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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그늘에 가려진 김주현 금융위원장, ‘존재감’ 드러낼까[피플&피플]

[금융수장 3인 리더십 비교] ②
위원장 교체설에 체면 구긴 ‘젠틀맨’
부동산 PF 등 산적한 과제에 적극적 대응 필요한 때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정통관료 출신의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젠틀맨’이라고 불린다. 신사적 면모를 지닌 김 위원장은 나서지 않는 성격 탓에 실수는 적지만, 주목은 받지 못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며 매번 이슈 중심에 서는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금융당국 수장의 ‘무게감’을 보이며 오히려 이 원장과 충돌이나 잡음을 줄였다는 평가도 있다. 

‘교체설’ 돌았으나 尹정부 2기 ‘유임’ 가닥
김 위원장은 지난 2022년 7월 11일 윤석열 정부의 첫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 2기 내각이 진용을 갖추면서, 금융위원장직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유임 배경은 ‘시장 안정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규모, 홍콩항생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우려 등 국내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금융시장이 불안한 때 금융위원장 교체 카드를 꺼내 들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만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경제팀’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금융위원장 교체설로 인해 체면은 구겼다. 금융위원장 교체설이 나돌 때, 후임으로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거론됐다. 손 이사장의 혜안과 장악력으로 적임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교체설까지 제기된 데에는 그간 김 위원장이 보여준 미온적 태도가 한몫했다. 김 위원장의 조심스러운 행보는 금융위원장 후보자 시절부터 예견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2년 6월 당시 금융위원장 후보자 신분으로 인사청문회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검은색 장우산으로 얼굴을 가려 논란이 됐다.  

당시 가랑비가 내리긴 했지만 김 후보자는 우산을 접지 않은 채 건물에 들어왔고 대기하던 취재진 앞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장관급 직위 후보자가 언론과 대면하는 출근길에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것은 이례적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남아있어 언론 대응을 피했던 것으로 풀이되지만, 언론 노출을 꺼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심스러운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었다. 

2023년 12월 2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첫번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첫번째) 등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젠틀맨’ 무게감 넘어 존재감 보여줘야
1958년생인 김 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무부에 입성한 김 위원장은 금융위에서도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요직을 거쳤다. 이후 예금보험사장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를 역임하고, 여신금융협회장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으로 금융위에서 근무하던 시절 ‘젠틀맨’으로 불린 것으로도 전해진다. 일처리가 꼼꼼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같은 성향 때문인지 김 위원장은 ‘검사 출신 최연소 금감원장’이라는 수식어를 지닌 이복현 금감원장과 비교해 존재감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금융감독원을 찾은 사연도 이 같은 평가에 힘을 실었다. 현직 대통령이 금감원을 찾은 것은 2011년 이후 약 12년 만의 일이다. 특히 당시 금감원에서 개최한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 금융위원장이 빠지면서 ‘대통령이 금감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김 위원장은 당국 수장의 ‘무게감’을 보이며 오히려 이 원장과 충돌이나 잡음을 줄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일례로 한국은행과 정부 관계가 좋지 않다는 시장 의혹이 불거질 때 김 위원장은 ‘소방수’로 나섰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상한 반면, 금감원은 은행권 이자장사를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유도하자 이 같은 논란이 일었다. 김 위원장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엇박자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중앙은행과 정부가 너무 잘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불화설을 일축했다.

김 위원장의 ‘조용한 리더십’이 엿보인 성과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그간의 성과로 2022년 10월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촉발된 자본시장의 자금경색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꼽았다. 

취임 3개월 만에 채권위기에 봉착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당시 추경호 기획재정부 부총리, 이창용 한은 총재, 이복현 원장 등과 공동으로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하며 50조원 이상의 채권시장안정화펀드(채안펀드)를 조성, 긴급 투입했다. 또 김 위원장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도 추진해 가상자산업계를 제도권 안으로 끌고 왔다. 

올해는 부동산 PF 연착륙, 제2 금융권의 건전성 개선, 가계부채 정상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기존의 무게감보단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그는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사업성평가 강화, 정상화펀드 활성화, 사업자보증 대상 다변화 등을 추진하겠다”며 “금융기관의 PF 관련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고 부동산 관련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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