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정권마다 병원 떠난 의사들…‘강대강’ 대치 이어진다
[격화하는 의료 갈등]①
전공의 1만여 명 사직서 제출…현장 혼란↑
“강경 대응” 이어가는 尹…의료계도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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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 비중이 40% 정도라는 점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의 절반가량은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술과 처치 등을 맡는 이들이 병원에서 사라진다면 환자가 진료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 수도권 내 주요 병원의 수술실 가동률은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절반 아래로 줄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들 병원의 응급실 이용 환자는 8시간 넘게 대기해야 한다. 일부 응급실은 “인력이 부족하다”라는 이유로 환자를 돌려보내고 있다. 전공의가 사실상 응급실에서 떠난 가운데, 처치가 급한 환자를 중심으로 응급실이 운영되고 있다.
응급실 밖 환자들 불편은 커지고 있다. 전공의 비중이 높은 병원에서 환자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장시간 대기는 기본이며 심지어 조기 퇴원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병원이 중증과 응급 환자를 중심으로 전환돼 상대적으로 경증 환자들이 진료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복지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 센터에는 진료 거절과 수술 취소 등 하루에도 수십 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기로 한 환자는 “수술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며 “수술 때문에 회사 일정도 조정했는데 어찌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또 다른 암 환자도 “이미 2월 19일에(집단행동 이전) 수술이 연기됐다”며 “수술하지 못하면 건강 상태가 악화할까 걱정”이라고 했다.
정부 계획 발표마다 집단행동
전공의가 병원에서 증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가깝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2020년, 전공의는 파업을 위해 병원을 떠났다. 이들이 의료현장을 벗어나 파업에 참여한 이유는 현재와 같은 이유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필수 의료의 붕괴 등을 이유로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자는 계획을 발표하자 전공의는 집단행동으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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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과거 김대중 정부가 의약분업 제도를 추진한 2000년에도 집단 반발했다. 약사에게 의약품 조제를 맡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의약분업은 의사가 의약품을 처방하고 약사가 이를 만드는 제도다. 의사들은 의약분업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높이고, 보험 재정에도 부담이 된다며 개원의를 중심으로 휴진했다. 동네 의원이 문을 닫자 환자들은 대형병원으로 몰렸고 이는 의료대란으로 이어졌다.
의사들은 박근혜 정부 때도 집단행동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의사와 환자의 원격의료를 허용하기 위해 의료법 개정을 시도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파업이 진행됐다.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의료사고가 늘고 의료 민영화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주장에서다. 이 파업은 의약분업 당시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정부가 의협의 요구대로 원격의료를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기로 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강경 대응 이어가는 尹
의약분업부터 의대 입학정원 확대까지, 세 차례의 파업 속 정부는 매번 한발 물러섰다.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통해 정부의 계획을 무산시키기도,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도 했다. 당초 의대 입학 정원이 줄어든 것도 의료계의 요구였다. 의대 입학 정원은 2006년부터 현재 3000명대다. 정부가 2000년 의약분업 제도를 정착시키며 의료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의대 입학 정원을 줄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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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맞불’도 만만찮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3월 3일 열릴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모든 의사가 동참해 달라는 글을 보냈다. 의료계 여러 단체도 정부의 강경 대응이 이어진다면 집단행동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지난 2월 19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의대 학생 1만3189명은 휴학을 신청했다. 병원을 지키고 있는 교수와 전임의(펠로우)도 집단행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태의 여파가 커지는 가운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고통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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