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격전지 된 ‘이 시장’…잇단 진출 배경은
[부상하는 의료용 로봇 시장]①
고령화·의료비 부담 덜 미래 핵심기술
삼성전자·현대차 참전에 업계는 방긋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가 의료용 로봇 개발에 나서며 이 시장이 대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다. 이들이 의료용 로봇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그만큼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빠른 고령화와 증가하는 의료비 부담으로 의료용 로봇은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꼽히고 있다.
자본력·기술력 앞세워 의료용 로봇 시장 선제적 진출
이들 기업 중 가장 먼저 의료용 로봇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이는 회사는 삼성전자다. 올해 초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삼성전자는 의료용 보행 보조 로봇인 엑스원(EX1)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로봇은 삼성전자가 개발하고 있는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이다. 프로젝트명은 젬스(GEMS), 상표권은 봇핏(Bot fit)으로 출원했다. 고관절에 착용하면 보행이 수월해지는 기기로, 걷거나 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전에서 삼성전자가 로봇 제품을 공개하는 것과 관련해 “기대해달라”고 언급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가 갑작스럽게 의료용 로봇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2019년 열린 CES에서 엑스원의 시제품을 공개한 만큼, 로봇 사업 구상은 이미 시작한 상태였다.
삼성전자는 CES에서 엑스원을 공개한 뒤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 추진에 나섰다. 2021년 로봇 사업을 담당하던 임시 조직(태스크포스·TF)을 발족 1년이 채 되지 않아 상설 조직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2022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부회장은 ‘로봇의 일상화’를 언급하며 “전담 조직을 강화해 로봇 사업을 신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엑스원은 삼성전자가 의료용 로봇 시장에서 그동안 거둔 성과의 집약체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엑스원을 들고 해외 시장으로 향한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용 로봇 시장은 2020년 59억 달러(약 7조원) 규모에서 2025년 127억 달러(약 16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장 규모가 큰 미국에서 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2022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엑스원에 대한 시판 전 신고(510(K))도 마쳤다. 시판 전 신고는 미국에서 의료기기 출시 전 안전성과 효과 등을 고려해 판매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다. 엑스원은 이 과정에서 2등급(class-II) 의료기기로 허가받았다.
현대자동차도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한창이다. 회사가 개발한 로봇은 엑스블 멕스(X-ble MEX).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걷거나 뛰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하지마비 환자의 재활을 돕는 데 특화한 기기라는 설명이다.
엑스블 멕스는 다른 웨어러블 로봇과 달리 앞으로 착용한다. 척수 손상이 있는 사용자가 로봇을 착용할 때 넘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구조 덕분에 사용자가 휠체어에 탑승한 상태로도 로봇을 착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의료현장에 엑스블 멕스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초 국내 의료기기 인증도 획득했다. 서울아산병원, 국립재활원 등과 임상 단계에서 협력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FDA에 시판 전 신고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신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자동차 기업이 의료용 로봇을 개발한 데는 로봇 사업을 향한 현대자동차의 의지가 담겨있다. 현대자동차는 2018년 로봇과 인공지능(AI)을 미래 신성장 분야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이후 1년여 만에 로보틱스 연구개발(R&D) 조직을 사업부로 격상했다. 이 조직이 현대자동차의 로보틱스 사업을 전담하는 로보티스랩이다.
로보틱스랩은 엑스블 멕스처럼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조끼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로봇은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의료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며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비전이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인 만큼 이동성(모빌리티) 혁신을 위해 의료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잇따라 의료용 로봇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본력, 기술력과 함께 브랜드 파워까지 지닌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낸다면 의료용 로봇을 개발하는 중소형 업체들도 해외 시장 진출 시 득을 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 국내 의료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은 규모가 큰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의료용 로봇을 연구하는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환경이 제한적이고 규모도 작아 기업들은 결국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의료용 로봇 기업들이 대기업과 협력하는 사례도 많아,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국내 기업의 사업 확장에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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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력·기술력 앞세워 의료용 로봇 시장 선제적 진출
이들 기업 중 가장 먼저 의료용 로봇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이는 회사는 삼성전자다. 올해 초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삼성전자는 의료용 보행 보조 로봇인 엑스원(EX1)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로봇은 삼성전자가 개발하고 있는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이다. 프로젝트명은 젬스(GEMS), 상표권은 봇핏(Bot fit)으로 출원했다. 고관절에 착용하면 보행이 수월해지는 기기로, 걷거나 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전에서 삼성전자가 로봇 제품을 공개하는 것과 관련해 “기대해달라”고 언급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가 갑작스럽게 의료용 로봇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2019년 열린 CES에서 엑스원의 시제품을 공개한 만큼, 로봇 사업 구상은 이미 시작한 상태였다.
삼성전자는 CES에서 엑스원을 공개한 뒤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 추진에 나섰다. 2021년 로봇 사업을 담당하던 임시 조직(태스크포스·TF)을 발족 1년이 채 되지 않아 상설 조직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2022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부회장은 ‘로봇의 일상화’를 언급하며 “전담 조직을 강화해 로봇 사업을 신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엑스원은 삼성전자가 의료용 로봇 시장에서 그동안 거둔 성과의 집약체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엑스원을 들고 해외 시장으로 향한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용 로봇 시장은 2020년 59억 달러(약 7조원) 규모에서 2025년 127억 달러(약 16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장 규모가 큰 미국에서 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2022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엑스원에 대한 시판 전 신고(510(K))도 마쳤다. 시판 전 신고는 미국에서 의료기기 출시 전 안전성과 효과 등을 고려해 판매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다. 엑스원은 이 과정에서 2등급(class-II) 의료기기로 허가받았다.
현대자동차도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한창이다. 회사가 개발한 로봇은 엑스블 멕스(X-ble MEX).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걷거나 뛰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하지마비 환자의 재활을 돕는 데 특화한 기기라는 설명이다.
엑스블 멕스는 다른 웨어러블 로봇과 달리 앞으로 착용한다. 척수 손상이 있는 사용자가 로봇을 착용할 때 넘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구조 덕분에 사용자가 휠체어에 탑승한 상태로도 로봇을 착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의료현장에 엑스블 멕스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초 국내 의료기기 인증도 획득했다. 서울아산병원, 국립재활원 등과 임상 단계에서 협력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FDA에 시판 전 신고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신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자동차 기업이 의료용 로봇을 개발한 데는 로봇 사업을 향한 현대자동차의 의지가 담겨있다. 현대자동차는 2018년 로봇과 인공지능(AI)을 미래 신성장 분야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이후 1년여 만에 로보틱스 연구개발(R&D) 조직을 사업부로 격상했다. 이 조직이 현대자동차의 로보틱스 사업을 전담하는 로보티스랩이다.
로보틱스랩은 엑스블 멕스처럼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조끼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로봇은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의료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며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비전이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인 만큼 이동성(모빌리티) 혁신을 위해 의료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잇따라 의료용 로봇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본력, 기술력과 함께 브랜드 파워까지 지닌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낸다면 의료용 로봇을 개발하는 중소형 업체들도 해외 시장 진출 시 득을 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 국내 의료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은 규모가 큰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의료용 로봇을 연구하는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환경이 제한적이고 규모도 작아 기업들은 결국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의료용 로봇 기업들이 대기업과 협력하는 사례도 많아,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국내 기업의 사업 확장에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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