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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당금과 맞바꾼 금융사 순익…KB가 왕좌 차지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 진정한 리딩 금융은①
KB ‘리딩금융’ 탈환…1위 은행은 하나
역대급으로 쌓은 충당금…“올해도 지속”

5대금융·은행 순익 및 그룹 충당금.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지난해 5대 금융그룹의 순이익 희비가 엇갈렸다. KB금융은 ‘역대 최대’ 실적을 쓰며 ‘리딩금융’ 지위를 차지했지만, 대부분의 금융사는 순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금융사들은 보수적 관점에서 역대급 수준의 충당금을 쌓았고, 이는 실적 성장에 걸림돌이 됐다. 

‘리딩금융’ KB금융…하나은행 ‘최대순익’
이코노미스트가 5대금융(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5대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총 17조2025억원으로 2022년 대비 3.1% 감소했다.

각 지주별로 살펴보면 희비가 갈렸다. KB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4조63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증가하면서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비이자이익 중심의 실적 개선과 안정적인 비용 관리 등이 KB금융 순익 성장에 주효했다.

KB금융의 쾌재에 눈물을 훔친 곳은 신한금융이다. 지난해 신한금융 순이익은 4조3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2022년 순이익 1위로, 리딩금융을 차지했던 신한금융은 2023년에는 KB금융에 해당 자리를 내줬다.

실적 악화 속 KB·신한금융이 순이익 4조원을 가뿐히 넘긴 것과는 달리, 하나금융에게 ‘4조원의 벽’은 높았다.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3.3% 하락한 3조4516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2조5167억원으로 전년보다 19.9% 급락했다. NH농협금융은 전년보다 0.2% 증가한 2조2343억원을 기록했다. 농협금융은 5대금융 중 순이익 ‘꼴등’에 머물렀지만, 4위인 우리금융과의 순이익 격차가 2824억원으로 좁혀지면서 향후 순위 변동 가능성을 높였다. 

금융그룹의 실적이 뒷걸음질친 가운데 각 금융사 주력계열사인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실적은 소폭 증가했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 총 14조102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보다 2.6%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리딩은행’의 주인공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당기순이익 3조4766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12.3%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하나은행의 이 같은 호실적은 대기업 중심의 기업대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나은행의 작년 말 기업대출 잔액은 162조463억원으로 전년보다 11.9% 늘었다. 5대은행 중 유일하게 두자릿수대 성장세였다.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은 3조2615억원으로 전년보다 8.9% 증가했다. 신한은행 순이익은 3조677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늘었다. 우리은행은 전년보다 13% 감소한 2조515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NH농협은행의 순이익은 1조7805억원으로 전년보다 3.6% 늘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현금자동인출기(ATM).[사진 연합뉴스]

역대급 충당금에 발목…보수적 접근
고공행진을 달리던 금융사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대 최고 수준의 ‘충당금’이다. 충당금은 금융기관이 대출 이후 예상되는 상환 불이행에 대비해 미리 쌓아놓는 자금을 의미한다. 이는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금융사가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순익이 줄어든다.

5대금융은 지난해 총 11조278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는 전년보다 84.1% 늘어난 규모다. 각 사 별 충당금 규모와 전년 대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KB금융 3조790억원‧72.0% ▲신한금융 2조2512억원‧70.8% ▲하나금융 1조7148억원‧41.1% ▲우리금융 1조8810억원‧112.5% ▲농협금융 2조1018억원‧168.8% 등이다.

금융사가 순이익 감소를 감수하고 충당금을 쌓았다는 것은 그만큼 잠재 부실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부실이 현실화한 것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도 본격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장의 옥석가리기를 주문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5일 올해 업무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PF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며 “면밀한 사업장 평가 등을 통해 위험 요인을 철저히 점검해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올해부터는 정당한 손실 인식을 미루는 등의 그릇된 결정을 내리거나 금융기관으로서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고도 경고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경기도 나빠지고 있다. 이 가운데 5대금융의 해외 부동산 투자 평가 손실액 또한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는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비용 인식 혹은 충당금으로 대응해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월 16일 기준 5대 금융의 해외 부동산 투자 건수는 총 782건, 전체 원금은 20조3868억원으로 집계됐다. 고객에게 판매한 펀드 등과 별개로 금융그룹들이 자체 집행한 투자 현황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 가운데 대출채권을 제외한 수익증권과 펀드 등 투자규모는 10조4446억원이다. 이에 대한 현재 자산가치는 9조3444억원으로 투자대비 1조1002억원 줄어든 상태다.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금융사의 충당금 쌓기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2023년 은행들의 실적은 보수적 충당금 적립 기조,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평가손실, 상생금융 관련 비용 등 대규모 일회성 요인에 따른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대손비용 측면에서는 국내 경기 및 부동산 PF 시장 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적립 기조가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속되는 보수적 충당금 적립 기조는 궁극적으로는 국내 경기의 유의미한 회복 및 부동산 PF 시장 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실적 측면의 불확실성으로 상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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