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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면 삼성과 함께…오픈AI·네이버·Arm·AMD·레드햇 ‘반도체 강화’

[생태계 확장 나선 삼성의 빅픽처]② 반도체
‘팹리스의 팹리스’ Arm과 공정 고도화…모바일 칩에선 AMD ‘맞손’
레드햇과 ‘초격차’ 메모리 상용화…오픈AI·네이버 ‘AI 반도체’ 주목
‘산업의 쌀’ 메모리·팹리스·파운드리 전 영역서 성과…기술력 강화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네이버·퀄컴·Arm·AMD·레드햇·테슬라·현대자동차·브리티시 가스·프린스턴대….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최근 협력을 발표한 주요 기업의 면면이 화려하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모두 ‘세계 일류’로 꼽히는 곳들이다. 거리가 다소 먼 자동차·에너지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의 기술이 쓰이고 있다.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상용화를 목적으로 미국 명문 대학과도 손을 잡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글로벌 생태계가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란 평가가 나온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정원철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가 화성캠퍼스 양산 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는 스마트 기기 시장의 세계 주도권을 쥔 업체이자,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메모리·설계 전문(팹리스)·위탁생산(파운드리) 등 ‘산업의 쌀’이라고 비유되는 반도체 모든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3년 3분기 기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39.4%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낸드플래시 통계에선 2023년 3분기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1.4%로 집계됐다.

‘비메모리’ 혹은 ‘시스템 반도체’로 묶이는 팹리스·파운드리 부문에선 경쟁력이 다소 부족하단 평가를 받지만, 영향력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3년 3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2.4%로 2위다. 대만의 TSMC(57.9%)의 점유율과 비교하면 45.5%포인트로 아직 격차가 크지만, 양사의 기술력 차이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글로벌 선두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강점을 보이는 메모리 영역에선 ‘초격차 유지’가, 추격이 필요한 팹리스·파운드리 분야에선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다.

AI 시대, 중요성 높아진 반도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중에서 최근 가장 시장의 눈길을 끈 소식은 단연 ‘Arm 협업’이다. TSMC를 맹추격 중인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단숨에 향상될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양사의 협업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최대 화두에 오른 인공지능(AI)에 맞춰져 있다는 점도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Arm은 ‘팹리스의 팹리스’로 불리는 기업이다. 반도체 자체를 설계한다기보단, 기초 기술을 다른 팹리스에 제공해 사용료를 받는 식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 설계에 필수적인 ‘명령어아키텍처’(ISA) 분야를 사실상 독점 중이다. 삼성전자·애플은 물론 퀄컴·화웨이·미디어텍 등 세계 1000여 개 기업이 Arm의 아키텍처를 사용 중이다. Arm의 기초 설계도가 없다면 반도체를 구현하는 게 불가능하단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이런 기술력을 지닌 Arm과 ‘공정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rm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CPU와 GPU 등 다양한 기능을 한 번에 처리하는 칩) 설계 자산(IP)을 삼성전자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 공정에 최적화하는 게 핵심이다. GAA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 면을 모두 감싸는 기술이다. 기존 3개 면을 감싸는 핀펫(FinFET) 구조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성 등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nm) 공정을 통해 반도체를 양산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 제품 이미지.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Arm의 주요 고객사는 글로벌 팹리스로 같다. 양사는 이번 협업을 통해 주요 고객사가 차세대 제품 개발에 드는 시간·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 측은 특히 이번 협업이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시대에 걸맞은 혁신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Arm은 자사 중앙처리장치(CPU) IP를 다년간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다양한 공정에 최적화했다. 이를 GAA로 확장하는 게 이번 협업의 골자다. Arm은 초고성능·초저전력 코어텍스 중앙처리장치(Cortex-CPU)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고, 삼성전자도 고객사에 GAA 공정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Win-Win)이다.

