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스토리 이어가겠다”...BMW에 밀린 벤츠 신임 사장의 운명은?
[수입차 1위 전쟁]②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1위 유지한 벤츠
지난 9월 부임한 바이틀 사장 BMW에 1위 내줄수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마치 철옹성(쇠로 만든 옹성처럼 튼튼하게 둘러쌓은 성이라는 뜻)과 같다. 그동안 국내 수입자동차 업계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를 이렇게 평가해 왔다. ‘삼각별’(벤츠 로고) 열풍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국내 소비자들의 벤츠 사랑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까지 7년(2016~2022년) 연속 판매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라이벌 브랜드인 BMW가 매년 벤츠의 자리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다만 올해는 벤츠의 1위 수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벤츠에 밀려 7년 연속 2위라는 꼬리표가 달렸던 BMW가 글로벌 주력 모델인 5시리즈의 신모델을 한국 시장에 가장 먼저 투입했다. 1위 탈환을 위해 칼을 갈았다. 올해 1~11월 누적 판매 실적은 BMW가 벤츠를 소폭 앞서고 있다. 두 브랜드의 격차는 1000여 대 정도다. BMW와 벤츠의 운명은 올해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올해의 마지막인 12월 한 달 영업 실적 결과에 따라 두 브랜드의 운명이 뒤바뀐다.
BMW 공세에 주춤한 벤츠
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브랜드가 벤츠다. 이 브랜드는 지난 2016년 연간 판매 실적 1위에 올라선 뒤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벤츠의 최근 7년간 판매 실적은 ▲2016년 5만6343대 ▲2017년 6만8861대 ▲2018년 7만798대 ▲2019년 7만8133대 ▲2020년 7만6879대 ▲2021년 7만6152대 ▲2022년 8만976대 등이다.
벤츠의 이 같은 성공은 ‘E클래스’라는 확실한 필승 카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E클래스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국가다.
E클래스는 75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벤츠 브랜드 내 핵심 모델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E클래스(10세대 모델)는 국내 수입차 단일 모델 최초의 누적 20만대 판매 돌파라는 대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에도 국내에서 2만8318대가 팔리며 수입차 최다 판매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11월까지 2만2211대가 팔렸다. 이는 전년 동기(2만5501대) 대비 12.9% 감소한 수치인데, 내년 1월 신형 E클래스(11세대 완전 변경 모델) 국내 출시가 확정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주력 모델인 E클래스가 주춤함에 따라 벤츠의 전체 실적도 동반 하락세다. 벤츠의 올해 1~11월 누적 국내 판매 실적은 6만8156대다. 이는 전년 동기(7만1525대) 대비 4.7%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6만9546대를 판매한 BMW에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신임 사장에겐 가혹한 ‘실패’라는 오명
지난 9월 벤츠 한국법인의 키를 새로 잡은 마티아스 바이틀 대표이사 사장은 지금껏 브랜드가 이뤄낸 긍정적인 성과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그는 지난 5월 한국법인 발령 확정 후 8년 연속 판매 1위 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바이틀 사장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시장이자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는 한국 대표이사로 부임하게 돼 무척 기쁘고 기대된다”면서 “한국 고객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데 집중하고, 임직원 및 딜러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것이며 성공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벤츠의 국내 판매 8년 연속 1위 달성 여부가 바이틀 사장의 미래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벤츠 한국법인 총괄 자리는 중요한 보직으로 가기 위한 시험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성공 스토리를 쓴 뒤 글로벌 요직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제법 존재한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벤츠 한국법인을 이끌었던 브레타 제거 사장은 독일 본사의 세일즈·마케팅 총괄 자리까지 올라섰다. 브레타 제거 사장 후임으로 2020년까지 벤츠 한국법인을 맡은 디미트리 실라키스 사장은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법인을 대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벤츠 한국법인을 이끌었던 토마스 클라인 사장은 지난 7월 본사 승용차 부문 제품 관리·판매 총괄로 승진 부임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본사를 제외한 한국 등 해외 지역 법인 총괄사장은 짧게는 2년, 길게는 3~4년 뒤 또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난다”면서 “임기 동안 쌓은 업적이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 지표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벤츠의 사례를 보면 명확해 보인다. 현 사장 또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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