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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 되는 2조원 상생금융…소외 계층 또 발생[부채도사]

당국·은행권 ‘2조원+α’ 상생금융안 발표
코로나 팬데믹서 다중채무된 자영업자 117.8만명은 제외
당국 입김 세지며 은행 자율성 사라질 수도

서울 시내에 설치된 ATM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62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은행권 당기순이익의 10% 정도인 2조원이 상생금융에 쓰인다. 이자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순이익’에서 지원하는 것이 맞다는 당국의 판단에서다. 역대급 지원이지만 당국이 마련한 기준으로 인해 논란도 커지고 있다. 지원이 더 절실한 다중채무 소상공인은 이번 상생금융안에서 제외됐기 때문에다. 추가 지원이 또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187만 개인사업자에 85만원씩 지원키로

금융당국과 20개 은행이 12월 21일 내놓은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의 골자는 산업·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8개 은행이 최소 2조원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배분해 분담하고 산업·수출입은행이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추가적 지원(+α)한다는 데 있다. 

지원 대상자는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차주다. 대출금 2억원을 한도로 1년간 4% 초과 이자납부액의 90%(감면율)를 돌려받는다. 차주에게 평균 85만원씩 돌아갈 전망이다. 

은행들은 이자환급에 사용될 자금을 1조6000억원으로 봤고, 남은 4000억원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다양하게 지원한다고 밝혔다. 여기까지 발표된 내용에 따라 약 187만명의 개인사업자가 혜택을 볼 예정이다. 

당국은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나타난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난이 심해진 만큼 큰 규모로 지원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들이 지난 3년 동안 영업 중단 및 제한을 받으면서 대출로 버텨온 만큼 은행이 이익을 나눠 돕는 것이 맞다는 취지다. 

코로나로 ‘다중채무자 급증’, 지원서는 소외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에 당국이 제시한 지원 대상으로 인해 오히려 지원 소외계층이 명확해졌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당국에 따르면 이번 상생금융에서 은행·비은행 간 다중채무자와 가계대출·사업자대출을 각기 다른 은행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제외됐다. 지원 대상자로 여겨지는 187만명 중에서 두 개 이상의 은행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27만명에 불과했다. 그만큼 신용이 최우량한 은행 고객이 이번 금융지원 혜택을 보게 된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에서 경제적 고통을 당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다수의 금융사에서 채무를 지며 버텨온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기준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는 117만8000명으로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은 여지없이 고금리 위기 앞에 놓여있다. 연체율은 1.78%까지 치솟았다. 연채액은 13조2000억원으로 1년 만에 2.5배 폭증했다. 금융지원이 보다 절실한 곳은 다중채무자 쪽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밑 빠진 독에 물 물 붓기’처럼 나오는 상생금융

시장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업계는 이번 상생금융안 발표 후에도 ‘서민의 이자 부담’이 재차 사회적, 정치적 논란이 될 경우 당국 주도의 대규모 지원이 또 나올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번 지원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권 이자장사 비판과 정치권의 횡재세 도입 추진 논란이 있었다. 서민이 감당하고 있는 고금리를 통해 은행권이 이익을 과도하게 챙겼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지원책으로 상생금융이 끝나질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상생금융에서 소외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많고, 일반 시민들의 이자 고통도 커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든 은행이 최대 이익을 내면 당국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 정부의 은행 공공성을 요구하는 지적이 커진 뒤 지난 7월 ‘상생금융 관련 주요 추진방안’이 나왔다. 이후 8월말까지 은행권은 금리 인하, 원금 상환 지원, 연체 이자율 감면 등으로 47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혜택을 본 소비자는 약 174만명이다. 8월 당시 은행권은 1조1479억원을 더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0월 윤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이 나오면서 두 달여 만에 이번 ‘2조원+α 규모’의 상생금융안이 발표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적지 않은 자금으로 금융지원을 하게 됐는데 내년에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못 할 경우 또 다른 지원책이 나올 수 있다”며 “자칫 자율시장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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