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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관치에 확 줄어든 銀 희망퇴직금…부작용 우려도↑

퇴직금, 36개월 치 평균임금 줬지만 올해엔 31개월로 축소
4대 은행 판관비 지난해 3분기 누적 9조8981억원
“희망퇴직이 유일한 세대교체 방법, 퇴직자 감소 부작용 클 것”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 ATM.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은행권이 정부와 당국의 ‘이자장사’ 비판에 못 이기고 결국 퇴직금을 줄이기 시작했다. 서민의 이자 부담을 통해 최대 실적을 내고, 이를 바탕으로 최대 3년 치 임금을 희망퇴직금으로 지급했다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다만 퇴직자도 같이 줄면서 은행권 인력 조정이 어려워지고, 인재 영입을 통한 디지털금융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희망퇴직금 줄이자 예상대로 ‘퇴직자’도 감소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올 1월 중 마무리할 희망퇴직 조건으로 최대 31개월 치 평균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1년 전만 해도 최대 36개월 치를 퇴직금으로 준 것과 비교해 조건이 나빠졌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은 근무 기간 등에 따라 18∼31개월 치 급여를 지급하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도 모두 동일하게 최대 31개월 치를 희망퇴직금으로 주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3일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올 1월 372명 직원이 퇴직하는데 전년의 493명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1년 전엔 퇴직금을 일반 직원에게 20~39개월 치를 지급한 것과 비교해 이번에는 20개월 치로 크게 줄어든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하나은행은 희망퇴직금으로 1인당 4억794만원을 지급했고 다른 은행은 ▲KB국민은행 3억7600만원 ▲우리은행 3억7236만원 ▲NH농협은행 3억2712만원 ▲신한은행 2억9396만원 등을 기록했다. 지방은행 5개까지 합한 10개 민간은행이 같은 기간 지급한 희망퇴직금 평균은 3억8617만원이다. 

이런 이유로 국민들이 빚 부담을 지고 은행이 이자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거액 퇴직금을 줬다는 비판이 일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에 ‘종노릇’, ‘갑질’ 등의 표현을 쓰며 은행권을 질타했고, 같은 해 2월엔 “‘은행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12월 ‘2조원+α’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21일 발표했고 올 2월부터 연 4% 금리로 은행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187만명에게 평균 85만원을 돌려주기로 했다. 아울러 은행원에게 돌아갈 퇴직금까지 줄이면서 은행을 향한 비판적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는 모습이다.  

“세대교체 어려워지며 은행 효율성 감소할 수도”

퇴직금 감축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희망퇴직금이 줄어든 만큼 자발적 퇴사자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은행의 고임금 인력 구조를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는 예상이다. 나가려는 사람이 줄면서 IT, 글로벌에 적합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부족해지고 동시에 판매관리비 확대만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지난해 3분기 누적 판관비는 총 9조898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143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4대 은행의 영업점포는 총 2923개로 3개월 전보다 오히려 6개 증가했다. 당국의 영업점포 축소 제동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적을 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5조4000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보다 1조6000억원(23.9%) 감소했다. 이자이익이 1000억원 증가에 그쳤고, 비이자이익이 9000억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총자산순이익률(ROA)는 0.20%p 하락한 0.58%, 자기자본순이익률(ROE)는 2.78%p 떨어진 7.87%를 보였다.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지 못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 재편이 미뤄지면서 비용 부담 확대가 나타나 디지털금융 전환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빠르게 변하는 금융시장에 은행권이 뒤처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 신청은 철저히 자율로 이뤄지는데 퇴직금을 줄이면 아무도 나가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력 감축을 견인하지 못하게 되면서 신입사원 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은행에서는 세대교체 방법이 인력 감축 외에는 딱히 없다”며 “은행의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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