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금융계 제갈량’ 임종룡 회장, 우리금융 되살릴까[피플&피플]

[4대 금융 회장 인물 분석] ④
임 회장 성적표 ‘지난해 3Q 순익’, 전년 대비 개선 못해
내부통제 강화·상생금융 강화엔 앞장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여전한 당국자.”

오는 3월 임기 2년 차를 맞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아쉬운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장 등 요직을 거쳤고 현 금융권 기틀을 마련하며 ‘금융계 제갈량’으로 불린 임 회장이지만, 우리금융에선 이렇다 할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내부통제와 상생금융 강화에 앞장선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실적 개선과 비은행 확충 등 우리금융 앞에 놓인 중요 과제에선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해 내부에서조차 “당국자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라는 지적을 받는다. 

임 회장 임기 1년, 내부통제 강화에 집중

임 회장의 지난 1년은 우리금융의 ‘조직 정비 및 안정’에 방점이 찍혀있다. 금융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당기순이익에선 NH농협금융그룹과 4, 5위를 다퉈야 하는 상황에 있지만, 임 회장은 고질병처럼 따라붙던 우리금융 내부통제 관리 문제는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 태풍 전야처럼 여겨지고 있는 홍콩항생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위험성에서 우리은행은 유일하게 피해 간 모습이다. 판매액은 KB국민은행 8조원, 신한은행 2조4000억원에 비해 우리은행은 400억원으로 적은 규모고, 이에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우리은행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H지수 ELS 원금 손실은 만기 3년이 되는 상품에서부터 예정된 만큼 우리은행이 이번 사태를 피한 것을 두고 임 회장 관리 능력으로 치하하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금융에선 임 회장 이후로 파생상품 위험성 관리가 더 강화된 부분이 있어 앞으로도 파생상품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금융은 지난해 7월 ▲내부통제 전담인력의 1선 배치 ▲신사업 내부통제 검토절차 강화 등 내부통제 체계 혁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지점장급 내부통제 전담인력 33명을 영업 최일선인 영업본부에 신규 배치했다. 

내부통제에 실패한 사례가 나타나면 담당 임직원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었다. 실제 지난해 6월 1000억원에 육박하는 ELS 평가 손실을 확정한 우리은행은 같은 해 11월 관련 임직원 7명에 징계 처분을 내렸다. 특히 자금시장그룹을 맡고 있던 강신국 부문장에 중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려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임 회장의 쇄신 성격이 잘 드러난 사례로 여겨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강 전 그룹장은 ‘차기 행장감’이라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라며 “신상필벌을 명확하게 하겠다는 임 회장 방식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임 회장은 홍콩H지수 사태와 함께 강 전 그룹장 퇴임으로 관련 조직이 위축되지 않도록 프라이빗뱅크(PB) 영업점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 “신뢰 회복에 앞장서자”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완전판매를 피하고, 고객 성향에 맞는 상품을 제대로 소개한다면 은행과 고객 모두 이득을 본다는 점을 강조해 나온 말이다. 

고꾸라진 ‘순이익’ 헤매는 ‘비은행 인수합병’

우리금융그룹 본점. [사진 우리금융]
임 회장의 임기 1년 동안 경쟁 그룹사와의 실적 격차는 더 확대됐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2조4383억원을 기록했다. 임 회장의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8990억원으로 전년 동기(9000억원)와 같았다. 3, 4위 경쟁을 해온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4.2% 증가한 2조9779억원이다. 

특히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은 3.7% 증가한 2조450억원이다.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다. 농업지원사업비 부담전 기준 순이익은 2조3023억원으로 우리금융과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농협금융 순이익 증가는 우리금융에 뼈아픈 부분이다. NH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년 만에 99.7% 급증한 4676억원을 기록해 그룹에 가장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2014년 당시 우리금융이 해체될 때 우리금융에 인수돼 만들어졌다. 당시 농협금융 회장이 현재 우리금융을 이끌고 있는 임 회장이다. 

우리금융에는 증권, 보험사가 없는 상황으로 은행 의존도가 90%를 넘는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굵직한 자회사 확충은 보이지 않았다. 시장에 매물이 없다는 점도 우리금융 난제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11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다 이를 중단했다. 인수 철회 이유로 ‘높은 인수 비용’이 거론됐다. 내부에선 “비우량 매물을 인수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라는 말들이 나왔다. 그 사이 경쟁 금융그룹들은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협업으로 국내만 아니라 해외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임 회장이 회장이 된 후로도 우리금융은 업계 4위를 유지하기도 버거운 모습이다. 

상생금융 확대하며 직원들에 ‘진정성’ 강조하기도

지난해 8월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금융권 ESG 교육과정 개설 업무협약식에 참석하기 전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 전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 연합뉴스]
임 회장은 1959년생으로 전라도 보성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 1981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을 시작했다. 재정경제부에서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국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을 역임해 ‘엘리트 공직자’ 표본이 됐다. 

이후 2013년 농협금융 회장에 선임된 뒤 증권사를 인수해 현 농협금융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2015년 금융위원장으로 공직에 복귀했고,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키며 비대면 금융시대를 열었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임 회장은 우리금융에 온 뒤로도 자신의 좌우명인 ‘진정성’을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우리은행은 ‘대출 성실상환고객 원금 1% 감면’ 제도를 내놨고 당국으로부터 상생금융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상생금융에선 당국과 발맞춰 업계를 선도한다는 평가다. 

다만 우리금융 내부에선 임 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금융그룹 CEO’가 아닌 ‘당국자’로 비쳐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사와 주주 입장에서 CEO가 대출과 이자를 통한 순이익 확대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실적은 악화되는 상황에서 상생금융에 집중하는 모습만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삼성메디슨, 프랑스 AI 스타트업 ‘소니오’ 품는다…“우수 인력 확보”

2데일리펀딩, SaaS 내재화해 지속 성장 거버넌스 구축…흑자 전환 시동

3대한항공, 1분기 영업익 4361억...전년 대비 5%↑

4크래프톤,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 6659억원 달성

5롯데칠성음료, 지속가능성 확보 통한 미래 경쟁력 창출

6웹젠 1분기 영업이익 179억원…전년比 85%↑

7 무안 신축 힐스테이트 아파트 ‘외벽 휨’ 논란에 8일 ‘안전진단’ 실시

8"항암제 상업화? 초기 단계 임상 설계가 가장 중요"

96분기 연속 흑자...진에어, 1분기 영업익 985억원

실시간 뉴스

1삼성메디슨, 프랑스 AI 스타트업 ‘소니오’ 품는다…“우수 인력 확보”

2데일리펀딩, SaaS 내재화해 지속 성장 거버넌스 구축…흑자 전환 시동

3대한항공, 1분기 영업익 4361억...전년 대비 5%↑

4크래프톤,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 6659억원 달성

5롯데칠성음료, 지속가능성 확보 통한 미래 경쟁력 창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