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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 회장, 올해 신년사 키워드는 ‘상생·리스크관리’(종합)

갑진년 ‘푸른 용’ 되기 위한 전략 공개
‘리딩 금융사’ 향한 진심도 드러내

(왼쪽부터)양종희 KB금융 회장·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임종룡 우리금융 회장·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사진 각 사]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5대 금융그룹 회장들이 갑진년(甲辰年) 새해 ‘푸른 용’처럼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공개했다. 이들 회장은 올해 경영화두로 일제히 ‘상생’과 ‘리스크관리’를 내세웠다. 이에 더해 신년사에선 ‘리딩금융‧일류(一流)’ 등을 언급하며 업계를 선두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상생’ 통한 ‘성장’도 가능한 일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 회장들은 이날 발표한 ‘2024년 신년사’를 통해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상생을 통한 성장도 가능하다는 속뜻이 담겼다.

우선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부(富)의 양극화로 사회 곳곳에서 취약계층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며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최근 조직개편에서 지주·은행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본부를 ‘ESG 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대(對)고객 상품판매 철학·원칙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것도 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이택상주’(麗澤相注·맞닿은 두 개 연못이 서로 물을 대어주며 마르지 않는다)의 마음가짐에 대해 말했다. 

진 회장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혼자만의 생존은 불가능하고 자신을 둘러싼 모두의 가치를 높이고자 힘쓰는 기업만이 오랫동안 지속가능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와 이웃, 함께하는 모두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상생의 가치를 지켜 나가자”고 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가입자 수 300만명을 넘긴 하나카드의 해외여행서비스 ‘트래블로그’를 예시로 들며 상생과 성장이 함께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트래블로그’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해외결제 수수료를 무료화 했으나 결과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 회장은 “성장을 멈추자는 것도, 무작정 나누자는 것도 아니다”라며 “손님‧직원‧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여전한 불확실성…리스크 선제관리
지난해 금융권은 금융상품 손실, 직원의 횡령 등으로 고객의 신뢰를 잃었다. 이에 더해 올해도 역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상황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올해는 글로벌 긴축과 3高 현상이 점차 완화되고 국내 경기의 성장세 전환이 전망되는 등 작년보다는 다소 우호적인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면서도 “미·중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에 따른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임 회장은 “위험요인별 모니터링과 글로벌 리스크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성장이 있는 부분을 선제적으로 점검하는 등 그룹의 위기대응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며 “정교한 시계 비행을 통해 위험 시그널을 놓치지 않고 돌발적인 리스크에 면밀히 대비한다면 우리가 더욱 탄탄하게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석준 농협금융그룹 회장 또한 “선제적·시스템적·촘촘한 그물망식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며 “기존 예측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잠재위험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어떠한 위기가 오더라도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회장은 “혁신과 도전의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업의 윤리”라면서 “스스로를 철저히 돌아보는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고객중심, 일류신한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자”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현금자동인출기(ATM).[사진 연합뉴스]

새해에도 놓칠 수 없는 ‘금융 왕좌’
금융그룹 회장들의 신년사에는 업계를 선두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KB금융의 순이익은 5조504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같은기간 신한금융 순익 추정치 4조6662억원을 앞선 것으로, KB금융이 ‘리딩금융’ 지위를 탈환할 것으로 예측된다.

양 회장의 신년사에도 리딩금융그룹 지위에 대한 자부심이 담겼다. 양 회장은 “사업라인별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며 기초체력을 튼튼히 했고 자산‧고객 수‧이익 등 주요 성과 기준으로 명실상부 국내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리딩이라는 타이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KB 브랜드’ 그 자체가 대한민국 금융의 스탠다드로 인식돼야 한다”며 “계열사별 성장전략을 재정비해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일류’(一流) 금융사가 되겠다는 복안이다. 진 회장은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고객중심, 일류신한!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을 제시했다.

진 회장은 “고객중심만이 일류신한의 유일한 길”이라며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신한인이 가져야 할 일상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ESG‧디지털‧글로벌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신한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간다는 마음으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농협금융은 고객의 ‘인생 금융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회장은 “‘일상 금융회사’에서 ‘인생 금융회사’로 진화하는 탄탄한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며 “더 이상 농협이라는 ‘특수성’에 머물거나 안주하지 않고, ‘특별한 인생 금융회사’로 거듭나는 농협금융을 다함께 만들자”고 했다. 

임 회장은 작년 성과에 대해 “실적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그룹이 지난해 동안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면, 올해에는 우리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해 고객과 시장이 우리의 변화된 모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명확한 성과들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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