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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못 믿겠다”…은행권, 거래소와 ‘거리두기’

[차갑던 코인에도 봄은 오는가] ③
가상자산 입금 한도 1000만원→500만원
시중은행서 새롭게 실명계정 제휴 맺는 곳 사라진 분위기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ATM).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최근 코인 투자 열풍이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지만, 은행권의 가상자산 거리두기는 계속되는 분위기다.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정 업무 제휴를 하지 않은 시중은행 중 지난해 새롭게 문을 열어준 은행은 전무했다. 은행권은 배상 준비금 적립 요구, 입출금 제한 등 가상자산 거래 문턱을 오히려 더 높이고 있다.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지만, 코인 업계 불신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가상자산 한도계좌 입금 한도 ‘반토막’

은행권과 당국에 따르면 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간 관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올해부터 실명계정 운영에서 입금 한도가 큰 폭으로 축소된다. 

현재 1금융권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정 제휴를 맺은 은행은 신한은행(코빗), NH농협은행(빗썸), 전북은행(고팍스) 등 3개 은행에 불과하고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케이뱅크(업비트), 카카오뱅크(코인원) 등 2곳이 가상자산 실명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지난 1일부터 은행연합회가 제정한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에 따라 한도계좌 입금한도를 기존 1일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축소 통일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 2022년 8월 1일 최대한도가 5억원이었고 지난해 1000만원으로 줄었는데, 올해 더 줄어 한도가 500만원이 된 상황이다. 

은행연합회는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사에 대해 이용자 계좌를 한도계정과 정상계정으로 구분하고 있다. 한도계정의 경우 거래 목적과 자금 원천이 확인될 경우에만 정상계정으로 전환되고 입출금 한도도 높아진다.

은행연합회는 이번 조치에 대해 가상자산이 자금세탁의 도관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 가상자산 실명계정에 대한 자금세탁 방지 강화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2022년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에 의해 가상자산을 현금화한 것으로 보이는 거액의 자금이 무역거래로 가장돼 해외송금된 사건이 적발된 바 있다. 그만큼 은행들 입장에서는 한도를 최대한 낮춰 가상거래를 통한 자금세탁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이번에 금액이 축소된 계좌도 한도계좌로, 거래 목적이 불분명한 계좌에 대한 리스크가 줄지 않을 경우 거래 규모 축소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권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실명계정을 사용하는 거래소에 해킹·전산장애 등으로 부담할 수 있는 이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30억원 이상의 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했다. 적립금은 2023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실명계정 이용자에 대한 고객확인 절차 검증도 강화했다. 

30억원 이상의 준비금 적립하도록 하면서 중소형 코인거래소의 경우 실명계정 제휴를 맺고 있지 않은 은행과의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사업자 상반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인마켓 사업자 21곳 중 10곳은 거래 수수료 매출이 없고, 18곳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중소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은행과의 실명계정 제휴를 통한 탈출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은행들이 먼저 30억원을 요구하면서 기존에 형성된 은행과의 ‘갑-을’ 관계는 더 견고해졌다. 

실명계정 발급 거리두기 심해질 수도


이번 조치들은 은행업계가 바라보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실명계정 관련 제휴 이점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실명계정을 통한 자금세탁이 실제로 발견될 경우 해당 은행의 이미지 추락과 함께 감당해야 할 당국 제재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은행권에서는 앞으로도 실명계정 제휴를 새롭게 맺는 은행이 나타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기존에 맺은 제휴도 계약이 만료될 시점에 가서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현재는 4대 시중은행에서는 신한은행만 가상자산 실명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동참할 기미는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평가다. 

B은행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거래를 그만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며 “다른 은행들이 실명계정을 주지 않는 이유도 코인 투자를 하는 고객 유입이 필요하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가상자산 고객 예치금 비중도 늘리려 하지 않고 있다. 이 비중을 늘릴수록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국회와 당국으로부터 지적과 감시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해당 예치금이 확대된 은행은 케이뱅크가 유일했다. 

케이뱅크의 업비트 고객 예치금은 이 기간에 2조9050억원에서 3조909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총 예금 대비 예치금 비중은 같은 기간 19.9%에서 18%로 낮아졌다. 총 예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고객이 증가하고,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비중이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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