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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에 대출 연체율도 양극화된다[부채도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연체율 급증
은행권은 0.4%대 연체율 유지
연체율 상승으로 저축은행 영업 능력 저하

서울의 한 저축은행 간판.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62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저축은행의 영업 자체가 상생금융입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1금융권이 ‘2조원대’ 상생금융안을 내놨는데, 저축은행에서도 상생안이 나올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은행에 가지 못하는 중저신용자들을 상대로 영업해온 것이 상생금융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고금리 상황에선 상생금융 성격이 큰 영업으로 인해 실적 악화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연체율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새마을금고, 신협 등 2금융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대로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 영업을 한 은행들은 연체 위기와 거리가 먼 모습이다. 금융업계 양극화는 연체율에서 명확해지고 있다. 

은행 연체율 0.45%, 저축은행은 6.15%

1일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0.46%로 전월 대비 0.03%p 상승했다. 여전히 0%대에 머물러 있어 연체 방어에 성공한 모습이다. 이에 비해 저축은행 업계의 연체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12월 3.41% ▲2023년 3월 5.06% ▲ 6월 5.33% ▲9월 6.15% 등을 기록했다. 연체율이 10%를 웃돈 저축은행도 79개 저축은행 중 14곳으로 알려졌다.  

연체율 상승은 저축은행만 아니라 2금융권 전체에서 발생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0.35%에 불과했다. 보험사와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을 포함한 비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1.91%로 5배 이상 높았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신협 등 비은행 업계는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 영업을 하는 금융기관이다. 저금리에서는 연체율 관리가 쉽지만 지금과 같이 금리가 높아지면 곧바로 연체율 상승 위기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대손충당금을 계속 쌓을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나빠지고, 대출 여력도 줄어드는 악조건이 심화한다. 

최근까지 문제로 거론된 부동산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해서도 비은행권 연체 증가 우려가 높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시도별 부동산·건설업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PF 대출이 포함된 부동산 업종 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385조3800억원으로, 2년 전보다 27.3% 증가했다. 

연체액은 같은 기간 3배가 증가한 2조27000억원이다. 은행권의 경우 PF 대출 규모가 전체 대출에 비해 크지 않고 대부분 선수위 대출로 이뤄졌다. 반면 저축은행 등 비금융권에는 후순위 대출이 많기 때문에 위험 수준이 큰 상황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연체 속도도 비은행권에서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도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내놓은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은 2023년 9월 0.2%로 2017년 이후 매우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나 비은행은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해 2023년 9월말 4.4%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부실채권 비율 저축은행서 심해져

[제공 한국은행]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부실채권으로 여겨지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일반은행이 0.30%로 낮게 유지된 반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은 각각 5.88%, 3.92%까지 올랐다. 

그 결과 이익 창출능력도 떨어졌다. 총자산순이익률을 보면 저축은행은 -0.14%를 기록, 마이너스를 보였는데 이는 대손충당금 확대가 원인이다. 일반은행에선 이 수치가 0.68%였다. 연체율이 상승할수록 영업력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고금리 대출 상황은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1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긴축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에 저축은행을 포함한 비은행권 영업력 저하는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체율 양극화에 따른 불황 심화가 은행과 비은행을 두고 명확해진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상생금융도 필요하겠지만 비은행권 부채에서의 이자 부담 경감 방안도 중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차주들의 대출 상환을 유도하고 대손충당금을 더 쌓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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