삼성전자는 Arm과의 협업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설계 역량도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를 2025년 양산할 계획이다. 이 프로세서엔 Arm의 코어텍스-CPU(A78AE 10개)가 탑재된다. 이를 통해 이전 제품 대비 CPU 성능을 1.7배 강화했고, 6개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동시 연결할 수 있는 기능도 지원된다. 삼성전자는 이 프로세서를 현대자동차에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AMD 기술 탑재한 엑시노스

파운드리·차량용 반도체 영역에서 Arm과의 협력을 강화했다면, 모바일 칩 분야에선 AMD와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에 자체 개발한 AP 칩 ‘엑시노스 2400’를 탑재했다. 최상위 라인인 갤럭시 S24 울트라의 AP 칩은 퀄컴(스냅드래곤8 3세대)이 독점했지만, 업계에선 ‘변곡점’으로 불리는 이번 시리즈에 엑시노스가 채택됐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반도체 설계 역량이 대폭 향상됐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갤럭시 S22 시리즈에서 발열·성능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켰던 엑시노스는 ‘세계 첫 AI 스마트폰’에 채택되며 2년 만에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엑시노스 2400은 전작에 비해 CPU 성능은 1.7배, AI 성능은 14.7배 향상됐다. CPU 성능은 스냅드래곤8 3세대와 비교해 10% 안쪽으로 기능이 개선됐고, 그래픽처리장치(GPU) 부분에선 되레 10% 정도 우위를 점한다는 외부 성능 평가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는 엑시노스 2400에 AMD의 최신 아키텍처 RDNA3 기반 GPU인 ‘엑스클립스 940’를 탑재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화성캠퍼스에 위치한 ‘삼성메모리리서치센터’(SMRC)에서 지난해 12월 레드햇과 업계 최초 CXL 메모리 동작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 삼성전자]

메모리 영역에선 레드햇과 협력으로 ‘초격차’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레드햇은 컴퓨터 운영체제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개발하며 기술력을 증명한 글로벌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업과 업계 최초로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Compute Express Link) 메모리 동작 검증에 성공했다. CXL는 고성능 서버 시스템에서 CPU와 함께 사용되는 ▲가속기 ▲D램 ▲저장장치 등을 효율적 활용을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이다. 처리 데이터양이 많은 생성형 AI나 자율주행과 같은 차세대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CXL 메모리 동작 검증으로 데이터센터 고객사가 별도의 소프트웨어 변경 없이 자사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에서 삼성전자의 CXL 메모리를 사용해 다양한 환경에서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생성형 AI’ 시대를 연 오픈AI와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와의 협력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챗GPT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인 오픈AI와 삼성전자의 협업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영역을 주도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이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에게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4차 인공지능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개발한 AI 반도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이버와도 협력에도 AI 반도체가 중심이다. 네이버는 2023년 8월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이를 다양한 서비스·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양사는 ‘초대규모 AI’의 실제 구현 환경을 염두에 두고 기술 고도화에 요구되는 다양한 난제를 함께 해결할 목적으로 손을 잡았다. 네이버가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기술적 난제를 제시하면, 삼성전자가 하드웨어(HW) 역량을 통해 해결한다. 이를 다시 네이버의 소프트웨어(SW) 노하우로 검증하는 구조다. 양사는 1년간 개발한 성과를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개발자가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반도체로, 양산 전 시제품 제작에 주로 활용) 형태로 최근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또 지난 3월 4일 ‘사우디판 CES’라 불리는 글로벌 정보기술 전시회 ‘LEAP 2024’에서 함께 개발한 ‘로봇 플랫폼’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서 팹리스 영역을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와 네이버가 협력한 사례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비공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로봇 엣지 컴퓨팅 플랫폼’(Robotics Edge Computing Platform) 개발을 추진해 왔다. 삼성전자 시스템온칩·이미지 센서 등 ‘반도체 솔루션’과 네이버의 ‘운영체제(OS)·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결합하겠단 취지다.

이 플랫폼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 중인 대형 도시 계획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맞춤형 기술이란 평가를 받는다.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75조원)로 책정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홍해 인근 사막·산악지대를 인공도시로 탈바꿈하는 도시 계획이다. 사우디 정부는 해당 도시를 로봇·클라우드 등이 대거 접목된 스마트 시티로 마련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지난 3월 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전시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글로벌 정보기술(IT) 전시회 ‘LEAP 2024’에 참가해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한 ‘로봇 엣지 컴퓨팅 플랫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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