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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전쟁’ 참전하는 대형마트, 승산 있을까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②
새벽 영업시간 규제 완화...쿠팡·컬리와 본격 경쟁
대형마트, 전국 물류망 구축 강화 등 추진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 완화로 지난 1월28일 이마트 양재점이 문을 연 모습.[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정부가 대형마트의 매주 일요일 영업과 새벽배송 등을 허용하기로 결정하며 유통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배송시간 제약이 사라져 대형마트들이 새벽배송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진다. 

다만 이커머스 대표주자 쿠팡이 6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전국 물류망을 구축해 놨고 컬리·오아시스마켓 등 다른 새벽배송 경쟁자들의 존재감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후발주자인 대형마트가 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벽배송 길 열린 대형마트…신선식품 유통 강점

정부는 지난 1월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새벽 시간대 배송 제한과 공휴일 의무휴업 족쇄를 풀겠다는 것이다. 또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 새벽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할 수 없다. 여기에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는데, 공휴일 휴무가 원칙이다.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있어야만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수 있다. 영업 제한 시간과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사실상 새벽시간대 배송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런 규제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새벽배송과 휴일배송 시장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별도 물류센터를 구축해 새벽배송에 뛰어든 롯데쇼핑과 GS리테일은 2022년 비용 문제로 일찌감치 철수했다. 그나마 이마트는 SSG닷컴·G마켓 등 이커머스 계열사를 통해 새벽배송을 운영 중이지만 수도권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 

그동안 새벽배송 사업을 제대로 전개하지 못했던 오프라인 유통사는 정부의 이번 규제 완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새벽배송이 시작될 경우 전국에 있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24시간 거점 물류 센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는 수도권과 주요 거점 도시에만 새벽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는 지리적 강점을 극대화해 넓은 온라인 배송 권역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새벽배송 주요 구매 품목이 ‘신선식품’이라는 점도 대형마트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중소 도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새벽배송에 대한 이용 현황·이용 의향’ 조사에 따르면 새벽배송을 통한 주요 구매 품목은 신선식품이 81.4%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가공·냉장·냉동식품(75.4%), 간편식·밀키트(49.6%), 음료(36.0%), 곡류(15.4%) 등의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대형마트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면 대형마트는 여러 방면으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며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가까운 인근 마트에서 직배송해 빠른 시간 내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VS 이커머스 경쟁 불붙나

새벽 영업시간 규제가 완화돼도 대형마트가 당장 전국 단위의 새벽배송을 시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새벽배송을 위한 추가 투자 비용이 적지 않을뿐더러 소비자들도 기존 이커머스업체를 통한 새벽배송 서비스 이용이 익숙해진 상황이어서다. 또 쿠팡·컬리·오아시스마켓 등 주요 이커머스업체가 수년간 쌓아온 새벽배송 경쟁력과 노하우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쿠팡 배송차량들 모습.[사진 연합뉴스]


일단 대형마트업계는 물류센터 강화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쿠팡이 새벽배송 인프라 구축에만 6조원을 투자한 만큼 대형마트들도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물류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자동화 물류센터 ‘오카도 센터’ 설립에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한다. 이마트는 전자상거래 계열사인 SSG닷컴과 온라인 플랫폼을 연계해 시너지 극대화에 나선다. 전국 130개 대형마트와 250개 익스프레스 점포를 보유한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점포 설계 단계부터 온라인 물류 기능을 접목, 현재 전체 점포 가운데 80%를 물류거점으로 활용하며 앞으로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은 지금까지 전국에 있는 오프라인 점포들을 온라인 배송에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규제가 풀리면 대형마트 매장이 물류센터 역할을 하게 되면서 앞으로 별도의 물류센터 확보와 배송 시스템에 대한 추가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형마트가 기존 이커머스업체들 수준에 맞는 새벽배송 경쟁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오랜 기간 쌓아온 신선식품에 대한 강점을 바탕으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해 쿠팡, 마켓컬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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