실제 증권가나 은행권 등 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가 내년 하반기에는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내년부터 물가 안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6%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1%다. 물가가 한은 목표인 2%로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면 경기 회복을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할 이유가 커지게 된다.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20~30년 만기 주담대를 받은 고객 입장에서는 연 5% 이상 되는 고정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진다.
이런 점을 은행 지점에서도 고객들에게 설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은행 관계자는 “지점에서도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를 고객에게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기준금리가 더 못 오르고 내년 인하될 시점을 고려하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 중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경우를 가정한다면 5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된 후 6개월 주기로 변동되는 ‘혼합형’ 대출도 불리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고객들이 변동금리를 선택하고 있지만 은행권에서 반대 주장도 제기된다. 당장 변동금리를 받는다고 해도 약 1년은 이자 부담이 더 가중될 수 있어서다. 실제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기준금리가 7연속 동결된 가운데에서도 10월에 연고점을 기록했다. 은행의 조달금리가 높아진 영향이다.
B은행 관계자는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게 되면 코픽스 금리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현재도 코픽스 금리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어 내년 말까지는 지금처럼 금리가 변동되는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복되는 고금리 위기를 피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대부분의 대출 금리를 ‘고정’으로 묶어 두면 된다. 미국 중앙은행이 안심하고 긴축 강도를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 주택 대출시장 금리 형태가 상당 비중 고정금리로 형성돼 있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우리나라는 반대로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통화정책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이런 이유를 충분히 인지하고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전체 50% 이상으로 높이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출자들이 갈수록 ‘변동금리’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변동금리 적용된 주담대, 연이자 ‘36.7조’ 내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가 연 5%를 돌파한 가운데서도 신규 고정금리 대출은 오히려 줄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은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46.4%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5.8%p 하락한 수치다.
올 3월을 보면 신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57.5%까지 높아졌다. 이 비중은 9월까지 매달 50%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10월 들어 금리가 더 높아졌음에도 대출자들은 고정금리를 오히려 회피했다.
특히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더 낮게 형성돼 있다. 10월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4.53%, 변동금리는 연 4.64%다. 고정금리가 더 낮지만 고객의 선택은 변동금리였다.
전체 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 30% 불과
10월 현재 잔액 기준으로 보면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0%에 달했다. 고정금리는 30%를 형성했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신용 규모는 187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14조3000억원(0.8%) 늘었다. 가계신용은 일반가정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가계대출) 외상으로 물품을 산 대금(판매신용) 등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 잔액은 1759조1000억원을 기록, 직전 분기 대비 11조7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담대가 17조3000억원이나 급증한 104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주담대로만 따지면 전체 잔액 중 734조3700억원이 변동금리로 형성됐다. 이 대출에 연 5% 금리를 적용하면 가계가 매년 짊어져야 할 주담대 이자만 36조7185억원에 달한다.
“고금리 끝난다” 금리 인하 대비하는 대출자들
이렇게 높은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대출자들이 변동금리를 받기 시작한 이유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고금리 이자를 부담하고 있어도 1년 뒤 금리가 내려갈 것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집값 바닥론까지 나타나면서 변동금리 대출 수요가 커진 모양새다.
실제 증권가나 은행권 등 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가 내년 하반기에는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내년부터 물가 안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6%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1%다. 물가가 한은 목표인 2%로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면 경기 회복을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할 이유가 커지게 된다.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20~30년 만기 주담대를 받은 고객 입장에서는 연 5% 이상 되는 고정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진다.
이런 점을 은행 지점에서도 고객들에게 설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은행 관계자는 “지점에서도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를 고객에게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기준금리가 더 못 오르고 내년 인하될 시점을 고려하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 중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경우를 가정한다면 5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된 후 6개월 주기로 변동되는 ‘혼합형’ 대출도 불리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고객들이 변동금리를 선택하고 있지만 은행권에서 반대 주장도 제기된다. 당장 변동금리를 받는다고 해도 약 1년은 이자 부담이 더 가중될 수 있어서다. 실제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기준금리가 7연속 동결된 가운데에서도 10월에 연고점을 기록했다. 은행의 조달금리가 높아진 영향이다.
B은행 관계자는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게 되면 코픽스 금리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현재도 코픽스 금리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어 내년 말까지는 지금처럼 금리가 변동되는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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